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은 Vigna angularis(Wild.) Ohwi & H.Ohashi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소두(小豆)라고도 불리며, 중국에서는 소두 · 적소두(赤小豆) · 홍두(紅豆) · 잔두(殘豆) · 미두(眉豆) 등으로 불린다. 팥은 원래 적두라 하였고, 『예기』 · 『황제내경(黃帝內經)』 등에 보이는 소두는 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민요술(齊民要術)』에서는 녹두 · 적두 · 백두 · 완두 등 알맹이가 작은 것을 통틀어 소두라 말하고 있으니 아마도 당나라 이후 점차 소두가 팥만을 가리키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나라의 『재물보(才物譜)』에서는 팥을 소두 · 답(荅) · 적두 · 홍두 · 반두(飯豆) 등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서는 반두가 ‘팟’으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시장에서는 입자가 큰 것은 대적(大赤), 입자가 작은 것은 소적(小赤), 푸른색 계통의 것은 거두, 검은색 계통의 것은 흑두(또는 검두), 입자가 크고 둥근 것은 앵두팥이라 부른다.
뿌리의 형태는 콩과 비슷하나 선단이 다른 두류보다 많이 분기하는 경향이 있고 뿌리혹의 착생과 질소의 고정은 콩만 못하다. 줄기의 형태도 콩과 비슷하나 콩보다 다소 가늘고 길며 취약(脆弱)하고 만화(蔓化)하는 경향이 있어 콩보다 도복(倒伏)하기 쉽다.
줄기의 길이는 0.3∼1m, 때로는 3m까지 달하지만 우리 나라의 품종은 50∼90㎝이다. 원줄기의 마디 수는 15∼18개이고 가지 수가 3∼9개이며, 줄기의 색은 녹색인 것과 적자색인 것이 있다. 잎은 콩처럼 1쌍의 자엽과 1쌍의 초생엽이 있고 다음부터 3매의 소엽으로 된 정상복엽이 착생한다.
떡잎은 지상에 출현하지 않으며 초생엽은 보통 원형엽이 많지만 기름하고 끝이 뾰족한 검선형(劍先形)도 있다. 줄기 · 잎에는 털이 있으나 콩처럼 거칠지 않고 뭉툭한 것과 뾰족한 것이 있으며 백색 · 녹색 · 담갈색의 구별이 있다.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오고 그 끝에 콩의 꽃보다 큰 2, 3쌍의 나비꼴 꽃이 착생한다.
개화는 5∼7마디의 가지에서부터 시작하고 자가수정을 원칙으로 하며 자연교잡은 적고 낙화는 적지만 낙협(落莢)이 많다. 꼬투리는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서 한 꼬투리에 4∼8개의 열매가 들어 있다.
원산지는 동양으로 오랜 재배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 · 우리 나라 · 일본 등에서 재배되는 특이한 작물이다. 우리 나라에는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되었고, 백제의 군창자리에서 녹두와 함께 출토되고 있다.
1955년에는 2만 7570ha에서 1만 2652t을 생산하였고 1989년에는 2만 6480ha에서 3만 1210t을 생산하여 10a당 생산량이 46㎏에서 118㎏으로 증가하였다. 콩과 비슷한 조건에서 잘 자라지만 약간 다습한 곳을 좋아하며, 늦게 파종하여도 적응이 되므로 7월 상순까지도 파종이 가능하다.
주요 병충해로는 바이러스병 · 탄저병 · 갈색무늬병 · 갈색겹무늬병 · 녹병 · 흰가루병 · 흰비단병 · 불마름병 등과 팥나방 · 콩병나방 · 팥바구미 · 진딧물 · 선충 · 응애 등이 있다. 낙엽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잎과 꼬투리가 황변 또는 갈변하여 건조되면 성숙한 것이고, 70∼80% 정도가 성숙하면 수확한다.
수확적기는 대체로 10월 상순 · 중순이다. 장려품종은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으나 홍천적두 · 진천적두 · 영동적두 등이 비교적 우수하다. 성분은 단백질 21%, 탄수화물 55%, 지질 0.7% 등이며, 비타민 B₁은 100g당 0.5㎎을 함유한다.
『도경본초(圖經本草)』에서는 “각기(脚氣: 영양실조로 다리가 붓는 병)를 앓는 사람이 있었는데 팥을 포대에 채워넣고 이 팥포대를 아침 · 저녁으로 오래 밟고 드디어 나았다.”라고 하였고, 『본초강목』에서는 “난산을 다스리고 잉어 · 붕어 · 닭고기를 넣고 삶아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고 하였다.
팥으로는 보통 팥밥을 지어 먹고 팥고물 · 팥소로도 많이 쓰인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10월 오일(午日)에는 팥떡을 마구간에 바치고 말의 건강을 비는 풍속이 있었다 한다. 또,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시절음식으로 먹었으며 문짝에 뿌려서 액운을 막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