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古無新). 경상남도 울주 출생.
1970년고려대학 경영대학원을 수료하였다. 1957년『사상계(思想界)』에 시 「나」로 신인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에 「소」, 「창(窓)」, 「벽」, 「양(羊)」, 「양지(陽地)」 등이 있고, 시집에 『조국(祖國)의 노래』(50), 『습지(濕地)』(61), 『양지(陽地)』(67), 『한알의 씨앗을 위하여』(71) 등이 있다. 동아대학(東亞大學) 강사와 『자유공론(自由公論)』 편집국장을 역임하였다. 〈100인문학회(百人文學會)〉동인이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고무신 선생은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 그러나 1937년에 일본이 일으킨 중일전쟁(만주사변)으로 징병을 당해 만주로 가게 된다. 학업을 중단하고 전쟁터에 끌려간다. 이런 체험때문인지 읽어본 몇 편의 시는 매우 우울하다. 「기도」라는 시는 당시 선생이 징병 당하고 겪게 된 집안사정이 잘 나온다. 시에서도 보이듯 식민지민으로 ‘용병’이 되어 가기 싫은 전쟁터를 가는 처참함은 설명할 길이 없다. 그의 시는 온전하게 받아낼 수도 거부할 수도 없었던 어린시절의 그 상처를 잘 보여준다.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고 만주에서 귀국 했으나 꿈 많던 청춘은 인생의 주소를 잃어버렸다. 그 방황과 좌절의 실마리를 헤아릴 수 있는 시가 있다. 삶을 두고 쓴 「인생론」이란 시를 보면 부도덕한 권력에 밀려 개인의 인생이 막연해져버린 것이 잘 드러난다. 사람들이 다들 보고 간 연극을 맨 뒷자리에 끼어 앉아 본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요약해 제시한 명사들, “사랑, 밀어, 고뇌, 희열, 슬픔, 미움” 이 모든 것이 시인에게는 “끈이 떨어진 연(鳶)”이 되고 말았다. 팔목에 묶다가 놓쳐버린 풍선은 어느 하늘을 떠다니는지 알 수도 없다. 누구의 인생이든 심각한 한편의 드라마로 진행되는 것이야 동일하지만 고무신 선생의 인생은 끈을 놓은 연과 풍선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고무신 선생은 장수하지 못했다. 청년시절 정신과 육체가 황폐해진 영향이었을지, 시 쓰는 일로 마음이 몹시 힘들어서 그런지 쉰 넷으로 작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