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漢)나라 이후로 적년일월법(積年日月法)을 세워 역(曆) 계산의 법칙으로 삼아왔다. 적년법(積年法)은 상원갑자동지칠요(上元甲子冬至七曜)와 같이 갑자일(甲子日) 동지(冬至)에 해와 달과 오행성(五行星)이 한 곳에 모이는 시점을 역 계산의 원 기점(起點)인 상원(上元)으로 삼는 법이고, 적년일월법은 일법(日法)과 월법(月法), 연기상원(演記上元) 등을 정하여 역 계산을 하는 방법이다. 중국 역법(曆法)에서 상원(上元)은 역법마다 그 기점을 정하는 기준이 각각 달랐다. 한나라 때 『삼통력(三統曆)』은 갑자야반삭단동지(甲子夜半朔旦冬至), 즉 갑자일 야반(夜半)에 음력 초하루[朔日]가 시작되는 동지를 상원으로 삼았고, 유송(劉宋)의 『원가력(元嘉曆)』은 갑자야반삭단우수(甲子夜半朔旦雨水), 즉 갑자일 야반에 음력 초하루가 시작되는 우수(雨水)를 상원으로 삼았다.
그러나 원(元)나라의 『수시력(授時曆)』에 와서 당(唐)나라 때 소력(小曆)이던 『부천력(符天曆)』의 영향을 받아 그동안 사용하던 적년일월법을 폐지하고, 계산에 필요한 천문 상수(天文常數)를 직접 관측으로 정하여 사용함으로써 적년일월법에서 사용하던 일법과 연기상원 등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즉 역원동지(曆元冬至) 순간에 그 직전 갑자일 자정까지의 길이인 기응(氣應)과 그 직전 황백(黃白) 교점까지의 길이인 교응(交應), 그리고 그 직전 달의 근지점까지의 길이를 나타내는 전응(轉應) 등 여러 천문 주기의 기점이 동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직접 측정하여 천문상수로 사용하였다. 『수시력』은 중국 역법 사상 처음으로 상원기년법(上元紀年法)을 폐지하고 원나라 지원(至元) 17년에 해당하는 1280년(충렬왕 6) 11월의 동지 시각을 역원(曆元)으로 하였으며, 40척 규표(圭表)와 간의(簡儀) 등 새로 제작된 정밀 관측 기기로 측정한 수치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관측 방법과 역 계산 방법을 모두 바꾸어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