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청룡사 대웅전에 봉안된 소조석가여래삼존상으로, 불상 내부에서 푸른 비단에 붉은색 글씨로 적힌 발원문 4매와 『묘법연화경권(妙法蓮華經)』권4가 발견되었다. 발원문에는 제작시기와 불상 조성에 관여한 승려의 소임과 이름, 화원 명단이 적혀 있는데, 이 기록을 통해 1603년 8월 수조각승 광원(廣圓)에 의해 제작되었음이 밝혀졌다. 조성시기와 제작자가 명확한 임진왜란 이후 17세기 초반의 작품으로 중요하다.
이 석가여래삼존상은 17세기 불상들 중 가장 이른 소조불상으로,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서 있다. 내부에서 발견된 발원문을 통해 광원과 그 아래 만주(萬珠), 유일(有一), 이금정(李今貞), 각통(覺通), 정현(晶玄) 등 여러 승려 장인과 함께 일반 장인도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례적인 예라 하겠다. 이들 모두 다른 작품 활동 사례는 보이지 않아 전승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은 짧은 신체와 큰 머리, 좁은 어깨, 턱 부분으로 좁아지는 갸름한 얼굴, 율동적이고 입체감 있는 옷 주름, 왼쪽 손 아래 세 잎 모양의 나뭇잎처럼 표현된 옷자락 등이 특징이다.
석가여래상은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엄지와 맞대었고 오른손은 무릎 위에 살짝 내려놓은 항마촉지인을 취하였다. 그리고 곧고 당당한 자세로 앉아 있으며 무릎이 높아 신체비례가 알맞다. 머리는 낮고 나발은 크고 듬성하며 정수리에 정상계주를 표현하였다. 턱이 좁은 역삼각형의 얼굴은 눈두덩이가 두텁고 좌우로 기다란 눈, 이마와 연결되는 편평한 콧등, 돌출된 인중,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작은 입 등의 표현으로 날카로우면서도 미소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착의법은 변형 편단우견식으로 대의를 걸쳤는데 왼쪽 팔을 드러내었고 밋밋한 가슴 아래에는 연꽃잎으로 유연하게 주름잡은 승각기가 보인다. 오른쪽 어깨를 덮은 대의 옷주름이나 왼쪽 팔목 아래로 무릎에 드리운 넓은 나뭇잎형 옷자락, 두 다리 사이의 옷주름 등은 볼륨감있게 굴곡지면서도 번잡한 양상을 띤다.
좌우의 보살상들은 머리가 크고 신체 길이가 짧아 불균형한 신체비례를 보인다. 곧은 자세로 서 있는 보살들의 얼굴 표현은 본존불상과 유사하다. 여래상과 달리 머리에는 꽃과 화염보주가 화려하게 장식된 높은 보관을 썼고 정수리에 높은 상투머리가 올라가며 어깨 위로 머리카락이 굴곡지게 흘러내린다. 또한 귀에는 귀를 감싼 띠형 귀걸이, 가슴에는 큼직하고 둥근 꽃무늬가 장식된 목걸이, 팔에는 둥글고 간략하 팔찌를 착용하였다.
착의법도 좌협시인 문수보살상은 어깨 위로 숄(shawl)형 천의를 걸쳤고 우협시인 보현보살상은 편삼 위에 대의를 걸친 변형 통견식으로 착용하여 본존불상과 차별화하였다. 두 보살상의 옷 입는 형식은 다르지만 옷주름 표현은 볼륨감과 번잡함이 유사하다. 또한 두 보살상 모두 가슴 아래로 승각기가 보이고 이를 묶은 띠 매듭이 두 가닥으로 짧게 드리운다. 이러한 좌상의 본존과 입상의 보살상이라는 삼존상 구성에서 보살상의 착의 형식이 다른 불상으로는 1610년 여주 신륵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보물, 2012년 지정), 원래 세트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1620년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목조보살입상과 의정부 약수선원 목조보살입상, 1630년 후반경 작품인 여수 흥국사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등이 있다.
안성 청룡사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은 1603년에 제작되었으며 역삼각형의 독특한 상호와 볼륨감 있는 옷주름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수가 적은 17세기 초반의 불상인 점과 조각승 광원의 유일한 불상이라는 점에서 17세기 불교 조각의 태동과 변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