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망경노사나불보살심지계품』은 권10의 하권이 별도의 책처럼 유통되었다. 이 중 고려시대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5종의 자료에 고려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독구결이 달려 있다.
『범망경』은 112권 61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기록상의 정보일 뿐이고, 경 전체가 실제로 전하지는 않는다. 대신 보살이 지켜야 하는 계율을 설명한 『범망경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 제10권의 하권이 별도의 독립된 경처럼 간행되어 『범망경보살계』라는 약칭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널리 유통되었다.
가장 오래된『범망경보살계』는 1306년에 간행된 것으로, 현재 ‘엄인섭 소장(가)·(나)본’과 ‘국립도서관 소장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보물, 1992년 지정)’, ‘계명대학교 소장본’ 등이 있는데 여기에는 모두 음독구결이 달려 있다.
‘엄인섭 (가)본’과 ‘국립중앙도서관본’, ‘장서각 소장본’의 구결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엄인섭본’이 가장 고형의 구결을 반영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국립도서관본’, 다음으로는 ‘장서각 소장본’의 순서로 나타난다.
세 구결에 나타나는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라ᄒᆞᆫ)’, ‘(ᄒᆞ야ᄒᆞᆫ)’, ‘(ᄒᆞ샤ᄒᆞᆫ)’과 같이 절 접속의 기능을 갖는 동명사어미 ‘-(ㄴ)’이 나타나고, ‘(ᄒᆞ(ㄴ)ᄂᆞᆯ)’, ‘(ᄒᆞ논ᄂᆞ로)’와 같이 명사적 기능을 갖는 ‘(ᄂᆞ)’가 나타나며, ‘(ᄒᆞ드라)’, ‘(ᄒᆞ드라)’와 같이 과거시제 선어말어미 ‘-더-’의 선대형인 ‘-드-’가 확인되는데, 이런 현상은 후대 음독구결에선 볼 수 없는 특징들이다. 더욱이 ‘엄인섭본’과 ‘국립중앙도서관본’에는 향가와 이두 자료에서만 발견되었던 주격조사 ‘(익)’, ‘(릭)’이 사용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밖에도 비유 구문에서 15세기 ‘ᄃᆞᆺᄒᆞ다’의 선대형인, ‘(딧ᄒᆞ)’, ‘(딧ᄒᆞ)’가 사용된 점이나, ‘당지(當知:반드시 알아라)’로 시작되는 구문에서 도치된 목적어절에 ‘(은ᄃᆞ여)’, ‘(은ᄃᆞᆯ여)’가 현토된 점, 석독구결에 나타나는 조건의 연결어미 ‘-(고ᄀᆞᆫ)’, ‘-(아ᄀᆞᆫ)’이 사용되고 조건절에서 ‘(호ᇙ여긘)’, ‘(혼여긘)’이 사용된 점, 나열 구문에 ‘(여)’가 사용된 점, 선어말어미 ‘-오-’가 ‘ᄒᆞ-’ 뒤에서 ‘(요)’로 교체된 형태로 나타나는 점 등이 여말선초 구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