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녹두(菉頭)·안두(安豆)·길두(吉豆)라고도 한다. 학명은 Phaseolus radiatus L.이다. 줄기의 길이는 보통 60∼80㎝이며 몇 줄의 종맥(縱脈)이 있고, 표면에는 거친 털이 나 있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오고 이곳에 8∼15개의 노란 꽃송이가 달린다. 녹두의 꼬투리는 길이가 5∼6㎝로 가늘고 긴 편이며 견고하고 털이 거칠다. 꼬투리 안에는 10∼15개의 열매가 들어 있으며, 성숙할수록 녹색에서 흑색으로 변하며 튀기 쉽다. 녹두의 원산지는 인도지방으로 추정되며 재배의 역사는 3천년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와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이란·필리핀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부소산성(扶蘇山城)내의 백제 군창지에서 출토된 바 있으므로 청동기시대에 이미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녹두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고 내건성(耐乾性 : 가뭄에 견디는 성질)이 강하여, 성숙기에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우리 나라에서 재배하기 알맞다. 또 생육기간이 길지 않으므로 조생종은 고랭지나 고위도지방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콩이나 팥보다 파종이 가능한 기간이 길어서, 봄녹두는 4월 중순·하순경에, 그루녹두는 6월 하순∼7월 중순에 파종한다. 수확적기는 봄녹두의 경우 7월 중순·하순이고, 그루녹두는 10월 상순경이다.
꼬투리의 아랫 부분부터 점차 검게 변하면서 성숙하는데, 튀기 쉬우므로 성숙하는 대로 몇 차례에 걸쳐 수확하며, 아침나절에 수확하면 덜 튄다. 녹두에는 아직 장려품종이 결정되지 못하였으며, 우량한 재배품종은 청주녹두·명녹두·경기재배5호 등이다. 그 밖에 도입종으로 방아사가 있다.
주성분은 전분(53%)이며 단백질의 함량이 25∼26%에 이르러 영양가가 높다. 곡물의 전분을 녹말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분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녹두라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녹두제품은 맛이 팥과 비슷하나 향미가 높아서 좋은 품질의 식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녹두는 떡고물·빈대떡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발아시켜 채소로 기르면 숙주나물이 된다.
녹두의 전분으로 만든 묵을 청포(淸泡)라고 하며, 청포에 채소·육류를 섞어 식초나 기름에 무친 것을 탕평채라 한다. 또 녹두를 물에 불려 찧은 다음 포대에 넣어 걸른 즙을 붉게 착색하여 졸인 뒤 길게 썰어 꿀을 섞은 것을 창면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것을 가늘게 썰어 오미자(五味子)국에 띄우고 꿀을 섞어 잣을 곁들인 것을 화면(花麵)이라 하고, 녹두로 국수를 만들어 붉은색 물을 들인 뒤 꿀물에 띄운 것을 수면(水麵)이라고 하여, 삼월 삼짇날의 시절음식으로 쓴다고 하였다. 한편, 녹두는 해독·해열작용이 있으며 종기 등의 피부병 치료에 쓰이기도 하였다.
녹두에 관계된 설화는 경상북도의 봉화군과 성주군에서 채록된 것이 있는데, 녹두를 뜯어먹는 토끼를 잡은 영감이 영리한 토끼의 꾀에 속아서 아들(손자)을 토끼로 잘못 알고 삶아먹고 토끼도 놓치고 만다는 내용이다.
또, ‘한강이 녹두죽이라도 쪽박이 없어 못 먹겠다.’는 속담은 게으르고 무심한 사람을 놀릴 때 사용하는 말이며, ‘오뉴월 녹두 깝대기 같다.’는 말은 매우 신경질적이어서 건드리기만 하여도 발끈하는 사람을 이르는 것이다.
민요 가운데 나오는 녹두는 동학란 때 전라도 고부에서 거병하였던 전봉준(全琫準)과 관련된 것이 많다. 이는 전봉준이 키가 작아서 별명이 ‘녹두장군’이었기 때문이다.
“아랫녘 새야 웃녘 새야/전주 고부 녹두새야/녹두밭에 앉지마라/두류박 딱딱우여.”라는 노래가 있는데, 여기서 새는 민중을 가리키며 두류박은 전주 고부에 있는 두류산(頭流山)을 말하고 딱딱우여는 날아가라 또는 해산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전봉준이 결국은 패할 것이니 그를 따르지 말고 해산하라는 일종의 참요(讖謠)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가 서정적으로 변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새야새야 파랑새야/녹두밭에 앉지마라/녹두꽃이 떨어지면/청포장수 울고간다.”라는 민요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