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담은 중국에 전래된 인도 범자를 총칭하는 불교 용어이다. 실담은 인도의 싯다마트리카(Siddham?t?k?) 문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문자가 중국에 들어와 실담이란 말로 정착되었다. 실담이란 말이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계기는 당대(唐代)에 지광(智廣: 760-830?)의 『실담자기(悉曇字記)』에서 기인한다. 『실담자기』는 인도의 범자에 대한 문법적 설명으로, 발음과 관련된 음성 법칙과 문자의 결합 법칙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 책이다. 조선 시대에 간행된 『진언집』에는 실담 범자의 발음과 범자의 사상적 의미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전하고 있다.
실담(悉曇)이란 범어 Siddham의 음역으로, 성취 · 완성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범어 문자의 역사에서 실담은 인도의 싯다마트리카(Siddhamātṛkā) 문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문자가 중국에 들어와 실담이란 말로 정착된 것이다.
실담은 인도에서 중국에 전래된 범어 문자를 총칭하며,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당대(唐代)에 지광(智廣: 760-830?)의 『실담자기(悉曇字記)』[대정신수대장경(이하 大正藏) No.2132]가 저술되고, 이 책이 일본에 전해져 오늘날 실담학을 이루는 모체가 되었다.
인도 고전어인 범어(梵語) 즉 산스크리트어를 표기하는 문자는 마우리야 왕조 3대왕인 아쇼카왕 때 사용된 아쇼카 문자가 최초이며, 이 아쇼카 문자 가운데서도 아쇼카브라흐미(Aśoka Brāhmī) 문자가 후대 인도 범자의 모태가 되었다.
아쇼카 문자 이후 각각의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종의 문자가 만들어졌고, 싯다마트리카 문자는 4세기경 굽타왕조 때 만들어진 굽타 문자에 이어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인도의 문자는 불교의 동아시아 전래와 함께 중국으로 전해졌으며, 중국에서는 상당히 초기부터 실담이란 말로 인도의 문자를 불렀다. 곧 인도의 범어 문자로 기록된 불교 경전이 중국에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인도의 문자는 실담이란 말로 총칭되었고, 더불어 이 실담의 범어 문자와 한자를 대비하여 불교의 용어를 기록한 『번범어(飜梵語)』(대정신수대장경[이하 대정장] No.2130), 『당범문자(唐梵文字)』(대정장 No.2134)와 같은 책들도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 실담이란 말이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승려 지광이 『실담자기』를 저술한데 기인한다.
이 『실담자기』는 인도의 범자 즉 실담 범자에 대한 문법적 설명으로 발음과 관련된 음성 법칙과 문자의 결합 법칙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오늘날 산스크리트 문법책에서 보는 다양한 단어의 격 변화나 동사 등의 활용 법칙 같은 것은 기술되어 있지 않지만, 표의문자인 중국어로서 표음문자인 범어의 음운체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음성학적 체계를 갖는 이 실담 범자에 대해 『실담자기』는 전체 18장에 걸쳐 발음과 문자의 결합 체계를 밝히고 있다. 이 18장은 자음과 모음의 결합에 의한 발음상의 구분을 전제로, 각 장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제1장 가가장(迦迦章), 제2장 기야기야장(枳也枳也章), 제3장 가략가략장(迦略迦略章), 제4장 가라가라장(迦攞迦攞章), 제5장 가부가부장(迦嚩迦嚩章), 제6장 가마가마장(迦麽迦麽章), 제7장 가나가나장(迦那迦那章), 제8장 아륵아륵장(阿勒阿勒章), 제9장 아륵기야장(阿勒枳耶章), 제10장 아륵가략장(阿勒迦略章), 제11장 아륵가라장(阿勒迦攞章), 제12장 아륵가부장(阿勒迦嚩章), 제13장 아륵가마장(阿勒迦麽章), 제14장 아륵가나장(阿勒迦那章), 제15장 앙가장(盎迦章), 제16장 글리장(訖里章), 제17장 아색가장(阿索迦章), 제18장 아파다장(阿波多章).
이 『실담자기』가 동아시아의 언어학상 혹은 음성학상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 책이 일본으로 전해져 다수의 연구서가 등장하는 계기를 만든데 있다. 일본의 진언종의 개조 공해(空海: 774-835)는 중국에 유학하며 이 책을 입수하여 일본에 가지고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유학한 일본 천태종의 개조 최징(最澄: 767-822)도 일본에 돌아가 공해가 가지고 온 『실담자기』를 빌려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진언종에서는 공해 이후 이 『실담자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무려 수십 종에 이르는 『실담자기』의 주석서가 나타나게 된다. 곧 실담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로서 ‘실담학(悉曇學)’이 정립되기에 이른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실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적으로 일본의 실담학에 의존해야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실담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오늘날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동아시아에서 실담학이 『실담자기』를 중심으로 연구 전승된 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실담자기』의 전적이 전해진 예는 없지만 그 대신 실담 범자를 연구한 전통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선시대에 간행된 『진언집(眞言集)』으로, 이 『진언집』에는 실담 범자의 발음과 범자의 사상적 의미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전하고 있다. 『진언집』에서 실담 범자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통일신라, 고려시대를 통해 실담 문자에 대한 연구 내지는 서사의 전통이 있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진언집』으로 현존하는 것은 1569년에 간행된 안심사본 『진언집』이며, 이후 1800년 망월사본 『진언집』 간행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진언집』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의 실담 연구가 총체적으로 완성된 형태는 망월사본 『진언집』으로, 이 망월사본의 범자 설명은 1777년 간행된 만연사본 『진언집』을 총체적으로 수정하여 완성된 실담 연구의 총집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망월사본 『진언집』에 나타나는 범자의 자음과 모음을 살펴보면, 모음은 모두 16자로 12전성(轉聲)과 4조음(助音)으로 구분되며, 자음은 5음과 9초음(超音)으로 이루어지고 5음은 아음(牙音), 치음(齒音), 설음(舌音), 후음(喉音), 순음(脣音)의 다섯으로 나뉘어진다.
이 『진언집』에서의 자모에 대한 설명을 앞서 『실담자기』의 설명법과 비교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진언집 | 실담자기 | ||
---|---|---|---|
모음 | 12전성 | 통(通)마다 | 마다(摩多) |
4조음 | 별(別)마다 | ||
자음 | 아음 | 오류성(五類聲)1구(아성) | 체문(體文) |
치음 | 오류성2구(치성) | ||
설음 | 오류성3구(설성) | ||
후음 | 오류성4구(후성) | ||
순음 | 오류성5구(순성) | ||
9초음 | 편구성(遍口聲) | ||
〈표〉 |
실담은 중국에 전래된 범어 문자의 총칭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글자의 사용과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국에서의 실담 범자에 대한 연구 전승은 아마도 조선시대 한글의 창제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실제 『실담자기』에서 보이는 음성학적인 설명이 『진언집』에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며, 진언다라니의 한글 표기도 상당히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한글 창제 당시 이러한 실담 범자의 전승된 연구를 충분히 참고하며 한글 창제에 응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