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린(李鍾麟)이 지은 한문 장편소설. 1914년 회동서관(匯東書館)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그 뒤에 대만(臺灣)에서 간행된 ≪한국한문소설전집≫ 제9권에 수록된 것이 있다.
<만강홍>의 ‘간관(看官)’이라는 용어의 사용과 화자(話者)의 표시 등의 문체적 성격의 특이성으로 말미암아 한문희곡으로 보고자 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만강홍>의 광고문(천도교회월보, 1914.6.)에는 분명히 ‘신식한선문조선소설(新式漢鮮文朝鮮小說)’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신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개화기의 여타 한문소설인 <잠상태>나 <일념홍> 등과는 문체상 구별된다. 전21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는 많은 삽입시가 대화의 전후 또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아마도 창(唱)으로 불리기도 하였던 것 같다.
<만강홍>은 재자가인(才子佳人)의 한 총각과 두 처녀가 특이한 계기로 만났다가 헤어진 뒤에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나 세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일종의 애정소설 이다.
<만강홍>의 서두에는 만강홍(홍)이 10년 만에 용산강구(龍山江口)의 자기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제시된다. 용산에 사는 김오위장(金五衛長)의 외동딸 홍이 어느 봄날 시비 녹란(綠蘭)과 함께 지당(池塘)에서 뱃놀이를 할 때에 녹의(綠衣)를 입은 총각이 귤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그 해 가을에 홍이 녹란과 함께 광릉의 어머니 묘소에 성묘하러 가는데 녹의를 입은 총각이 뒤를 쫓는다. 성묘를 마치고 배를 타고 귀가할 때에 남쪽 언덕에서 배를 태워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있어 태우니 녹의를 입고 그들을 뒤쫓던 총각이었다.
총각은 삼호강구(三湖江口)에 사는 사남(四男)이라는 인물이었다. 홍은 그의 지난 소행을 꾸짖고 총각은 사죄함으로써 서로 화해한다. 밤에 광풍이 일어 배가 표류하다가 어느 섬에 닿는다.
사공을 비롯한 남자들은 먹을 것을 찾아 산으로 오르고 홍과 녹란은 깊은 잠에 골아떨어져 꿈을 꾸게 된다. 꿈에 나타난 광경은 사공이 산에 올라가서 본 어언사(於焉寺)와 삼위금불(三位金佛)의 모습과 방불하였다.
사공의 제의로 그곳을 거처로 삼고 활로를 모색하려고 할 때에 장별감(張別監)의 무리가 들이닥친다. 장별감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이존위(李尊位)가 이끄는 도한들이 나타나 장별감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게 되고, 홍과 녹란은 이존위의 부하에게 각각 끌려가게 된다. 한편, 사남은 이존위와 본관이 같고 통하는 바가 있어서 그의 집에 머무른다.
어느날 사남은 이존위의 집 뒤에 있는 별당에 두 여인이 갇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존위를 감복시켜 그들을 풀어주게 한다. 이존위는 또 도한들을 모아놓고 앞으로는 착하게 살 것을 명령한다.
이존위는 사남을 혼인시켜주려고 그의 부인이 용연이라는 곳에서 본 두 여인을 데려오게 하니 바로 홍과 녹란이었다. 이존위는 그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8년간 정조를 지켰음을 듣고는 그날 밤으로 어언사의 부처 앞에서 홍과 사남을 혼인시킨다. 사남은 얼마 있다가 다시 녹란도 부인으로 맞아들여 셋이 한 가정을 이루었다. 홍과 녹란의 꿈에 나타났던 삼위일체불이 징험된 것이다.
<만강홍>은 전통적 한문소설과 개화기 한문소설의 성격을 잘 조화시킨 작품이다. 한문소설의 전통을 근대에 재흥시키고자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소설사적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