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작품집 『순이삼촌』(1979)에 수록되어 있다. 이 소설은 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려 고향에 들른 서술자 ‘나’가 친척 아주머니인 ‘순이 삼촌’(제주도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흔히 삼촌이라 불러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작품에서 설명하고 있다.)이 죽은 것을 아는 데서 시작되어 그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30년 전 제주도에서 있었던 비극적 사건의 한가운데서 두 자식을 잃고 천행으로 살아남았으나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고 평생을 신경 쇠약과 환청에 시달리며, 그 비극의 현장인 자신의 ‘옴팡밭’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으나 결국 실패하고 자살하였던 것이다.
소설의 전개를 따라 그녀가 무엇 때문에 자살했는가가 드러나는 한편, 제주도 4.3 항쟁 당시 제주도민들이 겪었던 비극의 실상이 서술자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회상과 증언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그 핵심은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그 비극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이는 오랜 세월 제주도민들을 억눌러 온 반공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증언하는 것이다.
「순이삼촌」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자신이 일구던 밭에서 생을 마감한 ‘순이 삼촌’의 자살 원인을 찾아 나아가는 ‘의문-추적’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형식은 어둠 속에 묻혔던 제주도 4.3 항쟁의 실상에 대한 객관적 탐구의 첫 걸음인 이 작품의 의의를 집약한다. 이 형식은 동시에 이데올로기적인 금제에 막혀 왜곡되고 은폐되었던 우리 근현대사의 안쪽에 대한 객관적 탐구를, 나아가서는 금기를 뚫고 진실의 규명에 나아가려는 모든 지향을 추동하는 실천의 형식이다. 「순이삼촌」의 이 의문-추적의 형식은 지난 8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과거 탐구의 작업과 금기의 해체 작업을 앞서 이끄는 사상사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순이삼촌」은 현기영 소설의 문체 변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현기영 초기 소설의 문체는 현기영 문학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는 다르게 대단히 화려한데 이 같은 문체적 특성은 「순이삼촌」을 경계로 현저하게 약화되고 대상의 사실적 재현에 주력하는 절제된 건조체가 지배적인 문체로 자리 잡는다. 이 또한 숨겨지거나 왜곡된 진실을 탐구해 드러내어야 한다는 작가정신의 소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