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79행이다. 전체 내용은 서사, 본사, 결사의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엄경소초중간조연서(華嚴經䟽鈔重刊助緣序)』(필사본,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에 「장안걸식가」와 함께 순 한글 표기로 실려 있다. 원제목은 ‘대방광불화엄경판각광대모연가’이다.
『화엄경』의 내용과 가치 및 판각의 의의를 드러낸 불교가사이다. 남호영기(1820∼1872)가 1855년 봉은사에서 『화엄경』(원제 대방광불화엄경소초)을 중간(重刊)할 때 한문보다 국문에 더 친숙한 대중을 위해 그 취지를 알리고, 동시에 모연(募緣)을 위해 지은 것이다. 서사(1∼34행)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으로 말미암아 오탁악세에 빠져 만반고초를 받다가 다행히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육신에 애착하여 믿음 없이 살아가는 인간의 면모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제시하였다. 본사(35∼65행)는 세 단락으로 나누어지는데, 첫째 단락은 부처의 설법 중에 『화엄경』이 으뜸이라 하면서 그 가치를 반복하여 제시한 부분이고, 둘째 단락은 『화엄경』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주요 개념을 8∼9개(과철인원, 인행과위, 칠처팔회 등) 나열하여 교리를 압축적으로 전달한 부분이며, 셋째 단락은 판각 공덕의 가치를 역설한 부분이다. 본사의 3단 구성은 불교 경전의 3단 구성(서분─정종분─유통분)을 차용한 것이다. 결사(66∼79행)는 청자에게 판각 공덕에 참여하여 극락왕생하자고 권유하는 내용이다.
남호영기는 생애의 대부분을 불서의 판각과 유포에 헌신한 교학승으로 『요해아미타경』 『십육관경』 『연종보감』 및 『화엄경』 80권을 간행하였다. 「광대모연가」 창작의 계기가 된 『화엄경』은 현재에도 봉은사의 장경각인 판전(板殿)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19세기에 「회심곡」류의 가사만 보급된 것이 아니라, 경전 탐구를 일생의 목표로 삼은 교학승에 의해 경전의 구조와 내용을 반영한 가사가 창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사에는 같은 시기에 창작된 동화축전(東化竺典, 1825∼1854년 추정)의 「권왕가」가 있다. 이들 작품은 19세기 중엽부터 가사 장르를 통해 경전을 대중에게 전파하던 천주교와 동학의 가사활용 양상과 같은 불교계의 작품으로 주목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19세기 종교가사의 한 경향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