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첩 ()

회화
개념
조선시대에 서화나 자수를 족자, 액자, 병풍, 서첩 따위로 꾸며 실용성과 보존성을 높이는 서화처리기법. 장황(粧潢).
정의
조선시대에 서화나 자수를 족자, 액자, 병풍, 서첩 따위로 꾸며 실용성과 보존성을 높이는 서화처리기법. 장황(粧潢).
개설

배첩(褙貼)의 뜻을 풀이해 보면 ‘뒷면[背]에 옷[衤]을 입힌다[貼]’는 뜻으로, 그림이나 글씨 등 서화의 뒷면에 종이를 덧붙여 두루마리·족자·병풍·책·첩 등의 다양한 형태로 꾸민다는 의미이며, 배첩 작업을 하는 장인을 배첩장(褙貼匠)이라고 한다. 현대에는 무형문화재 분야에 배첩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장인을 배첩장으로 지정하고 있다. 배첩과 비슷한 용어로 장황(粧潢·粧䌙·裝潢)이 있다.

연원 및 변천

일반적으로 서화의 바탕 재료는 주로 종이[紙]와 비단[絹]이다. 이러한 재료들은 쉽게 구겨지거나 찢어지고 좀과 같은 각종 벌레의 먹이가 되며, 쥐가 갉아먹어 없어지기도 한다. 또한 습기와 곰팡이로 말미암아 훼손되기 쉬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산화되는 등 물리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물리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배첩이 시작되었으며, 여기에 보관이나 수장(收藏)을 위하여 좀 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고안하게 되고, 완상(琓賞)을 위하여 보다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미적 욕구가 더해져 족자·병풍·두루마리·첩·서적 등의 다양한 형태가 생겨났다.

내용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한주(寒洲) 이진상(李震相, 1818∼1886)은 “필적을 후대에 전하고자 일일이 수합하고 배첩하여 보배롭게 만들어 보관하였는데, 아버님께서 필사한 서책들도 그렇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어, 배첩의 과정을 통해 필적 등을 보다 소중히 정리하고 보관할 수 있다는 선조들의 인식을 살필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배첩은 손상되고 훼손된 서화를 보존하고 복원하여 다시 되살리는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전통시대에는 어진을 그려 봉안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적 사업의 하나였으며, 제작된 어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봉심(奉審)하여 상태를 살피고 훼손된 곳이 발견되면 이를 고치거나 보존 처리를 하였는데 이러한 수보(修補)에 관한 일이 바로 배첩의 업무 중 하나였다.

『승정원일기』 1670년(현종 11) 2월 14일의 기사에서 “선대의 어진이 봉안된 남별전에 화원 이유탄(李惟坦)과 함제건(咸悌健) 및 배첩장 박무선(朴武善) 등이 함께 가서 어진의 상태를 살피고 훼손된 부분을 수보하겠다.”고 보고한 내용과, 동년 2월 26일에 “도감에서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배첩장과 화원 등이 어진의 상태를 살핀 결과 어용(御容)의 양 미간 사이와 오른쪽 눈 하단부 등에 손상된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정축개장등록』에 따라 보수하겠다.”고 보고한 내용 등을 통해 볼 때, 조선시대의 배첩장은 어진의 상태를 살피는 봉심과 훼손된 어진을 수보하는 일을 담당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첩이 손상된 서화를 다시 되살리는 복원 작업을 포함한다는 것은 약헌(約軒) 홍현주(洪顯周, 1793∼1865)의 시문집에 기록된 방효량(方孝良)의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화 수집이 취미였던 홍현주가 서화벽을 가진 자신과 배첩(장황)벽을 가진 방효량에 대하여 쓴 글에서 방효량은 그림에 안목이 있을 뿐 아니라, 심하게 손상된 옛 서화를 고치는 것에 힘쓰고 배첩의 재료로 사용되는 풀을 손수 제조하였으며, 눈대중으로 치수를 가늠해도 정확히 맞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소유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오늘날까지 전통시대의 서화가 온전히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바로 배첩이라는 옷을 입었던 때문이며, 손상되거나 훼손된 서화는 다시 배첩하는 재배첩(再褙貼)의 과정을 거쳐 그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배첩장』(국립문화재연구소, 민속원, 2013)
『꾸밈과 갖춤의 예술, 장황』(국립고궁박물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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