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가리킬 경우에는 한국(韓國), 민족을 가리킬 경우에는 한족(韓族)이라 하였다.
‘한’의 어원은 ‘크다·넓다·높다·많다·뭇’의 뜻과, 수의 기본수인 하나에서 나온 ‘한’, ‘한가운데·한겨울’이라는 말에서처럼 중앙·중심이라는 뜻이다.
즉, 이는 시공(時空)과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최상급 형용사이며, 기초이면서도 끝을 포괄하고, 또한 편벽되지 않은 중도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근대의 서양 문화나 일본 문화와 구별하는 의미에서 전통적인 뜻으로 한옥·한복·한지 등이 사용되었고, 한반도라는 용어에서의 ‘한’이라는 말은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관형사로 사용된 말이다. ‘한’은 낱자이기 때문에 뒤에는 한자의 명사가 주로 붙는다.
서양적인 것, 신식의 것, 외래적인 것에 대해 전통적인 우리의 것, 재래종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될 경우, 고유한 우리말 앞에는 ‘한’ 대신에 ‘조선’이라는 관형사가 붙는다. 예로 조선낫·조선옷·조선쑥·조선뜸부기·조선돌조개·조선호박·조선참외 등을 들 수 있다.
한이 우리나라를 통칭하는 의미로 널리 사용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정해진 1948년 이후부터이지만, 연원은 대단히 오래된다.
근대에 국호가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뀐 1897년부터 ‘한’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였으며, 1919년 상해임시정부의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이후 조선이라는 용어와 함께 두루 사용되었다.
현대의 자유진영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한이라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과거 공산진영이었거나 공산진영인 구소련, 중국에서는 ‘한’보다는 조선이 보다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이 나라이름 또는 종족명으로 중국인에게 알려진 것은 서기 1세기 전반기인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 이전으로 생각된다. 『후한서』 광무제본기에는 “동이(東夷)에 세 한국이 있으니 진한·변한·마한이다.”라고 하였다. 이보다 일찍 편찬되었으나 후한 이후의 역사를 다룬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에도 한국이라는 용어가 네 번 나오고 있다.
이 경우의 한국은 삼한을 총칭해 사용한 말이다. 즉, 삼한이라는 용어는 ‘한’족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지만, ‘한’족이 살고 있는 영역을 지칭할 때에 한국이라 하였다.
이 무렵 한족의 주거지역은 대체로 황해도 이남이었으나 만주일대로부터 이동해 왔다는 설도 있다. 삼한이라는 용어는 삼국통일 이후부터는 요하(遼河) 동쪽의 지역을 표현하는 말로, 나말여초에는 전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또한 삼한은 고구려·백제·신라의 원삼국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사용되었다. 이는 삼한에서 삼국이 계승되었다는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고려 태조가 삼한을 통일했다고 한 경우 전국을 통일했다는 뜻 이외에, 단순히 후삼국의 통일이 아니라 원삼국을 통일하였다는 의미를 가지고 썼다.
고려의 통일공신을 삼한공신이라 칭했고, 고려 후기에 삼한벽상공신·삼한후벽상공신이 책봉된 것도 이런 용례에 속한다. 만적(萬積)이 난을 일으킬 때 “삼한의 천인을 없애버리겠다.”고 한 말에서도 삼한이 우리나라의 총칭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삼한이라는 용어는 널리 사용되지 않았고, 역사학에서 다루어졌을 뿐이다. 이는 삼한보다 역사적인 연원이 더 오래된 조선이라는 국호를 다시 썼기 때문이다.
근대에 이르러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하자 청나라와의 사대관계를 청산하고 자존의식을 높인다는 뜻으로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정하면서부터 큰한국이라는 의미의 대한이라는 용어가 많이 통용되었다. 예로 『대한매일신문』, 박은식(朴殷植)의 『한국통사』·『한국독립운동지혈사』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대한’은 독립운동단체나 독립군의 명칭으로 ‘조선’과 함께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임시정부의 명칭으로 대한민국이 정해지자 독립운동단체의 이름에 대한을 많이 붙였으나, 노선을 달리한 좌익계통에서는 주로 조선이라는 용어를 썼다.
한편, 광복 이후 남북으로 분단,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되자, 북에서는 조선이 국호로 사용됨으로써 한 또는 한국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남에서도 국호는 대한민국으로 정해졌지만 단체명이나 서명 등의 고유명사에서 조선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조선보다는 한국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반명사에서도 두개의 범칭이 다 같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1980년대 이후에는 철학자들의 한사상이라는 연구를 크게 심화시켜 민족종교의 정수를 찾고 이를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정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