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2책(건 67장, 곤 40장). 필사본. 표제는 ‘가집’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반곡집(盤谷集)’이라고도 한다. 서(序)·발(跋)이 모두 없어 필사자와 필사연대를 알 수 없다.
『가집』에는 자연을 즐긴 그의 감사시절의 기행시와 창화시(唱和詩) 및 벗들과 혹은 친척간에, 혹은 특히 자손과 함께 읊은 교효(敎斅)의 뜻이 담긴 연구(聯句)가 30수, 만사(挽詞)가 56수이다.
그 중에는 명성왕후(明聖王后)와 명안(明安)·정명(貞明) 공주 및 인경왕후(仁敬王后) 만사를 비롯하여 친구의 어머니 또는 형수의 죽음을 애달파 한 여인에 대한 만사가 여러 수 있다.
이덕성이 동지부사로 연경(燕京)에 갔을 때에 읊은 시가 87수이고 연구도 2수이다. 그 중에 「몽견한자(夢見韓姊)」·「억백자(憶伯姊)」 등의 누이를 그리워하는 정겨운 시가 들어 있다.
그리고 작은아버지 정영(正英) 및 그의 벗들의 귀양살이를 애달파 하여 따라가거나 찾아가 읊은 시들도 있어서 그의 인간애의 정신을 엿보게 된다. 「헌옥탄(獻玉歎)」에서는 그의 벼슬길에서의 느꺼움을 엿볼 수 있다.
『가집』은 건·곤을 합쳐서 칠률(七律)이 260여 수, 칠절(七絶)이 140수쯤이다. 오율이 74수, 오절이 27수이고, 오고(五古)가 7수, 칠고가 2수, 사언(四言) 1수가 들어 있다. 이덕성의 기호가 멋이 흐르는 칠률에 기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운(選韻)의 폭도 넓어 여러 운자를 두루 제격에 알맞게 쓴 것을 알 수 있다.
『가집』의 「전천월야연구(前川月夜聯句)」는 제목만 있고 내용은 메꾸어지지 않은 백지로 남아 있다. ‘반곡’이란 호조차 문집에 밝히지 않고 그저 ‘가집 ’이라고만 한 데에서도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이 집안의 가풍을 볼 수 있다. 후손인 은창(殷昌)이 수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