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락사회에서 일일고용 노동력(一日雇傭勞動力)을 일컫는 민속용어이다. 흔히 자기 가족의 노동력이나 품앗이와 같은 노동교환으로도 일을 다 해낼 수 없을 때 품을 사게 된다.
품을 파는 사람은 주로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며, 그 중에서도 자기 집안이 소유하는 경작지에 비하여 노동력이 과다한 영세농이나 소농층 또는 경작지가 없는 주민들이 놉이 된다.
그러나 생활이 넉넉한 주민도 놉이 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지주 소작관계나 이웃관계, 생계보장책으로 놉이 되는 예가 많으며, 후자의 경우는 근린관계(近隣關係)나 혈연관계, 동년배관계 등에 의하여 놉이 되는 예가 많다. 일반적으로 ‘날품팔이’는 계약에 의한 완전한 임금노동자를 말한다.
이에 반해 놉은 비록 보수를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대면관계에 있는 근린집단 내의 성원들이 서로 협동한다는 의식 속에서 주고받는 노동력이다.
따라서 놉의 고용은 주로 촌락사회 내부에서 행해지며 노동력을 고용한 집에서는 보수 외에도 식사와 술·담배·참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보수도 현금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놉의 가정에 필요한 현물로 지급하기도 하며, 보수의 지급시기도 일정하지 않다. 특히 보수를 임의로 결정한 뒤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고용자가 주는 대로 받는 것이 놉의 특징이다.
따라서 놉은 임금을 현금으로 한정하고 임금의 액수와 지급시기 등을 계약하여 제공하는 임금고용노동과는 차이가 있다. 놉은 고용자와의 협동의식을 배경으로 하여 고용되지만, 고용자의 처지에서 보면 노동량에 따라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양에 따라 보수가 지급된다. 임금을 앞세운 완전한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비능률적인 면도 있다.
이와 같이 놉은 품앗이와 같은 협동노동력 동원형태에서 고지(雇只)나 돋내기와 같은 임금노동의 형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그 중간적인 노동력 동원형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도 촌락사회에서는 놉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긴 하지만, 그 본래의 속성은 사라지고 근린관계의 친소(親疎)나 혈연관계에 의한 협동의식보다는 경제적인 계약관계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곧 촌락사회의 성격이 신분의식에 의한 인간관계나 전통적인 근린협동의 관계에서 경제력이 지배하는 인간관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날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