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백화전 ()

고전산문
작품
조선 후기, 계일지가 2명의 여성인 순직소 · 설 소저와 결연하는 과정을 그린 장회체 한문 소설.
이칭
이칭
계순전, 낙양삼절록(洛陽三節錄), 순설수의록(筍薛隨義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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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홍백화전」은 계일지가 2명의 여성인 순직소·설 소저와 결연하는 과정을 그린 조선 후기의 장회체 한문소설이다. 10회의 긴 분량으로 세 남녀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고, 시문이 삽입되어 강한 문예적 취향을 드러내며, 행복한 결말을 보인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조선 후기 통속적 재자가인 소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의
조선 후기, 계일지가 2명의 여성인 순직소 · 설 소저와 결연하는 과정을 그린 장회체 한문 소설.
서지사항 및 이본 현황

1책. 1744년 윤덕희의 「소설경람자(小說經覽者)」의 기록에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홍백화전」은 적어도 18세기 중엽에는 출현하여 유통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문 필사본, 한글 필사본, 구활자본 등 30여 종의 이본이 전하며, 한문본이 선본(先本)이다. 그중 단국대학교 도서관본은 한문 필사본에 평비(評批)가 달린 이본으로, 19세기 평비소설의 유행 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17년에 필사된 것으로 보이는 「순설수의록(筍薛隨義錄)」이나 1912년에 창작된 「삼화기연(三花奇緣)」을 통해 20세기 초 「홍백화전」의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

하남 낙양현의 순경화(筍景華)와 계동영(桂冬榮)은 동서 간이다. 집안이 넉넉한 순 공(순경화)에게는 외동딸 직소(織素)가 있었고, 계 공(계동영)은 아들 일지(一枝)를 두었다. 직소의 어머니는 딸이 장성하면 이종 오빠인 일지와 혼인시키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계 공은 이 이종 남매를 집에 두고 글을 가르쳤는데, 어머니의 죽음으로 직소가 집안일을 하게 되자 직소와 일지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루는 직소가 술을 준비하여 계 공 댁을 방문하고, 직소와 일지는 즐거운 상봉을 한다. 이 날 두 사람은 뜰에 핀 홍백 두 모란꽃을 두고 각기 시를 지어 계 공의 칭찬을 받는다. 얼마 뒤 일지는 직소를 찾아가 앞날을 굳게 약속한다.

이후 아버지가 절강(浙江) 위 상서(魏尙書)의 참모로 유배 가게 되자 동행하게 된 일지는 중도에 개봉부(開封府) 옥청관(玉淸觀)에 들른다. 그곳에서 의양군주(義陽郡主)의 딸 설 소저의 화상 위에 앞의 모란시를 제(題)로 써 놓는다. 마침, 어머니의 쾌유를 빌기 위하여 옥청관에 온 설 소저는 이를 보고 말없이 그 아래에 자기의 시를 써 놓게 된다.

한편, 여 승상(呂丞相)의 아들 여생(呂生)은 직소의 미모를 듣고, 직소와의 혼인을 백방으로 꾀한다. 순 공과 직소는 일지와의 혼약을 내세워 거절하지만, 세력에 눌려 고심한다. 이때 경사(京師)로 올라간 순 공의 부름을 받고 길을 떠난 직소는 뱃길에 강풍을 만나고 병을 얻어 개봉부의 옥청관에서 머무르게 된다.

직소는 우연히 설 소저의 화상에 일지와 설 소저의 시가 있음을 발견하여 그 내력을 물었고, 지금 설 소저의 집에서 화상에 시를 쓴 일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러는 중 직소는 병부시랑에 있던 순 공이 죄를 지어 중벌을 받게 되었는데, 여 승상의 힘으로 벌을 면하게 되자 하는 수 없이 집으로부터 청혼을 허락하였다는 편지를 받는다.

직소는 전에 어머니의 시비였던 난지(蘭芝)의 집에 머무르면서 글을 지어 ‘계일지’라 거짓 서명한 다음, 난지를 시켜서 설 소저의 집으로 보낸다. 설 소저의 집에서는 그 글을 보고, 그 글을 쓴 사람이 전날 화상에 시를 쓴 소년으로 안다. 군주는 기뻐하며 딸과 계일지가 혼인할 것을 독촉한다.

직소는 남자 옷을 입고 설 소저의 집으로 가 인사한 다음,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혼인을 피한다. 더 이상 혼인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직소는 혼인식만 올리고는 과거길이 바쁘다면서 바로 경사로 향해 떠난다.

직소는 곧 편지를 써서 이 사실을 일지에게 알리고, 설 소저에게도 자세한 사연을 적어 보낸다. 모든 사실을 안 군주와 설 소저는 크게 감탄하고 직소와 함께 일지를 섬길 것을 결심한다.

그 길로 군주와 설 소저는 경사의 대장 공주(大長公主)를 설득하여, 여 승상의 아들이 귀비(貴妃)의 사위가 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 일지는 직소의 편지를 받고 그 정성에 찬탄하며, 설 소저와 직소를 부인으로 맞이하여 행복한 생을 누린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1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서사구조, 강한 문예 취향적 주인공, 행복한 결말 등으로 볼 때 17세기 애정 전기소설을 넘어 통속화된 재자가인 소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홍백화전」은 중국 재자가인 소설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작품 안에 원대(元代) 「교홍기(嬌紅記)」의 주인공들이 언급되고, 남녀 주인공이 「교홍기」와 같이 이종사촌 간으로 설정된 것이나 남녀가 만나는 장면 서술 등에서 「교홍기」와의 친연성이 감지된다.

참고문헌

논문

유춘동, 「「홍백화전」의 한글번역본 「순설수의록」」(『고전과해석』 25, 고전문학학문학연구학회, 2018)
이민호, 「「三花奇緣」 연구—「紅白花傳」과의 관련 양상을 중심으로—」(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16)
이지영, 「「홍백화전」에 미친 「교홍기(嬌紅記)」의 영향에 대한 고찰」(『어문연구』 43, 한국어문교육연구회, 2015)
최윤희, 「평비본 「홍백화전」의 이본 고찰과 평비 연구」(『어문논집』 64, 민족어문학회, 2011)
관련 미디어 (3)
집필자
김정숙(고려대학교 연구교수, 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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