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가계부 기록의 시초는 조선 영조 때인 1733년에 작성된 박문수 종가의 가계부 ≪양입제출≫에서 찾을 수 있다. 기록방법이 오늘날의 가계부와 비슷하게 되어 있는데, 수입으로서 논밭에서의 생산량,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선물, 농경지의 경작료 등을 합산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매달 지출하는 액수를 기록하였다.
당시의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명절을 쇠는 비용이며, 다음이 하인들의 새경으로 나타났다. 또한, 검소한 생활비 지출 등의 양상이 가계부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에 와서 가계부가 널리 보급되어 일반화되기는 했으나 가계부의 기록 방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가계 수입과 가계 지출을 항목별로 세분해서 기록하는 등 좀더 항목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가계부 형식이 결산하기에 편리한 방법으로 개선되었을 뿐이다.
가계 부기의 형식에는 일기장 형식, 1일 수지 집계표 형식, 특수 현금 출납부 형식 등이 있다. 일기장 형식은 기입이 간단해 편리하기는 하나, 지출란이 하나로 되어 있어서 비목별 지출 사항을 수시로 파악할 수 없고, 월말에 결산을 행할 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가계부의 의의를 충분히 살릴 수 없는 불완전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1일 수지 집계표 형식은 일기장 형식을 좀더 세분해서 지출란을 비목별로 분류한 것이다. 실수입과 실수입 외의 수입, 실지출과 실지출 외의 지출을 구별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점이 결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데 있어서 기입이 복잡하지 않고 비목별 결산이 가능하므로 실용적이다.
특수 현금 출납부 형식은 가계에서 생기는 모든 거래를 실수입과 실수입 외의 수입, 실지출과 실지출 외의 지출로 대별하고, 다시 지출 비목별로 세분하게 되어 있어서 가장 완전한 형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기장이 간편하지 않아서 기장 방법에 대한 훈련이 어느 정도 필요한 형식이다.
농가의 가계 부기는 식품류의 자급률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특수한 가계 부기가 필요하게 된다. 즉, 자급 식품 대장이라는 것을 사용해 식품의 자급을 먼저 대장에 기입한다. 그리고 결산일이 되면 합계액을 계산해 ‘현금 외의 실수입’과 ‘현금 외의 실지출’로서 전기한다.
가계부 기장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①가계의 수입과 지출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를 판단하게 해 준다. ②가계 조사 자료에 나타나 있는 비목별 비율과의 비교를 통해 각 가계의 특징과 습관, 물가 변동의 영향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③예산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가 되는 자료가 필요한데, 가계부 기장이 예산 생활을 하기 쉽게 만든다. ④가계부 기장에 의해 가정의 생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실행성 있는 장기 가계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⑤가계 관리자에 대한 가족의 신뢰와 협력을 얻기 쉽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가계부 기장에 대한 훈련은 중등 교육 과정의 가정과 교육에서 담당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성 단체와 여성 잡지사 등에서 가계부를 제작해 보급함으로써 가계부 기장을 권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저축생활추진위원회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