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국신조대장경교정별록(高麗國新雕大藏經校正別綠)』은 고려 후기 재조대장경을 조성하면서 경전을 교감한 내용을 정리한 교감기이다. 교정별록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여러 학승들이 참여해 진행한 교감 작업을 수기(守其)가 최종 정리하였다.
고려대장경의 재조(再雕) 때 교감(校勘)을 맡았던 수기가 교정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교감은 왕명으로 진행되었고, 수기를 비롯한 여러 학승들이 참여했으며, 책임자는 수기였다. 송본(宋本) · 국본(國本) · 거란본(契丹本) 등의 대장경을 대조하면서 교정하고, 여러 대장경 목록 등을 참고하여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그 정문(正文)을 제시하였다. 1246년(고종 33)과 1247년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조판되었으며, 30권으로 구성되었다. 함차(函次)는 준(俊)함~밀(密)함이다.
교정별록은 앞서 간행된 세 가지 대장경 즉, 국본(國本), 송본(宋本), 단본(丹本)을 교감한 내용과 그 정정문을 수록하였다. 국본은 고려 초조대장경, 송본은 송의 개보장, 단본은 요의 거란대장경이다. 또한 대장경 외에 지승(智昇)의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을 중심으로 승우(僧祐)의 출삼장기집(出三藏記集), 원조(圓照)의 속정원석교록(續貞元釋敎錄), 법상(法上)의 제세중경목록(齊世衆經目錄) 등의 목록도 사용하였다.
교정별록의 교감 대상은 개원석교록에 입장된 480함과 속정원석교록에 입장된 43함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권1권11은 대승경전, 권12권14는 대승경전에 대한 논서, 권15권19 소승경전, 권20권25 소승불교의 율장, 권26~권29 소승불교와 관련된 논서, 권30은 기타 경론에 대한 교감과 교정별록을 수록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모두 79함 66부의 경전을 교감하였다. 번역자, 권수, 주석, 제목을 검토하고 경전의 진위를 판별했으며, 누락된 경전을 보충하고 글자, 어구(語句), 행간(行間)의 착오를 바로잡은 내용 등 교감의 전반을 수록하였다.
교감의 내용은 다음의 10가지로 구분하였다. 1) 단본이 옳으나 국본과 송본을 병존시킨 예, 2) 단본에 의해 국본과 송본의 착난결루(錯亂缺漏)를 보족(補足)한 예, 3) 국본과 송본을 버리고 단본만을 취한 예, 4) 단본만 있어 단본만을 취한 예, 5) 국본과 단본, 타본(他本), 제본(諸本), 동북(東北) 이본(二本)으로 송본을 교감한 예, 6) 국본과 단본으로 송본을 교감한 예, 7) 단본이 결하거나 착오인 경우의 예, 8) 국본이 특수성을 보이는 예, 9) 국보, 송본, 단본이 모두 결하거나 오류인 예, 10) 기타 교감의 예이다.
한편, 재조대장경을 간행하면서 진행한 교감 내용은 교정별록 외에 각 문헌에 산재되어 있는 권내교감기도 있다. 권내교감기는 권중과 권말에 나뉘어 있는데, 권중에는 단편적인 교감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권말에는 교정별록에 수록한 내용과 유사한 문장으로 된 교감기가 수록되어 있다. 권말교감기와 교정별록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대체로 서로 일치하나 권말교감기에만 실려 있는 내용도 있는 등 차이도 있다.
교정별록에서는 다음의 내용도 확인되어 주목된다. ① 불공(不空) · 금강지(金剛智) 등이 번역한 경전과 밀교 계통의 경론인 『염송법(念誦法)』 193권, 그에 대한 주석서 64권 등을 정장(正藏)에 수록할 성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 책에 수록하지 않았다. ② 본 목록에는 최초의 대장경이었던 송나라 관판대장경(官版大藏經)의 자료가 들어 있다. 즉, 『대승법계무차별론(大乘法界無差別論)』 등이 그 예인데, 거란대장경에도 누락된 것을 찾아서 입장(入藏)하였다. ③ 제함(濟函)의 문헌에는 백과사전적 성격의 불교사서(佛敎史書)가 수록되어 있다. 『법원주림(法苑珠林)』 100권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④ 『개원석교록』 이후에 새로 번역된 경론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다. 『고려사』 등에는 1022년(현종 13)과 1083년(문종 37) 새로운 경전 30질이 수입되었다는 기록이 보이는데, 이들이 모두 장경에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초조대장경, 송 개보대장경, 요 거란대장경 등 현존하지 않는 대장경의 모습을 전할 뿐만 아니라, 재조대장경의 조판 경위를 알 수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수기를 비롯한 여러 학승들이 철저하게 대장경을 교감하고 남긴 기록으로서 서지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교정별록을 통해 초조대장경을 간행할 때에도 국내에 전해 오던 사본과 대조했을 뿐만 아니라 고려에만 잔존하던 경전을 입장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초조본, 송본, 거란본의 비교를 통해 재조대장경 교감 시 상대적으로 거란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으나, 세 가지 대장경 중 가장 정확한 것을 정본(正本)으로 삼는 원칙이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사라진 거란대장경의 면모를 단편적이나마 알 수 있다. 대장경 간행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교정별록 간행은 재조대장경 간행 당시 고려 불교의 역량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재조대장경의 정확도를 높여 주었고, 이제는 없어진 대장경의 모습을 전해 준다는 점에서 문화사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