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94면. 작자의 제2시집으로 1947년 낭주문화사(浪州文化社)에서 간행하였고, 1954년 대지사(大志社)에서 중판본이 나왔다.
총 33편의 작품을 3부로 나누어 싣고 있으며, ‘슬픈 목가에 바치는 글’이라는 김아(金鴉)의 서문과 ‘나의 몇몇 시우(詩友)에게’라는 지은이의 후기가 있다. 그러나 중판부터는 서문과 지은이의 후기가 빠져 있다.
1부 ‘산수도(山水圖)’에 <청산백운도 靑山白雲圖>·<등고 登高>·<작은 짐승>·<슬픈 구도(構圖)>·<방 房>·<고흔 심장(心臟)>·<서정가 抒情歌> 등 14편, 2부 ‘애가(哀歌)’에 <슬픈 전설(傳說)을 지니고>·<봄을 부르는 자(者)는 누구냐>·<차라리 한그루 푸른 대로>·<애가 哀歌>·<한대식물 寒帶植物>·<소년을 위한 목가>·<꽃길을 찾아> 등 10편, 3부 ‘헌시초(獻詩抄)’에 <수선화 水仙花>·<꽃상여 가는 길>·<산보로 山步路>·<떠나는 길에 눈이 내려>·<흑석(黑石)고개로 보내는 시>·<작은 짐승이 되어> 등 9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은 광복 후에 간행되었으나 수록 작품은 대체로 1935년에서 1943년 사이에 쓰여진 것들이다. 내용을 보면 첫 시집과 같이 명상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으나, 시집의 제목이 말해주듯 무너진 목가 세계로 인한 비감(悲感)이 그 주조를 이루고 있다.
“나와/하늘과/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꽃 한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새 한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노루새끼 한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라는 <슬픈 구도>의 한 구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첫 시집 ≪촛불≫의 ‘안개 자욱한 강 건너’로부터 ‘꽃 한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는’ 삭막한 현실로 귀환하기에 이른다.
자연친화를 통한 절정의 순간에서 얻은 예감을 삶의 보편적 양식으로 삼기에는 역사와 생활이 너무나 괴로웠던 것이다.
즉, 현실의 삶으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유토피아 건설이 불가능함을 자각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몸부림으로 인해 ≪촛불≫ 속의 ‘어머니’는 이 시집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게 된다.
작자는 ≪슬픈 목가≫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제의 압박에서 가까스로 견디어내던 당시의 가슴아픈 상황을 절규 속에 담아보았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무너진 목가 세계에서 감상과 영탄에만 머물러 있지 아니하고 <고흔 심장>에서는 밝은 내일을 기다리는 굳은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의지는 뒷날 현실 인식이 강한 제3시집 ≪빙하 氷河≫와 제4시집 ≪산의 서곡(序曲)≫을 낳게 한 본류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시인의 초기 시의 배경이 단순히 자연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