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천화상송증도가』에 기입되어 있는 여러 구결 자료 중, 여말선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3종의 음독구결 자료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당나라 승려 현각(玄覺)이 지은 『증도가(證道歌)』에 송나라의 남명선사 법천(法泉)이 각 구절마다 그 뜻을 풀어 설명한 책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들어와 여러 차례나 간행된 기록이 있고, 현존하는 간본들도 11세기 말부터 16세기까지 다양한 자료들이 전하고 있다.
『증도가』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자료는 1239년 활자본을 번각(飜刻)한 간본들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1232년 강화도 천도 이전에 활자본으로 간행된 적이 있지만 현재 전하지 않기 때문에, 활자본을 목판본으로 번각한 1239년 간본들이 남아 있어 문헌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239년에 활자본을 번각한 계열의 자료로는 현재 ‘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본’(보물, 1984년 지정), ‘울산 대성암 소장본’(구 박동섭본, 구 안동본), ‘사찰 개인 소장본’, ‘대구 개인소장본’(김병구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 ‘문수사 소장본’ 등이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삼성출판박물관 소장본을 제외한 나머지 문헌들에는 모두 구결이 기입되어 있다.
‘대성암 소장본’, ‘사찰 개인 소장본’, ‘장서각 소장본’ 3종은 여말선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형의 음독구결이 기입되어 있고, 나머지 자료는 한글 언해 이후의 것으로 보이는 구결이 달려 있다.
대표적으로 ‘대성암 소장본’의 구결을 살펴보면, 명사적 기능을 갖는 ‘(ᄂᆞ)’의 출현, 절 접속의 기능을 하는 동명사어미 ‘-(은)’과 연결어미의 기능을 갖는 ‘(은여)’의 출현, 명사적 용법을 갖는 동명사어미 ‘-(으ᇙ)’의 출현 등이 특징적이다. 또한 ‘(호니여), (고여)’와 같이 다른 구결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형태들도 확인되며, 조건절에 나타내는 ‘(ᄒᆞ며히)’도 확인된다.
여말선초 시대의 음독구결은 고려시대 석독구결과 15세기 언해 자료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더욱이 『증도가』는 1482년에 간행된 『남명집언해』까지 전하고 있어 구결 해독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간적 흐름에 따른 언어 변화까지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