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체의 ()

과학기술
문헌
1605년에, 마테오 리치(利瑪竇)와 이지조(李之藻)가 클라비우스의 『사크로보스코 천구론주해』 등에 근거하여 한역한 서양 천문학 개설서.
문헌/고서
간행 시기
1605년(선조 38)
저자
클라비우스
편저자
마테오 리치, 이지조
권책수
3권 1책
권수제
건곤체의(乾坤體義)
판본
사고전서본
표제
건곤체의(乾坤體義)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건곤체』의는 마테오 리치[利瑪竇]와 이지조(李之藻)가 클라비우스의 『사크로보스코 천구론주해』 등에 근거하여 한역한 서양 천문학 개설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우주 구조론을 비롯해 프톨레마이오스 천동설로 대표되는 서양 중세의 천문학 이론이 이 저술을 통해 중국에 번역·소개되었다. 간행년은 1605년으로 추정되나 이설(異說)이 존재하며 상중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아시아 전통적 ‘천원지방설’에 상반되는 ‘지원설(地圓說)’, 기하학적 일월식의 원리, 구중천설(九重天說) 등을 개설적으로 서술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의
1605년에, 마테오 리치(利瑪竇)와 이지조(李之藻)가 클라비우스의 『사크로보스코 천구론주해』 등에 근거하여 한역한 서양 천문학 개설서.
저자 및 편자

역자(譯者)는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와 중국인 이지조(李之藻, 15651630)로, 마테오 리치가 구술하고 이지조가 받아 적었다.

서지사항

현재 통용되는 판본은 사고전서(四庫全書)본으로 필사본이며 상중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간본에 대해서는 1605년(선조 38)에 간행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실물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지조 본인이 1627년(인조 5)경에 편찬한 『천학초함』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공역자(共譯者)인 이지조의 이름은 사고전서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1607년(선조 40)~1608년(광해군 즉위년) 마테오 리치가 자신의 일기에서 이지조가 클라비우스의 『천구론주해(天球論註解)』를 이미 완역하였다고 밝혔고, 『건곤체의(乾坤體義)』의 하권 「용고도의(容較圖義)」을 독립적으로 1614년(광해군 6)에 단독 출판한 『원용교의(圜容較義)』(1614)에 ‘利瑪竇 授, 李之藻 演’이라고 명기되어 있기 때문에 이지조를 『건곤체의』의 공역자로 단정해도 틀림은 없다.

일본에는 『세이카도분코(靜嘉堂文庫)』 소장본이 있는데 이 또한 사고전서본에 따른 것이다.

주요한 저본은 독일 출신의 예수회사이자 저명한 수학자 겸 천문학자로, 1583년(선조 16)에 반포된 그레고리오력 개력(改曆)의 중심인물이었던 크리스토프 클라비우스(Christoph Clavius, 1538~1612)가 13세기의 천문학 개설서 『사크로보스코 천구론(Tractatus de Sphaera)』에 대해 다량의 주석을 부가한 『사크로보스코 천구론주해(天球論註解, In Sphaeram Ioannis de Sacrobosco Commentarius, 1570년 초판)』이다. 마테오 리치가 번역에 사용한 것은 아마도 1585년(선조 18) 판이거나 그 이전 판본으로 판단된다.

편찬 및 간행 경위

『건곤체의』의 편찬과 간행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하지만 상권의 내용 중 아리스토텔레스 사원소설(四元素說)을 다룬 「사원행론(四元行論)」의 일부를 제외한 전문(全文)이 이지조가 1602년(선조 35)에 간행한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에 명문(銘文)으로 실려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늦어도 1602년에는 이미 번역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권 「용고도의(容較圖義)」를 독립적으로 간행한 『원용교의』의 이지조 서문에 의하면 하권의 번역이 완성된 것은 대략 1608년의 일이다.

처음에 마테오 리치가 『건곤체의』 번역의 저본으로 사용한 클라비우스의 『천구론주해』는 초판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초판본에는 『건곤체의』의 하권에 해당하는 등주도형론(等周圖形論)이 실려 있지 않다. 이 등주도형론은 『천구론주해』의 1585년 제3판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클라비우스는 1604년(선조 37)에 『실용기하학(Geometria Practica)』를 간행하면서 등주도형론을 『천구론주해』에서 삭제하고, 『실용기하학』 제7장에 옮겨 실었다. 이 『실용기하학』이 중국에 도착한 것이 1607년경으로, 『건곤체의』의 하권 「용고도의」의 내용이 1614년에 『원용교의』라는 제명으로 『측량법의』 등과 함께 수학 저작으로서 간행된 배경의 하나로 추측된다.

구성과 내용

상권은 프톨레마이오스 천동설(天動說)의 기본 개념을 설명한다. (1) 하늘도 땅도 구체이다, (2) 지구와 구중천의 별들 간의 거리와 크기, (3) 아리스토텔레스의 구중천(십일중천)설, (4) 사원소설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마지막 사원소설을 제외한 나머지 전문은 이지조가 1602년에 간행한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의 명문(銘文)과 동일하다.

(1)절에서는 땅이 구체이고 우주의 중심이며, 천구가 남북극의 두 극을 갖고 있으므로, 매 250리를 북상할 때마다 위도가 1도씩 높아진다는 1도차=250리라는 명제가 제시되었다. 다만 이 수치는 실측치가 아니라 『천구론』에 주어진 700 스타디아(stadia)의 값을 8 스타디아=1리의 비율로 환산한 값이다. 참고로 청대에는 이 값이 1도차=200리로 수정되었다. 지구가 구체이므로 대척점이 존재하고, 한대-온대-열대라는 기후대가 존재하며, 북경은 위도가 40도로 북반구에 속하는데 남반구의 희망봉은 북경과 비슷한 위도이지만 계절이 정반대라고 소개한다.

