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히 말하면 공채는 전통시대에도 있었다. 예컨대, 조선 말 경복궁을 창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조정에서 발행한 당백권도 일종의 국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채를 대체로 국채·지방채 및 특수채로 분류한다. 지방채와 특수채는 중앙정부가 직접 발행하지는 않지만, 보증을 서는 주체는 대부분 국가이므로 공채는 결국 국가의 채무를 의미한다. 이처럼 공채는 국가의 채무이므로 발행 및 상환 등은 국법에 의거하여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1949년 <국채법>을 제정, 공포하여 공채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공채의 재원은 부족한 재정수입을 충당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업의 자금으로 이용된다. 또한, 경제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자원의 배분, 경기조정 등 국민경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공채를 발행하고 상환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대한민국임시정부 시절에 발행했던 독립공채 등이 있기는 하였지만, 국가의 채무로 발행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1949년에 발행한 건국국채(建國國債)가 공채발행의 시초인 셈이다. 1949년부터 최근까지 발행된 주요 공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건국국채
정부수립 후 재정적자를 충당할 목적으로 <국채법>에 의거하여 1949년 처음으로 건국국채를 발행한 이후 1963년까지 17회에 걸쳐 약 99억 5000만 원이 발행되었다.
이 자금은 일반회계 부족재원 조달 및 6·25전쟁의 비용 조달에 충당되었다. 그 뒤 1964년도와 1965년도에 광복 후 처음으로 재정적자가 해소됨으로써 발행이 중지되었다. 1951년 원금상환이 시작된 이후 1970년에는 상환이 완료되었다.
(2) 산업부흥국채
정부는 6·25전쟁으로 인하여 파괴된 주요 산업의 부흥과 경제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1951년<산업부흥국채법>을 제정하였다. 1953년 5억 원을 발행한 이래 1963년까지 14회에 걸쳐 약 196억 원을 발행하였다.
여기서 조달한 자금은 기간산업을 부흥시키는 재원으로 사용되었다. 이 국채 전액을 한국은행이 인수하게 하여 통화증발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1964년부터 발행이 중단되었으며, 1984년 상환이 완료되었다.
(3) 전화채권
전화통신시설 확장 및 개량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중앙정부기관인 체신부가 <전화채권법>에 근거하여 발행하였다. 1962년과 1963년 2회에 걸쳐 약 4억 원이 발행되었다. 이 공채는 체신사업 특별회계의 수익으로 상환된 생산성 공채로서 1971년 상환이 완료되었다.
(4) 재정증권
정부 회계에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조달 및 통화관리를 목적으로 1967년부터 1968년까지 약 277억 원이 발행되었다.
이 공채는 만기일이 91일 이하인 최초의 단기공채이며, 채권을 액면가격으로 팔고 상환할 때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액면발행이 아닌 액면가격에서 이자를 뺀 가격으로 발행하고, 만기일에는 액면가격으로 상환하는 방식인 할인발행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재정증권발행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지자 1969년부터 발행이 중단되었다가 1976년 <재정증권법>이 개정되고 제도상의 미비점이 보완됨에 따라 1977년부터 발행이 재개되었다. 1994년 말 당시의 재정증권 잔액은 약 1,000억 원이다.
(5) 도로국채
<도로정비사업특별회계법>에 의거하여 도로정비사업의 재원에 충당할 목적으로 1968년부터 1976년에 이르기까지 총 361억 원이 발행되었다.
도로국채의 발행조건은 1년 거치 후 3년 분할상환이었으며, 이율도 시중금리를 반영하여 20%로 비교적 조건이 양호한 공채였다. 이 공채는 중기성(中期性)의 생산적 국채이며, 1979년 상환이 완료되었다.
(6) 징발보상증권
<징발재산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1969년부터 1977년까지 총 393억 원이 발행되었다. 징발보상증권은 군(軍)의 작전수행에 따른 토지·건물·시설 등 재산과 권리의 징발에 대한 보상수단으로 발행되었다. 1978년부터 발행이 중단되었다.
(7) 국제기구 출자 재정증권
정부가 국제금융기구(국제통화기금·국제부흥개발은행·국제개발협회·국제금융공사·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해서 증권의 형태로 출자할 때 발행한 채권이다.
이 재정증권을 받은 국제금융기구가 출자금 지급을 청구할 때는 정부는 지체 없이 이 증권을 사들이고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출자 재정증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1960년부터 1970년까지 총 124억 원이 발행되고, 1982년 말 당시 1억 원이 상환되어 123억 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었다. 근거법규는 <국제금융기구에의 차입조치에 관한 법률>이었다.
