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충주 출생. 1947년≪백민≫에 <봄이 오면>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하였다. 홍구범은 오영수(吳永壽)·손소희(孫素熙)·김성한(金聲翰) 등과 함께 본격적인 의미에서 해방 직후에 등단한 새로운 세대의 작가층에 속한다. 그는 광복 직후 문단의 정치주의적 경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진지하게 당대 현실과 삶의 문제성을 파헤친다.
<탄식>(백민 11, 1947.11.)·<봄이 오면>(백민 8, 1947.5.)·<해방>(민중일보, 1947.11.16.)·<귀거래 歸去來>(민성 33, 1949.4.)·<서울길>(해동공론 49, 1949.3.)·<창고근처 사람들>(백민 18, 1949.3.)·<노리개>(신천지 38, 1949.8.)·<농민>(문예 1, 1949.8.)·<전설>(문예 4, 1949.11.)·<쌀과 달>(민족문화 1, 1949.9.)·<어떤 부자>(백민 20, 1950.2.)·<구일장 九日葬>(문예 7 ,1950.2.)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광복 직후 간행된 본격적인 순수 문예지 ≪문예≫를 편집하였으며, 6·25 때 납북되었다. 홍구범의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일종의 풍자적인 접근법이다.
<전설>은 동학농민혁명에 얽힌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양반의 신분으로 당대 영화를 꿈꾸던 주인공이 동학란이 일어나자, 이에 가담하여 동학군에서 부총령이 되었지만, 동학군이 관군에게 밀리자, 동학군의 우두머리인 총령을 죽이고 반역을 단행한다.
그 공으로 벼슬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만, 곧 바로 나라가 망하고 일본의 침략이 이루어지자 그의 꿈은 허사가 되고 만다. 도덕성을 상실한 행동이 초래하는 자기 파탄의 한 단면을 풍자하고 있다. <구일장>에서는 가난뱅이 주인공이 노모가 돌아간 덕분에 오히려 가난을 모면하게 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농민>의 경우도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이 겪는 고통스런 삶과 그 전락의 과정을 그려놓고 있다. 진실한 농민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과정에서 삶의 모순이 잘 드러난다. 홍구범의 작품들은 이처럼 당대 현실의 모순을 풍자하고 그 실상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