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節)이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두개 이상의 단어가 통합된 단위임에 비하여, 구는 주술관계(主述關係)가 나타나지 않은 두 단어 이상의 통합체를 말한다.
체언과 조사의 통합형이나(철수가), 어간과 어미의 통합형(읽는다)을 어절(語節)이라는 독립된 단위로 인정하면, 구는 절 중에 주어가 없이 목적어와 서술어만 있는 것과(책을 읽는 철수·이것도 대체로 절로 다룰 수 있다.) 두개의 명사가 나란히 통합된 것(서울 친구), 두개의 동사가 나란히 통합된 것(울고 가다), 또 관형어와 체언이 이룬 체언구(그 산), 부사어와 용언, 목적어·보어와 용언이 이룬 서술어구(집으로 가다, 밥을 먹다) 등을 지칭한다.
이들 단어가 긴밀히 통합되면 복합어를 이루게 되는 경우가 있어, 그것이 구인지 복합어인지 구별하기가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 복합어는 경우에 따라 두 단어 중 한편에 음운탈락이 일어나거나(마소←말+소, 부나비←불+나비), ‘·ㅅ’이 끼어들기(잇몸·냇가·나뭇잎)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구와 동일한 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는 두 단어 사이에 휴지(休止)가 나타나는지, 또 두 단어가 격리될 수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구는 두 단어 사이에 휴지가 나타나고, 두 단어를 격리시켜 그 사이에 다른 말을 넣을 수도 있다(첫 방학, 첫 겨울 방학·가을 하늘, 가을 아침 하늘). 그러나 복합어는 두 단어 사이에 휴지가 나타나지 않고, 또 두 단어를 격리시킬 수도 없어서 그 사이에 다른 말이 들어갈 수 없다(첫사랑, *첫아름다운사랑, 아름다운 첫사랑·고무신, *고무큰신, 큰 고무신).
‘큰 아버지’ 같은 것들은 구로 쓰일 수도 있고(키가 큰 우리 아버지[父]), 복합어로 쓰일 수도 있다(우리 큰아버지[伯父], *큰우리아버지).
이러한 것은 동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서는 그 구별이 한층 어렵다. ‘돌아 가다(廻歸)’와 ‘돌아가다(死)’가 복합어인지 구인지 구별하기 위해서는 두 단어 사이에 ‘·서’를 넣어보는 방법이 있다.
‘돌아서 가다’처럼 ‘·서’를 넣는 것이 가능한 것은 구이고, ‘*돌아서 가다[死]’처럼 불가능한 것은 복합어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구와 복합어의 구별은 매우 어려워, 단어 단위로 띄어쓰기를 하도록 규정한 현행 <한글맞춤법>에 따라 띄어쓰기를 하고 있으나, 많은 혼란이 초래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