(8) 국고채권
<예산회계법> 및 <국채법>을 근거로 1972년 일반회계상의 세입부족 재원의 조달을 목적으로 225억 원이 발행되었다. 국고채권은 1972년 이후 발행이 중단되었다.
이 때 발행한 채권은 1976년까지 상환이 완료되었다. 1981년 정부는 다시 1,214억 원을 발행하기 시작하였으며, 1982년 3,500억 원, 1983년 300억 원을 발행하였다. 1986년 7월 상환이 완료되었다.
정부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입부족이 심화되자 1998년 9월 초부터 연말까지 하루 1조 원꼴로 총 62조 원의 국공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채권은 수익률이 연 11%선이고 증권사, 은행 등을 통해 개인도 매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국채의 장점은 국가가 원금과 이자를 전액 조장한다는 데 있지만, 3년 만기라는 장기보유가 단점이다. 현재 소득 수준이 급감하고 실업자 수가 20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국공채가 잘 팔릴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대량의 국공채 판매는 회사채 시장을 압박하여 기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더해줄 수도 있다.
(9) 국민투자채권
1974년부터 발행되고 있는 이 공채는 <국민투자기금법>을 근거로 중화학공업 등 국가의 기간산업 지원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86년 11월 총발행액이 3조 원을 넘었으며, 잔액은 약 9,000억 원으로 발행규모와 잔액이 큰 것이 특징이었다.
(10)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증권
1975년 7월, 일본에 대한 우리 나라 국민의 청구권을 보상할 목적으로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하여 25억 원에 달하는 보상증권이 발행되었다. 1978년 상환이 완료되었다.
(11) 양곡기금증권
<양곡증권법>에 따라 1975년 이래로 발행되고 있는 이 국채는 양곡가격의 안정과 양곡의 원활한 수급을 위하여 설치된 양곡관리기금의 조달에 쓰이고 있다. 매년 발행규모가 급증해서 1997년 현재의 발행액은 35조 7270억 원을 넘고 있으며, 1997년 당시의 잔액만도 4조 8705억 원에 이르렀다.
(12) 전신전화채권
<전기시설확장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따라 1980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이 공채는 통신시설 확장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1985년 말 총발행액은 8,051억 원이었으며, 그 가운데 756억 원이 상환되고 7,295억 원의 잔액이 있었다.
(13) 철도채권
<기업예산회계법> 및 <국채법>에 따라 1982년에 신설된 이 공채는 철도사업 특별회계 세출재원을 충당할 목적으로 발행되었다. 1982년 500억 원, 1983년 250억 원이 각각 발행되었으며, 1986년 11월 상환이 완료되었다.
(14) 국민주택채권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국민주택건설 촉진을 위한 재원조달을 목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국민주택채권은 1종과 2종의 두 가지가 각각 다른 조건으로 발행되고 있다. 1997년 말 당시 잔액은 12조 9,737억 원을 기록하였다.
(15) 통화안정증권
<한국은행법> 및 <통화안정증권법>에 따라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있는 이 공채는 1961년 최초로 발행되었다. 다른 국공채의 발행목적이 주로 소요자금의 조달에 있는 데 비하여, 이 공채는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발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즉, 한국은행은 통화공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이 증권을 발행하여 시중의 돈을 거두어 들이고, 통화공급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발행된 이 증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게 된다.
이 공채의 발행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정부의 금융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부터 1997년 말까지의 발행 총액은 285조 4099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잔액은 23조 4709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16) 기타 공채
이상에서 언급한 국공채 이외에도 지하철채권·토지개발채권·산업금융채권·전력채권·기술개발금융채권·외국환금융채권·외국환 평형기금채권 및 장기신용채권 등이 있다.
지하철채권은 지하철건설자금을 충당할 목적으로 발행된 지방채로서 1997년 현재 3조 498억 원의 잔액이 있다. 토지개발채권은 일반 토지 및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수용하기 위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1979년에 발행되었으며, 1997년 말 현재 약 4조 2265억 원의 잔액이 있다.
전력채권은 전력사업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발행되었으며, 1986년 말 현재 약 7,000억 원의 잔액이 있다. 기술개발금융채권은 기술개발자금을 지원하기 위하여 발행되었으며, 1986년 말 현재 약 800억 원의 잔액이 있다.
외국환금융채권은 예금부족 보완 및 수출 지원금융 등 정책자금 수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1978년 발행되어 1995년 상환이 완료되었다.
외국환 편형기금채권은 국내 외환보유고를 높이기 위하여 해외금융시장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장기신용채권은 기업의 시설자금 및 운전자금을 지원하기 위하여 1985년에 발행되었으며, 1997년 말 현재 약 10조 9864억 원의 잔액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