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등운 ()

고전산문
작품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낙천등운」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남녀 주인공인 왕석작과 동예아의 낭만적이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두 사람이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수많은 고난을 겪는 내용이 주가 되며, 등장인물의 일상생활이 핍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정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서지사항

5권 5책. 국문 필사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유일본으로 소장되어 있다.

12회 회장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회장이 나뉘는 것과 분권이 일치하지 않는다. 3회, 6회, 11회는 두 권에 걸쳐 필사되어 있어 창작 원본이 아닌 전사본(轉寫本)으로 볼 수 있다. 필체, 필사 시기, 회장 제목 구성, 서술 내용 착종 등 이본 자체의 결함이 상당수 발견된다.

5권을 제외한 1~4권의 표지에 각 권의 장수를 표시한 점, 책장의 모서리에 여백인 침자리가 나타나는 점 등은 상업적 목적하에 창작된 세책본(貰冊本) 소설의 특징이다.

내용

명나라 때 왕도라는 이름난 관리가 있었는데 늦게 아들 석작을 낳는다. 부부가 병에 걸려 모두 죽자, 어린 석작은 삼촌 양계성에게 맡겨진다. 그러나 양계성은 간신 엄숭의 횡포를 간하다가 도리어 사형을 당하고, 왕씨와 양씨 가문은 엄숭에 의하여 몰락한다. 석작은 엄숭에 의하여 도적으로 몰려 투옥되었다가 유모 정씨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후선을 만나 그의 양자가 된다. 그러다가 충신 동 승상의 딸 동 소저를 만난다. 동 소저는 숙부가 자신을 이중으로 팔고 그 돈을 착복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출되어 석작과 혼례를 치른다.

며칠 뒤 석작이 장사를 하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나간 사이에 동 소저는 다시 유혹의 손길을 피하여 탈출한다. 동 소저는 바다에서 석작과 극적으로 상봉하고, 유삼룡이라는 선량한 어부를 만나 두 사람은 함께 유삼룡의 집에서 머문다. 그런데 주인집 누이가 석작을 죽이고 동 소저를 사창가에 팔려 하자, 이들은 그곳을 다시 탈출하여 정허관이라는 비구니의 암자를 찾아가 머문다. 암자의 비구니들이 석작과 남복으로 변장한 동 소저에게 접근하여 굶주린 정욕을 풀려고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무서운 보복을 가하려 한다. 다시 이들은 위기를 탈출하여 이웃 농가에 머무른다. 그러나 주인집의 과년한 두 딸이 역시 정욕을 풀려고 석작과 동 소저에게 접근하였다가 실패하자, 오히려 나그네들이 강제 겁탈을 기도하였다고 역습하여 관가에 고발한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된다. 그곳의 관리인 왕지현은 인품이 뛰어난 군자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혐의가 풀리고 오히려 후대를 받으며 그의 집에 머물게 된다. 왕지현의 넉넉한 인정으로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 왕지현이 남장을 한 동 소저를 남자로 오인하고 딸과의 혼인을 간곡히 청한다. 이에 동 소저는 어쩔 수 없이 혼례를 치른 뒤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이때 동 소저는 이미 석작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한편, 석작은 서울에 올라가 과거에 급제한다. 이때 가문의 원수인 간신 엄숭이 자기 손녀와의 혼인을 강요하자 이를 거절해 변방의 전쟁터로 쫓겨난다. 석작은 오랑캐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우고 개선하여 엄숭 일당을 처단한다. 또한 동 소저와도 다시 만나 왕지현에게 사실을 밝히고 사태를 수습한다. 동 소저는 아들을 낳는다. 이때, 석작의 인품을 탐한 황 귀비가 자기 조카딸과의 혼인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한 석작이 다시 변방 오랑캐 땅으로 쫓겨난다. 이에 동 소저는 자신이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믿고 남복을 입고 은퇴한 노 재상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노 재상이 사랑하는 어린 첩이 남장한 동 소저에게 반해 추파를 던지고 괴롭힌다. 이로 인해 동 소저는 노 재상의 오해를 받은 채 다시 도주한다. 그러자 이웃의 방탕한 남자 호생이 남장한 동 소저가 여자임을 알아차리고 뒤를 쫓는다. 동 소저는 이를 피하여 도주하다가 강물에 몸을 던진다. 이때, 그녀를 찾아 방방곡곡을 헤매던 석작을 만나 구출되고 두 사람은 마침내 행복하게 살게 된다.

