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발견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주본(新羅白紙墨書大方廣佛花嚴經 周本)은 현재 2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축은 권1부터 권10까지, 나머지 한 축은 앞부분이 없어졌지만, 권44부터 권50까지 실려 있는 까닭에 80권이 10권씩 8축으로 조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각 축의 끝부분에는 조성기(造成記)가 이두식 표현의 문장으로 적혀 있는데, 두 조성기는 내용상으로는 일치하지만, 지면이 남아 있는 크기로 인하여 14행과 26행이라는 형식상의 차이가 보인다. 그러나 필체는 모두 일치하여 한 사람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사경(寫經) 작업의 경과, 발원(發願), 사경 작업, 서원시(誓願詩), 열함(列銜) 등의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경덕왕 13년(754)에 연기법사(緣起法師)가 간행을 시작하여 다음해인 755년에 완성한 것으로, 사경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19명의 사람에 대해 자세히 적고, 사경 제작 방법과 그에 따른 의식 절차를 적은 간행 기록이 남아 있다.
한문 성구가 들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우리말의 어순으로 되어 있고, 토를 제외하면 모두 표의자(表意字)로 된 이두식 문장으로 되어 있다. 이는 사경이 신라 시대부터 경전 신앙의 차원에서 성립되었음을 알려 주는 중요한 내용이다.
발원 부분에는 사경의 목적을 은혜를 주신 아버님을 위하고, 법계의 일체 중생이 모두 성불(成佛)하기 위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사경 작업에는 닥나무의 재배, 여러 장인의 자세, 사경처(寫經處)로의 행진, 서경(書經) 전의 의식과 서경 등의 절차를 기술하면서 각 절차마다 순정법(淳淨法)을 기술하고 있다. 열함 부분에는 사경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인적 사항이 적혀 있다.
국어사와 역사학의 중요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두식 표현의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어 8세기 신라 시대의 언어 상태가 확인되며, ‘列銜(열함)’에는 사경 작업 시의 역할, 출신 지역, 직위, 성명 등의 인적 사항이 적혀 있어 8세기 신라 사회의 역사적 특성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