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정당 ()

정치
개념
보통 선거권의 확대와 함께 다수 대중을 당원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게 되자 전국적 수준에서 중앙 집권화된 관료제 형태의 조직을 갖추고 이념을 중시하면서 등장한 정당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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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대중정당은 보통 선거권의 확대와 함께 다수의 대중을 당원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게 되자 전국적 수준에서 중앙 집권화된 관료제 형태의 조직을 갖추고 이념을 중시하면서 등장한 정당의 유형이다. ‘대중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대중정당이 등장하면서 정치의 중심이 의원 개인에서 정당으로 바뀌게 되었다. 대중정당은 특정한 사회 계층이나 집단에 지지를 호소하는 특징을 갖는데, 2차 세계대전 후 복지국가의 등장과 함께 계급 균열이 완화되면서 대중정당은 점차 포괄 정당으로 변모해 갔다.

정의
보통 선거권의 확대와 함께 다수 대중을 당원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게 되자 전국적 수준에서 중앙 집권화된 관료제 형태의 조직을 갖추고 이념을 중시하면서 등장한 정당의 유형.
연원

근대 정당(政黨)의 초기 형태는 ‘엘리트(elite) 정당’이었다. 간부 정당(幹部政黨)이라고도 불리는 엘리트 정당은 보통 선거권(普通選擧權)이 확대되기 전에 소수의 명망가(名望家)들 위주로 구성된 정당을 말한다. 엘리트 정당은 당원의 확장을 꾀하지 않았으며, 분권적(分權的)이고 느슨한 조직 형태를 보였다. 따라서 의원들의 자율성이 크고 중앙당(中央黨)의 권한은 제한적이었다. 또한 의원들은 정치활동이나 선거 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였다. 그러나 보통 선거권이 확대되고 유권자(有權者) 수가 급격히 늘어남으로써 의원들은 지역에 존재하는 선거 위원회(選擧委員會)를 중심으로 당 조직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대중 민주주의(大衆民主主義)’ 시대가 오면서 정치의 중심이 의원 개인에서 정당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대중정당(大衆政黨)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내용

대중정당은 의회 바깥에서 먼저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갖는다. 선거권도 없이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되었던 노동자들이 직접 투표권(投票權)을 행사할 수 있게 되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당이라는 조직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엘리트 정당의 조직적 특성이 간부 회의라고 불리는 코커스(caucus) 중심이라면 대중정당은 지역의 당 조직인 지구당(地區黨, branch)이 중심이다. 지구당은 다수 당원의 참여를 전제로 하며, 지도부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자율성이 강한 코커스에 비해 지구당 조직은 중앙당의 통제를 받고 당 조직 운영 역시 위계적이다. 대중정당에는 상시적(常時的)인 당의 상근 인력이 존재하며, 이들이 관료제(官僚制)적 당 운영을 폭넓게 뒷받침한다. 의원을 비롯해 공직에 선출된 이들은 선출 절차를 통해 단지 대표성을 위임받은 존재로 간주될 뿐, 의회 밖에 있는 지도부의 통제에 따른다. 즉, 원내 정당(院內政黨)보다 원외 정당(院外政黨)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이다.

대중정당에서 당원들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중정당이라는 명칭 자체가 ‘당원 대중’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기도 하다. 당원은 당과 유권자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이자 선거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중정당에서 선거 운동은 당원들의 자발적 봉사를 통해 이뤄지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지역의 밑바닥을 훑고 다니며 표를 긁어 모으는 보병(步兵)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당원들은 당비(黨費)를 납부함으로써 당의 재정적 원천이 되기도 한다. 대중정당은 기본적으로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되는 것이다. 일상적인 당 활동은 물론 선거 운동에 필요한 자금도 대부분 당비로 충당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당원 중심성’은 대중정당의 또 다른 특징이다.

또한, 대중정당은 특정한 사회 계층이나 집단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이념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자신의 주요 지지 기반이 되는 집단에게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강한 결속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사회주의(社會主義) 혹은 사회 민주주의(社會民主主義) 이념을 기반으로 한 노동당(勞動黨), 사민당(社民黨) 등이다. 이들 정당들에서는 당원들이 당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해서 세계관(世界觀)을 형성하며, 당의 적극적 활동가들일수록 이념 성향이 더 강하다. 대중정당들은 각 정당의 기반이 되는 이념에서 차별성을 띠기 때문에 정당 간 경쟁이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대중정당이 활성화 되었던 시기는 정당 간의 이데올로기 경쟁이 치열하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엘리트 정당이 간부를 중심으로 한 명망가들 위주로 정치적 충원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대중정당의 경우 당원들에 대한 교육과 충원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당원들은 지구당 외에도 여러 부수 조직들의 촘촘한 사회 망을 통해 일상적으로 당과 결합하며, 대중정당은 계속해서 당원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엘리트 정당의 코커스가 주로 선거 시기에만 활동하는 것과 달리 지구당은 평상시에도 정기적인 회의 등을 통해 활동을 이어간다. 당 활동이 단순히 선거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정치 교육이나 홍보, 조직 활동 등 여러 방면에 걸친 일상적 정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원들을 당의 정체성에 맞도록 조직화 하고 새로운 정치 엘리트를 육성해 나간다.