의의 및 평가

「낙천등운」은 국적 논란이 있는데, 중국 번역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 중국풍의 등장인물 이름, 중국 명·청대 소설과 유사한 지명 서술, 중국 창루(娼樓) 풍경 묘사 등 텍스트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중국 소설로 의심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소설에 보이는 비슷비슷한 내용 패턴, 앵혈 모티프, 역사적 사건과 허구를 결합하는 방식 등이 우리의 소설적 전통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부분적 서술에 있어 중국 소설과의 유사성이 있지만 전체적인 서사 구조면에서는 우리 소설과의 친연성이 더 크다. 중국 소설이나 전대 소설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차용하는 상호 텍스트성의 측면에서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

이 작품은 무대와 시대 배경을 중국 명나라 말엽의 가정 연간(嘉靖年間)으로 잡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기초적인 자료를 당시 명나라 가정 연간의 정사(正史)에서 선택하고, 이를 작가적인 관점과 기량에 따라 하나의 픽션으로 재구성해 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상의 등장인물들은 『명사(明史)』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자칫 잘못하면 무미건조하고 권태로운 역사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고전소설의 정서적인 기법을 충실히 구사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키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의 다양성, 이색적인 위기의 조성과 그 처리 방법,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적 안목의 심층성, 작품 속에 반영된 문화 양태의 다양성 등은 이 작품이 부분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화법의 미숙성과 상황 처리의 우발성 등과 같은 문학 작품으로서의 결함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인물 설정 방법에 있어서는 종래의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나 본능적인 애정과 충동의 처리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새로운 모습의 인간군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작가는 주인공과 적대자 사이의 대립 갈등에서 표면상으로는 단연코 주인공의 편에 설 뿐 아니라, 작품 결말 또한 기존 질서나 도덕률을 대표하는 주인공의 승리로 매듭짓고 있다. 그러나 정(正)과 사(邪)의 대결이라는 종래 작품의 천편일률적인 형식 논리를 넘어선 또 하나의 이면적인 논리가 작품에 내재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일련의 반정립(反定立)적인 인간군을 부각시킴으로써 사회 변동의 새로운 양상, 즉 강렬한 현실주의 내지 세속주의의 대두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 반영된 세속주의적 요인으로, 우선 화폐 경제적인 여러 현상과 물질만능적인 가치관의 팽배를 들 수 있다. 작가는 당시의 화폐 만능적인 사회 양상을 “금백(金帛)이면 귀신도 사귀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상행위·사채·인신매매·뇌물 수수 등 이윤 추구 내지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사회 현상이 작품의 상황 설정, 또는 주인공의 위기나 갈등 해결 방식으로써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화폐 만능주의의 사회 현상은 마침내 토속적 풍속을 거부하기에 이르고 있다. 각박한 인심과 생활상은 사회·문화적 특징을 공동 사회에서 이익 사회로 이행하는 양상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사회·문화적 변동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 가치가 있다.

17세기 말~18세기 초 조선은 화폐가 경제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수단이 되었다. 그에 따라 시장 경제 논리에 입각한 소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낙천등운」에도 돈을 벌 목적으로 여자를 사서 창녀로 만들고 세도가 집안에 비싼 값을 받고 시집보내는 모습이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낙천등운」은 물질을 중시하던 당대 분위기를 비판적 시각에서 핍진하게 그린 일종의 시정 세태소설 및 상업소설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김기동 편, 『(필사본)고전소설전집』 20(아세아문화사, 1980)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회, 『落泉登雲』(이화출판부, 1971)
임치균, 이민희, 이지영, 『낙천등운-교주본』(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임치균, 이민희, 이지영, 『낙천등운-현대어본』(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단행본

이상택, 『한국소설문학의 탐구』(한국고전문학연구회, 1978)

논문

강문종, 「「落泉登雲」 硏究」(『영주어문』 26, 영주어문학회, 2013)
이민희, 「17~18세기 고소설에 나타난 화폐경제의 사회상」(『한국학』 32, 한국학중앙연구원, 2009)
이지영, 「<낙천등운>의 텍스트 특징과 형성 배경에 대한 고찰」(『국문학연구』 19, 국문학회, 2009)

인터넷 자료

기타 자료

관련 미디어 (2)
• 항목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