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는 뱀과에 속하는 파충류이다. 만주·중국북부·시베리아 등에 분포한다. 몸의 색은 개체변이가 상당히 심한데 보통 등 쪽은 올리브색을 띤 갈색 바탕에 흑색 가로무늬가 있고 배 쪽은 담황색에 담암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인가의 돌담이나 밭둑에 서식하며 성질이 온순하고 동작이 느려서 음흉하거나 능글맞은 동물로 인식되었다. 가정의 수호신으로서 업신앙이 있는데 업의 정체가 대체로 구렁이이다. 업은 위하고 믿는 사람에게만 나타나고 가운이 막힐 때는 집을 떠난다고 알려져 있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서 전설이나 민담, 설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방언으로는 구렝이 · 먹구렁이 · 흑질 · 백질 · 백장 · 황치 · 황새넙치라고 한다. 학명은 Elaphe schrenckii STRAUCH이다. 구렁이는 구북구계(舊北歐系)에 속하며 만주 · 중국북부 ·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특징은 몸의 비늘이 목 부분에서 25줄, 몸통 부분에서 23줄이고, 등 중앙부의 비늘은 용골(龍骨)이 현저하나 복수로 내려갈수록 뚜렷하지 못하다. 배비늘은 215∼232개이고 꼬리 아랫부분의 비늘은 52∼78쌍이다.
몸의 색은 방언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체변이가 대단히 심한 편인데, 보통 등쪽은 올리브색을 띤 갈색 바탕으로 흑색의 가로무늬가 몸통에 25∼32개, 꼬리 부분에 8∼11개가 있다. 배쪽은 담황색에 담암색의 얼룩얼룩한 무늬가 있다. 서식지는 인가의 돌담, 방축 · 밭둑의 돌틈 등이며, 성질이 온순하고 동작이 느리다. 농가의 퇴비 속에 산란하는데, 그 발효열로 부화된다. 1960년대 이후 구렁이가 정력강장제로 선전이 되면서 남획으로 인하여 멸종위기에 있다.
구렁이는 보통 뱀보다 훨씬 큰 뱀으로서 신성시되었던 동물이다. 가정의 수호신으로서 업신앙이 있는데 업의 정체는 대개 구렁이로 나타난다. 업은 이를 위하고 믿는 사람에게만 눈에 뜨이고, 가운이 막힐 때는 집을 떠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구렁이가 집 주변에 나타나면 큰비가 온다고 믿었고, 또한 예기치 못한 큰 변이 닥친다고도 생각했다.
한편, 구렁이는 음흉하거나 능글맞은 동물로 인식되었다. 일을 처리하는 데 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해치울 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라고 하고,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은근히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을 ‘능구렁이’라고 한다. 또한, 구렁이가 행동이 느리다는 데서 어떤 물건을 소중히 여겨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눈 먼 구렁이 꿩의 알 굴리듯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호남지역 일대에서는 여인이 임신 중에 용이 되어 올라가는 구렁이의 꿈을 꾸면 낙태를 한다는 속신이 있다.
구렁이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많다. 제주도 김녕에 있는 사굴(蛇窟)에서는 해마다 사신(蛇神)에 대한 제의가 있었고 매년 처녀가 제물로 바쳐졌는데, 어느 해 용감한 목사가 구렁이를 퇴치하고 구렁이의 복수로 목숨을 잃은 후 이 풍속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전설이 손병사 · 양대감 · 이삼만 · 강감찬 등의 이야기로 도처에서 전승된다. 강원도 원주에서 전승되는 「 상원사 전설」은 한량이 구렁이에게 죽게 된 꿩을 구해 주었는데 암쿠렁이의 복수로 목숨을 잃게 되었을 때 꿩이 머리를 부딪쳐 낸 종소리를 듣고 구렁이가 승천함으로써 죽음을 모면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도 「종소리」 · 「까치의 보은」 · 「한량과 구렁이」 등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전승된다.
또한, 민담에서도 구렁이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동물로 나타난다. 「구렁이가 준 보물」이란 민담은 구렁이가 자기의 먹이를 빼앗아간 소년을 장가간 첫날밤이 지난 뒤 잡아먹겠다고 약속해 두었는데, 신부의 기지로 보물만 빼앗기고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대체로 사람을 잡아먹는 구렁이의 이야기로서 인간과 적대감을 나타내는 구렁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구렁이는 은혜를 갚을 줄 알고 신통력이 대단한 동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 소년에게 도움을 받았던 구렁이가 소년이 장가가는 길을 따라가서 신랑을 죽이려고 숨어 있던 간부를 찾아내어 신랑을 구출해 주었다는 이야기도 널리 전승되는 민담이다.
또한, 「구렁이와 지네의 승천시합」이라고 알려진 이야기는 가산을 탕진한 한 남자를 여인으로 변신한 구렁이가 구출하여 남편을 삼고 그 가족을 돌보아주어 잘살게 하였는데, 그 남자는 지네가 변신한 어느 노인의 말을 듣고 자기와 동거하는 여인이 구렁이인 줄 알았으나 이를 응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렁이는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되었고 그 남자는 부자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민담에 등장하는 구렁이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우호적인 동물이다.
또한, 구렁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부부의 윤리를 알고 아내의 부정을 용납하지 않는 동물로도 나타난다. 어떤 한량이 과거보러 가는 길에 구렁이가 작은 뱀과 교미하는 것을 보고 구렁이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구렁이가 한량을 해치려고 수쿠렁이와 함께 왔다가 한량의 말을 듣고 오히려 암쿠렁이가 수쿠렁이에게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밖에 구렁이가 죽어서 역적으로 재생해서 원수갚은 이야기도 많다. 허적(許積) · 남이(南怡)에 관한 설화가 그것이다. 즉 허적이 청룡사라는 절에서 공부를 하던 중 구렁이가 중을 잡아먹는다는 말을 듣고 이것을 죽여 불에 태웠는데, 그 연기가 허적의 집으로 가서 뒤에 서자인 허견(許堅)으로 태어나 일가문을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렁이는 신통력이 광대하고 이를 해친 사람은 보복을 받고 도움을 주면 보답하는 동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