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판. 204면. 작자의 제4집으로 1967년 가림(嘉林)출판사에서 700부 한정판으로 간행하였다. 신석정의 회갑을 기념하여 출간된 이 시집에는 5·16 군사정권하에서 친교를 돈독히 하고 있던 조지훈(趙芝薰)이 병상(病床)에서 써 보낸 서(序)가 머리에 있고 장정 및 구성은 작자가 직접 맡아 했다.
이 시집에는 총 60편이 4부로 나뉘어 편성되어 있다. ‘산(山)의 서곡(序曲)’장에 「산은 알고 있다」 등 16편, ‘단장서곡(斷腸序曲)’장에 「고원(故園)」에 보내는 시(詩) 등 21편 그리고 ‘영구차(靈柩車)의 역사(歷史)’장에 「밤의 노래」 등 18편, 마지막 ‘기여시초(羈旅詩抄)’장에 「나무는 죄가 없다」 등 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시집의 말미에 저자의 발(跋)이 있다.
이 시집 속에는 4·19의 격랑 속에서 발표된 「단장서곡(斷腸序曲)」(1960), 박두진(朴斗鎭)이 신석정의 후기시 가운데 가장 신석정다운 골격과 깊이를 느끼게 한다고 격찬한 「전아사(餞迓詞)」(1961) 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5·16 치하를 비판한 「영구차의 역사」(1962), 민중의 수난사를 노래한 「곡창(穀倉)의 신화(神話)」(1965)와 「오한(惡寒)」 등 현실참여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려 한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산의 서곡』은 신석정이 단순한 목가 시인으로만 평가되어질 수 없는 시사적(詩史的) 당위성을 제기해 주고 있다.
『산의 서곡』은 제3시집 『빙하(氷河)』 이후 20여 년 동안에 씌어진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석정의 후기시를 대표하는 시집으로 신석정의 시세계의 변모 과정을 한눈에 보여 주고 있다. 그 동안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숱한 혼란과 시련의 도전 속에 많은 물굽이를 이루어 왔다. 신석정은 이때마다 역사의 파도를 외면하지 않고 ‘산의 얼굴’에다 시련의 주름을 끈기 있게, 그리고 리얼하게 새겨나갔다.
초기의 ‘산’은 문자 그대로 명상하고 ‘조으는’ 산이었으나 이 시집 속의 ‘산’은 “피 묻은 역사(歷史)의 그 생생한 기록(記錄)을 잘 알고”(「산은 알고 있다」) 있는 시대의 증언자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하여 조지훈도 서문에서 “저 산의 모습이야말로 항상 변함이 없지만 그것을 보고 느끼고 이해(理解)하는 마음은 한결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항시 서곡(序曲)을 부르는 듯한 겸손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이러한 태도는 시와 인생을 대하는 신석정의 의연한 자세와도 결부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