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에서는 정월 열 나흗날 저녁에 모깃불을 피우고 “모기야, 깔따구(각다귀)야, 다 물러가라.”고 외친다고 한다. 깔따구는 하지 때부터 해안지방에 나타나는데, 곳에 따라서는 눈앞을 가릴 정도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람의 피를 뜯는다고 한다.
경상남도에서는 대보름날 새벽에 일어나서 마당에 짚불을 놓고 이것을 목개불(모깃불)이라 한다. 목적은 여름 내내 모기를 쫓는다는 것인데, 아이들이 그 위를 세 번 뛰어넘으면 몸에도 좋다고 한다. 한편 모깃불에 참대나 아주까릿대를 넣어서 마디가 튀는 소리를 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잡귀를 쫓는 뜻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습들은 도서지방에 특히 더 많다. 도서지방에서는 열나흗날 저녁 보름밥을 해놓고는 방의 먼지를 쓸어 담아 갯가에 가서 날려보내며, “모기·깔따구·벼룩 등아, 경치 좋은 데로 날아가라.”고 한다. 이를 ‘모기날리기’라 하며, 이외에 ‘모기팔기’도 있다. 대보름 무렵에 모기가 있을 리 없으나, 이렇게 모깃불을 피우고 다양한 주술적 관습을 전개하는 데에는 모기로 인한 피해가 그만큼 많았다는 데 그 까닭이 있다.
의학계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제주도만이 아니라 남해안일대에는 치료의 방법이 없던 상피병(象皮病)이라는 무서운 병의 세균인 사상충(絲狀蟲, microfilaria)을 옮기는 모기들이 있다. 상피병이란 코끼리처럼 피부가 거칠어지고, 퉁퉁 붓는 병이다. 심하면 일도 하지 못하는데, 특히 제주도에는 그 이환율(罹患率:병에 걸리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주민들은 이 병이 모기에 의해서 옮겨진다는 것은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나, 어떻든 모기 피해가 매우 극심한 것으로 의식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민속적으로 새해 첫날이라는 의식이 강한 대보름날에 1년 내내 모기를 쫓으려는 주술적인 관습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