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총 140면). 국한문 혼용 필사본. 1968년김광순(金光淳)이 경북북부지방에서 발굴한 소장본이 1979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동학가사 東學歌辭Ⅱ≫에 실려 있다. 필사 상태, 지질과 묵질로 보아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기에 필사된 것으로 보인다.
수운(水雲)이라는 최제우(崔濟愚)의 호를 가사집 이름으로 한 것으로 보면 ≪수운가사≫는 최제우의 동학사상을 이어 받아 전수한 가사집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제우가 동학운동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었던 1861년 6월부터 1863년 12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피신하며 틈틈이 자신의 사상을 한문체와 가사체 등으로 창작했다. 그러다가 1864년 갑자기 처형당하게 되자 남아 있던 신도들이 그의 글을 모아 기본 되는 가르침으로 삼게 되었는데, 한문체로 엮은 것이 ≪동경대전 東經大全≫이고, 가사체로 엮은 것이 ≪용담유사 龍潭遺事≫로 알려져 있다. 김광순(金光淳)이 발굴한 ≪수운가사≫도 ≪용담유사≫와 유사한 동학 가사집이다.
≪수운가사≫에는 10편의 가사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보면, <삼연가 三然歌>·<궁을전전가 弓乙田田歌>·<삼경대명가 三警大明歌>·<사십구년설법가 四十九年說法歌>·<남조선(南朝鮮)뱃노래>·<초당(草堂)에 춘몽(春夢)>·<칠월식고 七月食苽>·<남강철교 南江鐵橋>·<춘산노인(春山老人)이야기>·<달노래> 등이다. 이들 수운가사는 대체적으로 4음보로서 4·4조가 주류를 이룬다.
가장 첫머리에 나오는 <삼연가 三然歌>는 최제우의 ≪용담유사≫에 나타나는 내용이 중간에 삽입되어 있어 이 둘간의 관계가 구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삼연(三然)’이란 불연(不然)·기연(其然)·자연(自然)을 말한다. 불연지중(不然之中)에 자연지리(自然之理)가 있으며 자연 가운데 불연사(不然事)가 있다고 하여 세상의 이치가 자연스런 가운데 변화가 있음을 깨우치도록 노래한 가사이다.
<궁을전전가>는 이재궁궁을을(利在弓弓乙乙)의 내용을 역(易)의 이치로 풀이하면서 아울러 동학사상을 노래하고 있다. <삼경대명가>는 첫머리에서 세상 사람에게 삼경가(三警歌)를 자세히 듣고 궁궁을을(弓弓乙乙) 공부하여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밝혀 보자고 하면서 동학사상을 노래하고 있다. <사십구년설법가>는 천도건곤(天道乾坤)과 지도건곤(地道乾坤)을 베풀어 영산(靈山)세계를 마련하겠다는 동학사상을 읊고 있다.
<남조선뱃노래>는 천지로 배를 모우고 요순우탕(堯舜禹湯)으로 키를 잡아 문무주공(文武周公)으로 돛을 달고 안증사맹(顔曾思孟)으로 노를 지어 노니, 이러한 배가 어찌 파선하겠느냐고 동학사상의 굳건함을 강조하면서 시작된다. 이 작품의 전체 구성은, 이 배의 도사공인 전원수(全元首)의 위대함과 동학사상의 훌륭함을 뱃노래로 화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배로 중생을 구하여 만국 문명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동학가사이다.
<초당에 춘몽>은 바둑판에서는 상산사호(商山四皓)가 두는 바둑 장면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묘한 수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바둑판의 이치를 묘사하면서, 이를 통해 천지의 도수를 바로 알도록 깨우치고 있는 내용의 동학가사이다.
<칠월식고>는 삼복더위에 ‘칠월식고’라는 글을 해석하라는 동방(東方)선생의 명을 받고 꿈을 깬 뒤 그것을 기록한 내용이다. 작품 전반부는 <주역>의 원리를 이용하여 해석하고, 후반부는 참외밭 주인 첨지를 불러 참외 맛을 보면서 해석하고 있는 내용의 동학가사이다.
<남강철교>는 처음 사촌형에게 달을 보러 가자고 하면서 그곳에 가려면 다리가 있어야 한다고 하며 다리 이름을 많이 들고 있다. 이어 해원의 시대가 돌아오게 되며 그들에게 도를 찾아 수행을 시작하라고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제하라고 이 가사를 지으니 일심(一心)으로 공부하여 원통한 마음을 풀라고 읊고 있어서, 현실의 고난에서 벗어나려는 서민들의 소망이 그려져 있는 동학가사이다.
<춘산노인 이야기>는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세상의 삼강오륜, 특히 신(信)을 닦아 오는 운수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중생들이 인사도(人事道)는 닦지 않고 있는 것을 경계하는 동학가사이다.
<달노래>는 하늘에 비친 달과 정월·이월 등의 달에 대한 풀이와 아울러 개벽천지가 열려 문명시대가 도래함을 읊고 선을 쌓은 사람의 조상과 악을 행한 자손의 조상이 다름을 비교하여 노래한 동학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