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禮書)에서 말하는 산역의 순서는 원칙적으로 묘역을 처음 파는 것[開塋域], 토지신에게 제사지내는 것[祠后土], 광(壙)을 파는 것, 회격(灰隔)을 하는 것, 관을 묻는 것, 회격으로 덮개를 하는 것, 회로써 채우고 다시 흙으로 채우는 것, 묘 옆에서 토지신에게 제사지내는 것, 지석(誌石)을 묻는 것, 봉분을 만드는 것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들을 차례로 설명하면, 장례를 치르는 날 아침 상주가 조곡(朝哭)을 마친 뒤 일보는 사람[執事者]을 데리고, 무덤을 쓸 곳에 가서 네모나게 구덩이를 파게 한다. 이것이 처음 묘역을 파는 것이다. 파낸 흙은 묘터의 앞쪽으로 모으고, 구덩이의 사방에 각각 표(標)를 세우고, 친척이나 손님 가운데 한 사람을 가려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한다.
제사의 형식은 축관(祝官)이 집사자를 이끌고 표를 한 왼편 남쪽에 술·과일·포 등을 차려놓는다. 토지신에게 고할 사람이 길복(吉服)으로 북쪽을 향하고, 집사자가 그 뒤에 서서 함께 두 번 절한다. 고하는 사람은 집사자가 주는 술을 받아 땅에 붓고, 다시 술을 받아 제상 위에 놓는다. 다음에 축관은 고하는 사람의 왼편에 동쪽을 향하여 꿇어앉아 축을 읽는다.
축읽기가 끝나면 고하는 사람이 두 번 절하고 축관과 집사자가 모두 두 번 절하고 제를 끝낸다. 이렇게 토지신에 대한 제사가 끝나면 광을 판다. 이것을 금정(金井)이라고도 하는데, 광은 관을 넣기에 알맞게 아래로 판다. 광을 다 판 뒤 관을 넣은 다음 석회와 잔모래와 황토를 고루 섞어서 광 안을 채운다. 관을 넣을 때는 관이 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관이 완전히 내려가면 관을 바로잡고 그 위에 명정(銘旌)을 덮어서 평평하게 한다. 다음에 그 위에 횡판(橫板)을 연이어 덮고 그 위를 회격으로 뚜껑처럼 덮는다. 그런 뒤 그 위를 석회로 채우고 다시 흙으로 채워서 차츰 구덩이를 메운다. 그리고 다시 묘 옆에서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 형식은 묘역을 열 때의 제사와 같다. 그리고는 지석을 묻는다.
무덤이 평지에 있으면 광 안의 앞부분에 먼저 벽돌을 깔고 그 위에 지석을 놓고, 다시 벽돌로써 이 지석을 사방으로 싸지만, 만약 무덤이 산기슭의 가파른 곳에 있으면 광의 남쪽 몇 척쯤에 깊이 4, 5척을 파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묻는다. 지석을 묻은 뒤에 다시 무덤에 흙을 채워 쌓아올린다.
흙은 한 자를 표준으로 넣는데, 굳게 다진 구덩이에 흙을 모두 채워넣고는 다시 흙을 쌓아 봉분을 만든다. 봉분의 높이는 4척으로 한다. 봉분 앞에 비(碑)를 세우는데 서민의 경우 비의 높이는 4척으로 하고, 비의 밑받침의 높이는 1척 정도로 한다.
그러나 실제의 관행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장사를 지내는 날이 되면 미리 선정해둔 묘자리에서는 풍수나 지사의 지휘로 방위에 맞추어 산역꾼들이 광중(壙中)을 판다. 이것을 참파(斬破)라고 한다. 광중을 팔 자리 네 모퉁이의 흙을 한 삽씩 파낸 다음 산신제를 지낸다. 막대기의 위를 깎아서 ‘산신지위(山神之位)’ 또는 ‘토지신지위(土地神之位)’라고 써서 땅에 꽂고, 그 앞에 음식을 차린다.
산신제는 산역꾼 중에서 시신을 보지 않은 사람이 지낸다. 지방에 따라서는 산신제를 지낸 다음 삽이나 괭이로 땅을 세 번 판 뒤에 광중을 파기도 한다. 하관할 때가 되면 상주들이 곡을 하는 가운데 운구하여 하관한다. 상주가 삽이나 옷에 흙을 담아 광중의 네 귀에 먼저 쏟으면 산역꾼들이 흙을 덮기 시작한다.
관 주변의 흙은 석회를 섞어 다진 다음 흙을 채운다. 지석은 예서와 같이 돌에 새기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뚜껑이 있는 사기그릇에 재를 담고 지석에 새기는 내용을 종이에 써서 넣은 다음 광중 앞에 묻는다. 광중의 흙이 평토가 되면 평토제를 지내고 그 다음에 성분을 하면 산역이 끝난다. →상례(喪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