변천사항

좌파(左派) 정당에서 시작된 대중정당 모형은 점차 우파(右派) 정당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를 ‘좌파로부터의 전염(cotagion from the left)’이라고 부른다. 결국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시기에는 모든 정당들이 대정정당 모형을 따르면서 대중정당의 전성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경제적 부흥기를 맞이하면서 선진 산업국가들이 복지 국가(福祉國家)를 지향하였고, 이에 따라 계급 균열이 약화되면서 대중정당은 점차 ‘포괄 정당(包括政黨)’으로 변모해갔다. 포괄 정당은 대중정당과 달리 특정 계급이나 사회 집단이 아닌 보다 광범위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당과 유권자 간의 연계가 느슨해지고,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은 약화되었다.

한편, 1980년대부터 정당 모형에 대한 논의는 포괄 정당에서 ‘선거 전문가 정당’으로 옮겨 가는데, 이는 특히 대중 매체의 발달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정당이 보다 광범위한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대중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당 지도자나 공직 후보자의 ‘인상’에 의존하는 인물 중심 정치가 부각되고, 그동안 정당 조직을 일상적으로 관리해오던 당 관료들의 자리가 선거 전문가와 경영자들에 의해 대체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괄 정당, 선거 전문가 정당으로 전환해 간 기존 정당들 간에는 생존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공모’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유권자와 정당 간의 연계가 약화되고 당원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정당 쇠퇴의 위기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단일 이슈 정당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성 정당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카츠(Richard S. Katz)와 메이어(Peter Mair)는 이러한 정당 유형을 ‘카르텔(Kartell) 정당’이라고 불렀는데, 기성 정당들은 공모 관계를 통해 국가가 제공하는 국고 보조금(國庫補助金)을 사이좋게 나눠 가질 뿐만 아니라 법적인 규제를 통해 새로운 정치 세력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정치적 기업가들이 만들어 내는 ‘기업형(企業形) 정당’까지 출현하였다. 이러한 정당에서는 카르텔 정당과 달리 기업과 같은 사적 부문에서 정당 활동을 위한 자원을 가져온다. 또한 당원 숫자는 적고, 대부분의 정당 업무는 정당 외부의 전문가들을 통해 ‘외주’의 형태로 이뤄진다. 정당 간 경쟁도 정치적 상품으로서의 이슈와 개인적 특성에 의해 이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에서의 대중정당

한국에서 대중정당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분류될 수 있는 최초의 정당은 제3공화국 당시의 민주공화당(民主共和黨)이다. 민주공화당 창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김종필(金鍾泌)은 대규모 당 조직을 바탕으로 하는 근대적 정당 창설을 의도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에서부터 최말단 행정 구역에 이르기까지 당 조직이 위계적으로 촘촘히 연계된 가운데 당 관료들을 비롯한 원외 정당 조직이 당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민주공화당은 당원들의 ‘자발적 결사체’라기 보다는 중앙정보부(中央情報部)라는 국가 기관에 의해서 위로부터 만들어진 동원형(動員形) 정당에 더 가까웠다. 따라서 외형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민주공화당은 대중정당과 본질적으로는 다른 유형의 정당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정당들은 중앙당 중심의 위계적 질서를 오랫동안 유지하였으며, 그에 따라 당 지도부를 비롯한 원외 정당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민주화(民主化)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원외 조직인 지구당을 폐지하고 원내 정당으로의 정당 개혁이 이뤄졌다. 이와 같은 원내 정당화는 국민참여경선제(國民參與競選制) 도입, 원내 대표(院內代表)와 의원 총회(議員總會) 권한 강화 등의 개혁 조치를 가져왔는데, 이에 따라 대중정당 모형은 한국에서 적실성(適實性)을 잃게 되었다.

의의 및 평가

대중정당은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다수 대중들을 정당이라는 자발적 정치 결사체로 조직화해 내는 등 실질적인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순기능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계급 균열이 완화되고, 당원이 감소하는 등의 정치적 환경 변화를 겪으면서 경직된 조직 구조를 갖는 대중정당 모형의 적실성은 줄어들었고, 대의 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핵심 장치로서 정당의 역할은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국가 수립 및 정치 발전 과정에 따른 특수성으로 대중정당을 경험해 보지 못하였으며,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 이후 각종 정당 개혁(政黨改革) 조치들이 정당조직을 약화시키킴으로써 정당의 형해화(形骸化)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참고문헌

단행본

강원택, 『정당론』 (박영사, 2022)
김윤철, 『정당』 (책세상, 2009)
Richard S. Katz and Peter Mair, Democracy and the catelization of poilitical parti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논문

강원택, 「한국 정당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당 조직 유형을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8-2, 한국정당학회, 2009)
박경미, 「18대 총선의 공천과 정당조직: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을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7-2, 한국정당학회, 2008)
주인석, 「한국 정당발전의 유형화에 대한 비판적 검토: 조직변화의 실제와 개혁방안 간의 모순」 (『한국정당학회보』 8-1, 한국정당학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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