(2)절에서는 달의 크기와 지구로부터의 거리, 태양의 크기와 지구로부터의 거리 등이 설명되어 있는데, ‘태양의 크기는 대략 지구의 166과 3/8배’라고 하는 마우롤리코(Francesco Maurolico, 1494~1575)의 저작 『우주지(宇宙誌, Cosmographia)』의 값이 주어져 있다.

(3)절에서는 구중천의 공전 주기 등이 주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천구는 이른바 양파 같은 구조로 달-수성-금성-태양-화성-목성-토성-항성의 여덟 겹의 성천(星天)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9천이 종동천(宗動天, primum mobile)으로 지구의 자전을 담당한다. 이것이 구중천의 구조인데 클라비우스는 이를 확장하여 종동천을 제10천으로 하고, 제9천을 무성수정천(無星水晶天)이라고 명명하여, 이로써 세차와 트레피데이션(trepidation) 현상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마지막 제11천은 최고천(Coelum empyreum)으로 ‘정천(靜天)’ 혹은 ‘광천(光天)’ 등으로 불렸는데 천문학적 기능을 갖지 않는 순수한 기독교적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4)절의 「사원행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원소설을 소개하였으며, 이로써 중국의 오행설을 비판하였다. 이어서 히포크라테스의 사체액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상(氣象) 삼역설이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중권의 내용은, (1) 태양은 지구보다 크고, 지구는 달보다 크다, (2) 태양이 지구보다 큰 것을 논함, (3) 지구가 달보다 큰 것을 논함, (4) [부록] 서광계가 지구가 구체임을 논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체 거리 측정을 위한 기하학적 방법을 논하고, 태양광에 의한 지구 그림자가 갖는 원뿔형에 대한 광학적 고찰을 이용하여 태양과 지구 및 달의 크기를 논했다.

여기에 소개된 광학 명제는 여섯 가지이다. (1) 물체는 멀어질수록 작게 보인다. (2) 빛의 비춤(광선)과 눈의 시선은 직선이다. (3) 원추체의 밑은 원형이고, 밑과 평행한 절단면은 모두 원형이고 밑에서 멀어질수록 직경이 작아진다. (4) 구형의 광체가 동일한 크기의 구형 수광체(受光體)를 비출 경우, 수광체의 절반을 비추며 그림자는 평행하게 나아간다. (5) 광체가 크고 수광체가 작을 경우, 수광체의 절반 이상을 비추고, 그 그림자는 수렴한다. (6) 광체가 작고 수광체가 클 경우, 수광체의 절반 이하를 비추고 그 그림자는 발산한다.

이러한 광학 명제를 이용하여 일월식 현상의 종종 특징을 설명하고, 이를 근거로 ‘지구는 태양보다 작고, 달보다 크다.’는 결론을 얻는다. 비교적 짧은 논술이지만, 유클리드의 광학서 등을 이용하여 클라비우스의 『천구론주해』와 비교해도 상당히 격조 높은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클라비우스의 『천구론주해』 이외에 다른 참고문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이다. 중권의 권말에는 하늘도 땅도 둥글다는 ‘천원지원설(天圓地圓說)’을 받아들인 서광계(徐光啓)가 중국의 경전에서 일부 ‘지원설’로 설명될 수 있는 내용을 거론하며, 혼천설의 미비를 평하고, 주비(周髀)의 ‘천원지방설’을 비판하는 「서태사지원삼론(徐太史地圜三論)」을 첨부하였다.

하권은 「용교도의(容較圖義)」라고 하여 여러 가지 등주도형(等周圖形, isoperimetric figure)의 면적과 체적을 비교함으로써 원의 면적과 구의 체적이 등주도형 중에서 최대가 됨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원운동이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고 구체가 가장 이상적인 도형이라는, 다시 말해서 “자연은 가능한 한 언제고 최선을 이룬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적 관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내용이다. 원래의 『사크로보스코천구론』에는 없는 내용으로 클라비우스가 4세기의 그리스 수학자 파푸스(Pappus of Alexandria)의 저작으로부터의 발췌하여 제3판(1585)부터 주석으로 첨부하였다.

의의 및 평가

중국 천문역법(天文曆法)은 그 특성상 천체 운동의 주기성에 기초해서 그 운동의 관측치를 구한 후, 주로 대수적(代數的)인 알고리즘을 구사해 천체 운행을 예측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구중천설과 같은 형이상학적 우주론(宇宙論) 혹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같은 기하학적 모델을 굳이 요하지 않는다.

명말(明末)에 마테오 리치 등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 중국에 전해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체계는 ‘하늘도 땅도 둥글다’는 ‘지원설(地圓說)’로 인해 큰 지적 충격을 주었으며, 역으로 중국 전통의 우주론이라고 할 수 있는 개천설(蓋天說)과 혼천설(渾天說)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야기시켰다. 이러한 지적 충격은 청대에 이르러 ‘ 서양과학 중국 기원설(西學中源說)’로까지 발전하였다.

참고문헌

원전

『건곤체의(乾坤體義)』
『The Sphere of Sacrobosco』

단행본

安大玉, 『明末西洋科學東傳史』 (知泉書館, 2007)
Lynn Thorndike, The Sphere of Sacrobosco and Its Commentator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49)
Henry Bernard, S.J., Matteo Ricci’s Scientific Contribution to China. (Hyperion Press, 1973)

논문

今井溱, 乾坤体義雑考. (『明清時代の科学技術史(再刊本)』, 朋友書店,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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