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담(神異譚) 중 운명담에 속한다. 『동국여지승람』 권38 제주(濟州) 산천조와 이원진(李元鎭)의 『탐라지(耽羅志)』, 김석익(金錫翼)의 『탐라기년(耽羅紀年)』 등의 문헌에 수록되어 있다.
전국 여러 곳에 전승되고 있으며, 특히 제주도에서는 ‘고종달형’ 전설로 알려져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하를 얻은 진시황이 다른 제왕이 나올까 걱정하여 이웃 나라들을 탐색하다가 제주에 왕후지지(王侯之地)가 있다는 사실 알아내게 된다. 진시황은 그곳에서 새로 왕이 태어날 것을 우려하여 풍수쟁이 고종달을 보냈다.
제주에 들어온 고종달은 용의 형체를 한 산방산이 왕이 나올 정기를 품은 명당임을 알고, 그곳의 용머리의 잔등과 허리 부분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산방산에서 피가 흐르고 울음소리가 났다. 그래서 제주에는 왕이 못 나오게 되었고, 물도 또한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고종달을 중국이 아닌 고려 조정에서 보냈다는 변이형도 있다.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 전승되는 설화들도 위에서 든 제주도 설화와 비슷한 내용과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혈을 끊는 주체가 중국에서 보낸 이름 없는 풍수쟁이이거나, 중국 장수 혹은 임진왜란 때 조선에 온 이여송(李如松)일 수도 있으며, 일제 침략자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모두 강대국에서 보낸 외부인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혈을 끊는 방식도 다양한데, 용머리의 형상 끊기, 바위 깨기, 용의 배 형상을 갖춘 지형에 도랑 파기, 명당자리에 쇠말뚝 박기, 거문고 형상을 갖춘 지형에 줄 끊기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단맥하는 목적이 조선에 장군이나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어느 설화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단맥하는 횡포를 산신이 저지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나라가 파탄에 이르지 않도록 지켜 주는 호국 신령에 대한 오래된 믿음이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단맥해서 운수가 바뀐 대상이 나라가 아니고 계층 집단으로 설정한 경우가 「아기장수설화」에 나타난다.
하층민 집안에 태어난 날개 돋친 아기장수가 장차 역적이 될 것을 두려워한 그 부모 또는 관원이 혈을 끊어서 아기장수를 몰락시켰다는 이야기에서는 단맥의 주체가 같은 내국이면서 상층 혹은 보수적인 집단이다. 그래서 기존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 없는 이유를 단맥 모티프와 연결시켜 구현하였다 하겠다.
심한 학정을 하는 지방 관원이 그 지방의 특출한 인물 때문에 자기 뜻을 못 이루자, 그 지방에 있는 명당의 지형을 바꾸어 인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였다는 이야기는 한 고장의 지형이나 상황의 특수성에 단맥 모티프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설화에서는 부사를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지방 부호를 단맥으로 망하게 하였다는 경우도 있어, 갈등 주체에 대한 가치 판단이 일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명당자리 때문에 부자로 사는 집에 시주를 청하러 간 중을 그 집 며느리가 학대하자, 그 중이 명당자리를 단맥하여 그 집안이 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기서는 행운과 불운이 모두 지형과 관계되고 있어서, 선악의 도덕적 관념이 풍수 사상을 배경으로 형상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맥설화는 지형의 기운이 사람의 운수를 지배한다는 풍수 사상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집안·지역·나라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구현하고 있다.
개인이나 집안의 운수를 다룬 경우에는 그 의미가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지역이나 나라의 운수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상층과 하층, 보수적 사고와 혁신적 사고, 중앙과 변두리,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생겨나는 대립 양상을 심각하게 반영하고 있다.
약하고 대접 받지 못하는 쪽이 처하고 있는 상황이, 강한 자의 부당성에 기인함을 들추어내어 역사적 고난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된 불리한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처지를 떨치고 일어설 수 있는 극복 의지를 다지자는 의도를 이면에 함축하고 있다는 데에 이 설화의 적극적인 의의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