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240면. 박인환의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이다. 1955년 산호장(珊瑚莊)에서 처음 간행되었고, 1976년 『목마와 숙녀』라는 제목으로 재간행되었다. 56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고, 작자의 후기(後記)가 있다.
제1부에는 ‘서적과 풍경’에는 「세 사람의 가족」·「최후의 회화」·「낙하」·「목마와 숙녀」·「센치멘탈 짜아니」 등 26편, 제2부에는 ‘아메리카 시초(詩抄)’에는 「태평양에서」·「십오일간」·「어느 날」·「다리 위의 사람」 등 11편이 실려 있다.
제3부 ‘영원한 서장(序章)’에는 「어린 딸에게」·「한 줄기 눈물도 없이」·「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검은 강」 등 11편, 제4부 ‘서정 또는 잡초’에는 「식물」·「서정가」·「전원」·「구름」 등 9편이 각각 실려 있다.
재간본에는 『박인환선시집』 가운데 「자본가에게」·「문제되는 것」을 빼고 미발표작 7편을 추가하여 총 61편을 수록하였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대체로 1950년대의 도시적 우울과 감상을 신선하고 리듬감 있는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의 대표작인 「목마와 숙녀」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도시적인 비애와 우울을 서정적인 심상들과 결합시켜 속도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다분히 서구적 감수성과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면서 전후(戰後)의 어두운 현실과 풍속을 서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대인들의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시집은 흔히 ‘청록파(靑鹿派)’로 대변되던 당시의 전원탐구와 자연회귀의 시풍에 대한 반발의 성격을 지닌다. 『청록집』이 자연을 고풍스럽고 토속적으로 노래한 데 비하여, 이 시집의 시편들은 도시문명을 신선하고 비유적인 감수성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유와 상징 등을 적절히 구사하여 모더니즘적인 지향을 보여준 데서 이 시집의 의미가 드러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