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는 인삼을 농경 작물로 재배하는 기술과 인삼의 효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약재를 개발하고 이를 복용하는 모든 문화이다. 인삼은 삼국시대부터 우리나라 주요 특산물이었으며 조선 후기에 가삼이 주요 상품이 되었고 이후 홍삼으로 가공되면서 대표 약재가 되었다. 인삼의 생태적 특성을 바탕으로 인삼 재배의 다양한 전통 지식이 전승되고 있으며, 인삼을 가공, 변형하여 다양한 건강식품으로 만드는 기술도 전승된다. 인삼의 주요 재배지는 강화, 금산, 풍기 등이며, 인삼을 약용으로 활용하는 기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 양(梁)나라 도홍경(陶弘景)이 저술한 『명의별록(名醫別錄)』에 백제 무령왕(武寧王)이 양나라 무제(武帝)에게 인삼을 선물하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인삼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려시대에 인삼은 중국에 바치는 중요한 예물이었고, 조선시대에는 공납제의 주요 대상이었다. 17~18세기에 인삼의 공급이 부족하자 가삼(家蔘: 일명 장뇌삼)이라고 하여 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다. 개성이 인삼 재배의 대표적인 곳이었지만 현재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충청남도 금산군, 경상북도 풍기군(지금의 경상북도 영주시)이 주요 산지가 되었다. 기후 온난화에 따라 경기도 파주시, 김포시, 포천시 등지에서도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인삼이 가진 뛰어난 약효로 인해 인삼을 가공하여 약용 식품으로 섭취한 것은 오래되어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인삼은 재배하는 방식에 따라 밭삼과 논삼으로 나뉜다. 금산과 강화는 밭삼이 보편적이었고 풍기는 논삼을 주로 재배하였다. 이것은 기후, 토양, 재배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인삼은 5~6년 동안의 경작 기간이 필요한데 한 번 인삼을 재배한 곳에서는 다시 인삼을 심을 수 없다. 따라서 인삼 재배에서는 새로운 경작지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 강화에서도 논삼을 재배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는데 경작할 밭의 부족으로 인해 변화가 생겼다.
또한 인삼은 이식법과 직파법 두 가지 재배 기법이 있다. 이식법은 인삼밭에 인삼 씨를 뿌려 1년을 기른 후 다시 이를 본밭에 이식하여 심는 것으로 주로 강화에서 이어진다. 이식법으로 재배한 인삼은 모양이 투박한 반면 약효가 매우 뛰어나다. 재배 기간이 6년이 걸리기 때문에 경제성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직파법은 인삼밭에 씨를 뿌리고 이를 4년 이상 재배하는 것으로 풍기, 금산 등지가 중심이 되고 현재 많은 지역에서 따른다. 직파법으로 재배한 인삼은 모양이 크고 깨끗하여 소비자에게는 이식법 인삼보다 인기가 높아 경제성이 뛰어나다.
인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경작지의 선택과 조성부터 인삼 파종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은 모두 대대로 인삼을 재배하면서 이어진 것으로 국가에서 인삼 재배와 약용 문화를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전통 지식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삼밭 조성은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을 보아 인삼집을 짓고 이랑을 만든다. 나침판을 놓고 나침판의 진(辰)과 술(戌) 방향으로 방향을 잡으면 좋다. 인삼 성장의 최적 온도는 26~28℃이다.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인삼 재배지는 점점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삼밭 조성을 위해서는 말장을 설치하고 이엉으로 지붕을 만들고 물 빠짐을 신경 쓰는 등 상당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5월에 파란 열매를 맺고, 7월이 되면 붉게 익는 인삼 열매를 ‘딸’이라 부르는데 이를 채취하여 자루에 넣은 후 발로 밟거나 바닥에 문질러 과육을 벗긴 씨앗만을 밭에 심고 3개월 동안 물을 주면 입동 무렵 씨앗이 벌어진다. 이를 ‘개갑’이라고 한다. 개갑된 씨앗은 인삼밭에 심는다.
홍삼용 인삼과 백삼용 인삼은 밭에 심는 간격과 동일 평수에 심는 숫자도 달랐고 재배 기법도 달랐다. 직파삼은 4년, 이식삼은 6년이 되면 수확을 한다. 수확한 인삼은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선별을 해서 상품화한다. 지역마다 수확한 인삼을 부르는 명칭이 여럿 전승된다. 강화의 경우에는 크기에 따라 실삼계, 소삼계, 중삼계, 대삼계로 굵기에 따라 ‘믹사, 소, 중, 대, 특대, 왕대, 왕왕대’로 나누었고, 등급이 떨어지는 삼도 ‘황소, 황중, 황대, 황특, 황왕’으로, 못 생긴 삼도 ‘콩콩난, 콩난, 장난, 소난, 중난, 대난, 왕난, 특난’으로 나누었다. 깨어져 못 쓰는 삼은 ‘파삼’이라 하였다. 이처럼 인삼 재배에는 다양한 전통 지식이 있어 무형유산 지정의 이유가 된 것이다.
인삼이 한국인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인삼이 가진 약효 때문이다. 여전히 인삼을 건강 식품이라고 여겨 인삼 산지에서는 수삼이 대량 유통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수삼을 구입하여 식용이나 약용으로 먹고 있으며, 홍삼으로 가공한 제품도 여럿 판매되고 있다. 지역마다 인삼을 나름대로 가공한 흑삼, 흑홍삼 등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삼주, 인삼정과, 인삼 사탕 등으로까지 가공되어 판매되고 있다. 인삼차, 인삼미음 등은 지금도 건강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인삼 볶음밥, 인삼튀김, 인삼 주먹밥, 인삼 약고추장, 인삼 요거트 등도 시판되고 있다. 인삼 재배의 한계를 넘어서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경삼, 새싹삼을 재배하는 것도 인삼이 가진 약용을 활용한 예이다.
최근 인삼 재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첫째는 연작이 어려운 인삼의 특성상 경작지 확보의 어려움이다. 다음으로 인삼 재배 농가의 고령화와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다. 이에 따라 인삼을 재배하는 과정에 필요한 전통 지식이 단절되어 효과적인 인삼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삼은 기후에 민감한 식물이다. 지구온난화와 잦은 자연 재해는 한반도에서 인삼 재배를 점차 어렵게 하고 있다. 강화에서 새로운 경작지를 찾기 위해 러시아 연해주를 찾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인삼 재배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은 되었지만 새로운 활로 모색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