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는 남녀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이 각각 한곡리와 청석골에 가서 각자의 방식으로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농촌계몽운동에 힘쓰는 인물들이지만, 그 지향은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동혁이 경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운동을 강조하는 데 비해, 채영신은 문맹 퇴치 등 기독교적이며 문화적인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술자가 이들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박동혁의 활동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의 서술을 발견할 수 있다. 채영신이 소설의 중간에 죽음을 맞이하고 박동혁이 농촌 운동의 주역으로 그려지는 만큼, 작가는 문화 운동만으로는 농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등농업학학교의 박동혁과 여자신학교의 채영신은 ○○일보사에서 주최한 농촌계몽운동 보고회에서 만나 동지이자 사상의 친구가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박동혁은 농촌계몽운동을 하기 위해 고향인 한곡리에 가고, 채영신은 기독교 청년회연합회 농촌 사업부의 특파 격으로 청석골로 향한다. 이들은 서로가 벌이고 있는 운동과 관련된 편지를 주고받다가, 어느 날 채영신이 한곡리에 방문하게 되면서 재회한다. 채영신이 그곳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감탄하는 한편, 이들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청석골로 돌아간 채영신은 운동에 더욱이 박차를 가한다. 그는 한글을 배우는 청석골 아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학원을 짓고자 기부금을 받으러 마을 유지를 찾아다닌다. 이에 평소 채영신의 행동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주재소 수석이 채영신을 경찰서에 가둔다. 그럼에도 채영신은 굴하지 않고 '청석학원'을 세운다. 박동혁은 그 낙성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석골을 방문하고, 그동안 과중한 일을 맡아하다 맹장염으로 쓰러진 채영신을 업고 병원에 간다.
그런 와중에 한곡리에는 농우회원들이 손수 공사를 하여 회관이 지어지는데, 면협 의원이자 금융 조합 감사인 강기천은 그곳을 빼앗아 진흥회관으로 만든다. 이에 화가 난 박동혁의 동생 박동화는 회관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데, 박동혁은 동생 대신 감옥살이를 하다 석방된다. 그동안 일본에 잠시 유학을 했다 건강 악화로 청석골에 돌아온 채영신은 마을 일을 과도하게 돌보다가 쓰려져 숨지게 된다. 채영신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박동혁은 매독을 수은으로 치료하다가 죽은 강기천의 소식을 전해듣는다. 마을 어귀에 들어선 박동혁은 전나무, 소나무, 향나무를 보여 농촌 운동에 매진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상록수 그늘을 향하여 뚜벅뚜벅” 걷는다.
『상록수』는 이광수의 『흙』과 더불어 1930년대를 대표하는 농촌계몽소설로 평가된다. 그러나 허숭이라는 지식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흙』과 다르게 『상록수』는 농촌계몽운동 자체가 더 본격적으로 서사화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이 공동답을 부치고 함께 회관을 짓는 모습 등을 통해서 노동의 중요성과 강한 민중 지향성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은 이 소설이 가지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동혁을 중심으로 하는 소영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그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소설의 중요한 축인 채영신이 실제로 샘골마을에서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했던 최용신을 모델로 했다는 점 역시 주목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