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유치진(柳致眞)이 지은 희곡 작품.
3막. 1935년 극예술연구회(劇藝術硏究會)의 공연극본으로 씌어진 작품이나 일제의 검열로 상연되지 못하고, 동경학생예술좌(東京學生藝術座)의 창립공연으로 상연되었다.
<토막 土幕>(1932)·<버드나무 선 동네 풍경>(1933)로 이어지는 유치진의 농촌극의 대표작으로, 사실주의(寫實主義) 계열의 한국연극 가운데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1930년대 한국농촌을 무대로 하였다. 소작농 국서(局瑞)의 가족은 소 한마리가 유일한 재산이다. 이것을 몰래 팔아서 한 몫 장만하려 드는 둘째아들, 소를 저당잡아서 서울로 팔려갈 위치에 처한 이웃집 처녀를 구하고 나아가 그 처녀에게 장가들고 싶어 하는 큰아들, 끝내는 밀린 소작료의 대가로 소를 몰아내려 드는 마름과의 옥신각신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끝내는 이 집안(그리고 마을 전체)의 비극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작가의 현실고발과 연극적 재치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민족항일기 농촌의 현실과 삶의 비참함에 대해서는 이미 전작(前作)에서 다룬 바 있거니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소작인과 마름과의 관계에다 빈곤 때문에 도회지로 팔려가야 할 궁지에 몰린 동네 처녀, 마을을 탈출하여 새로운 기회를 엿보려는 아들, 서울서 타락하여 돌아온 동네여자 등 여러 등장인물이 전체적으로 매우 잘 짜여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표제인 ‘소’를 작품의 중심에 두고서 극 전체가 구상되었다는 데 있다. 유치진은 이 극으로 해서 일제경찰에 구속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리얼리즘으로부터의 후퇴라는 그의 작가경력의 큰 전환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1937년에 극예술연구회에 의하여 상연되었을 때에는 <풍년기 豊年記>라고 개제(改題)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