칠언절구 2수. 『눌재집(訥齋集)』 권4와 『국조시산(國朝詩刪)』 권2 등에 전한다. 『눌재집』에는 ‘제숙보령공사시도소병(題叔保令公四時圖小屛)’이라는 제목 아래 있다. 이 시는 사계절의 경치를 그린 조그만 병풍인 윤호(尹壕)의 사시도(四時圖)에 적어놓은 8수의 시 가운데 여름 시 칠언절구 2수이다.
8수의 시는 사계절에 대하여 각각 2수씩 읊은 것인데, 시의 말미에 붙은 설명에 의하면, 각 계절의 첫수는 그림 속의 경치를 예서로 왼쪽에, 둘째 수는 그림 속의 인물을 해서로 오른쪽에 써넣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시는 여름 그림의 왼쪽에 씌어 있던, 경치를 읊은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구와 둘째 구에서는 나무에 구름이 걸린 여름날의 유한한 풍경은 봄이 변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지만, 봄바람이 화려한 꽃을 거두어가도 여름에는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셋째와 넷째 구에서는 여름에 봄꽃보다도 화려한 자태로 피어나는 연꽃의 붉은 꽃망울과 파란 잎이 수없이 올라오니 바로 이것이 연꽃이라고 하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병풍에 그려진 여름풍경은 곧 연꽃이 한창 피어나는 광경이었고, 작자는 이것을 묘사한 것이다. 여름에 피는 하나의 화훼인 연꽃에 그 계절적 대표성을 부여하여 여름날의 화려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작자의 이와 같은 생각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이 작품의 전체적 구도는 도치법과 명령법을 동시에 쓰고 있는데, 1·2구에서 이와 같은 수사법이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작자는 이러한 수사적 효과를 바탕으로 3·4구에서는 연꽃을 묘사함으로써 계절적 정서를 유감없이 표출하여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