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부여읍 용정리에 전승하는 행상(行喪)소리. 1997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벼농사지대의 전형적인 농촌인 부여읍 용정리(龍井里)는 1917년도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용전 · 소룡 · 석정 골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용전과 석정의 이름을 따서 용정리라 하였는 바, 현재는 용정 1·2·3리로 구분된다.
이 상여소리는 1993년도의 전국 민속경연에 ‘부여 용정리 호상놀이’란 제목으로 용정 1·2·3리의 주민들이 출연하여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1997년 12월에 지정 · 보호되었다.
호상놀이(상여 흐르기)란 호상(好喪)의 출상 전날 밤에 대메꾼들이 모여서 빈 상여를 메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우물 · 친구집 등, 고인이 평소에 잘 다니던 곳을 들르면서 노는 풍습을 가리킨다. 제20호는 행상소리에 주안점을 두고 보호한다.
용정리의 행상(行喪)소리는 모두 비(非)어거리넘차류에 속한다. ① 진소리 ② 두마디소리 ③ 한마디소리 ④ 짝(수)소리 등이 있다. 한반도의 남부지역은 어거리넘차류가 많은 데에 비해, 중부지역은 비어거리넘차류가 우세하다.
①∼③은 부여군의 일반형이며 ④는 가창방법이 독특하고 예술성이 높은 희요(稀謠:드문 소리)이나 이웃한 공주시와 논산시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있음으로 보아서, 부여문화권의 고유한 소리로 볼 수 있다.
1993년도의 경연 출품작에서는 그 밖에, 이른바 ‘반짝수소리’가 불렸으나 이는 경연 출품을 계기로 만들어진 신곡이다. ①과 ②는 메기고 받는 형식이며, 받음구는 각각 “어 허 허 허이, 어 허이 어 헤”와 “어-허하, 어 허이 허 헤”이다. ①은 ②보다 속도가 배로 느리다.
출상 날에는, ①은 주로 동구 밖을 나가기 전까지 부르지만, 상여를 멈추거나 출발할 때, 또는 상여가 외나무다리를 건너기 직전에도 부른다. ②는 동구 밖을 나와 먼길을 갈 때 부른다.
③은 가파른 언덕이나 산을 올라갈 때 불리는 가장 빠른 잦은소리로서, 대메꾼을 두 패로 나누어 메김소리 없이 ②의 받음구를 한 마디씩 교대로 부른다. 즉, 갑패가 “어-허하” 하면 을패는 “어 허이 허 헤” 하는바, 짝패소리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④는 흥겹고 경쾌하여 춤상여소리라고 이름 붙일 수 있으며 가창방법이 독특하다. 대메꾼을 전후 또는 좌우 두 패로 나누어 윤창한다. 1절의 가사는 변화부(A)와 반복부(B)로 구별된다. A는 4/4박 4마디를, B는 4마디 반을 차지한다. B의 가사는 “헤-, 헤-루 가 자/ 에 에루 가 자/ 어-허하/어-허헤”이다.
앞패가 반복부의 ‘에 에루 가 자’를 마치자마자 뒷패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이다. ①∼④의 선율은 도(레)미솔라 내지 미솔라도레를 바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