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또는 수어)는 주로 농인(聾人: 보는 사람)과 그의 가족 및 수화통역사 등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이다. 『한국수화 관련 법령 제정 연구』에서 수화 사용 농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어(수화)로 사용하기도 한다.
수화의 유형에는 한국수화와 유사수화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유사수화체계는 농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수화 이외에 농아동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하기 위하여 도입한 한글식수화, 문법식수화, 인위적으로 만든 모든 것을 유사수화로 규정하였다.
수화는 가장 작은 단위로 언어의 음운론 수준인 수화소(chereme)가 있으며, 수화소에는 손의 모양인 수형(手形, dez), 손의 위치인 수위(手位, tab), 손의 움직임인 수동(手動, sig), 손바닥의 방향인 수향(手向, orientation), 얼굴표정과 몸의 움직임인 비수지신호(非手指信號, nonmanual signals)가 있다.
한국수화는 고유수화와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수화단어로 구성되어 있고, 수화의 단어와 어휘는 단일 수화와 합성 수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교적 자유로운 어순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한국수화는 한국어와 다른 음운과 형태, 통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언어가 요구하는 필수조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눈으로 수화를 인식하고 손을 포함하여 비수지신호와 함께 표현하는 시각 운동체계의 언어이다.
수화의 성립 시기는 국내에서 농인들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과 농인 상호간 의사소통을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농인 상호간에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수화를 시작한 시기는 평양에 최초로 농학교를 개교하여 시작한 1909년이 된다.
미국감리교 여성의료선교사인 로제타서우드 홀(R.S Hall) 여사는 1909년 평양맹아학교(平壤盲啞學校)를 설립하기 위하여 한국인 이익민과 그의 조카를 중국 최초의 농학교인 체후(Chefoo)농학교(현 연대농학교)에 연수를 하게 한 후 농교육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농학생을 위한 학교의 설립은 홀여사가 하였지만, 교육은 한국인 이익민교장과 그의 조카가 중심이 되어서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09년 홀여사가 설립한 농학교에서 중국수화를 유입하여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도 있어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농학교에서도 수화를 사용하지 않고 구화 방법들을 사용하였기에 정확한 근거 자료 없이 추측하여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한국수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농아동들이 교육받기 위하여 집단적으로 모여서 생활하므로 상호간에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그 후 일제강점기 때인 1913년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제생원(濟生院, 현 서울농학교)에서 일본수화를 사용하였으며, 강습회 등을 통하여 일본수화 교육을 하였다.
1935년 이창호목사가 평양에 개교한 평양광명맹아학원(平壤光明盲啞學院)은 초창기에 한국수화로 지도하였으나, 1943년부터 구화법으로 지도하였다.
1962년 한국특수교육연구협의회는 농학교에서 교육방법은 수화법을 지양하고 구화법을 사용하도록 결정하였다.
1963년 서울농아학교(현 서울농학교)에서는 『수화』교본을 제작하였으나, 서문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수화교육보다는 가장 현대적 원리와 방법에 의한 구화교육으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수화』 교본은 당시에 사용된 수화를 잘 정리하여 소개하였지만 활용되지 못하고, 하나의 제거 대상으로 기술하였음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1982년 서울농학교를 중심으로 부산농학교(부산배화학교), 대구영화학교, 대구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등이 참여하여 국내 최초의 『표준수화사전』을 편찬하였다. 『표준수화사전』의 표제로 선정한 수화어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국어교과서에 있는 단어와 어휘를 조사한 후 수화를 선택하여 표준화하여 사전으로 출판하였다.
1991년 교육부에서는 『한글식 표준 수화』를 발행하였다. 발간사에는 자연발생적인 전통적 수화 단계를 마무리하고 문법적 수화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수화를 한글식으로 표준화하여 조정·제시 하였다.
한편 수화에 대하여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00년부터 언어 소외 계층의 언어권 보장과 언어 복지 실현을 위하여 한국수화표준화 사업과 한국수화 연구 및 보급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하여 수화 관련 분야 22명이 위원으로 위촉되어 2000년 7월 1일부터 2004년까지 5개년 동안 한국수화를 표준화하고 주요 국가의 수화를 번역하는 사업을 하였다.
『한국수화사전』은 2000년부터 연구하여 2005년에 출판하였고, 2007년에는 개정판을 발간하였다. 그 후 『일상생활수화』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회에 걸쳐 별책으로 출판되었고, 『법률수화』, 『교통수화』가 2007년에 출판되었으며, 『의학수화』, 『정보통신수화』가 2009년에 출판되었다.
이 외에도 종교수화인 『기독교수화』, 『불교수화』, 『천주교수화』와 『국어 교과 용어의 수화 표준화 연구-언어영역』이 2010년에 출판되었고, 『경제 영어의 수화 표준화 연구』, 『정치 용어의 수화 표준화 연구』가 2012년에 출판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전문 수화책을 출판한 것 외에도 외국수화사전을 번역하였다. 『일본어 수화사전』은 2004년에, 『한국어-스페인수화사전』은 2005년에, 『한국어-미국수화사전』은 2008년에 출판하였다. 2004년에는 『한국수화어원 사전』을 출판하였으며, 『한국수화문형사전』은 2007년에 출판하였다.
그 밖에 『수화로 하는 애국가, 국기에 대한 맹세, 한글날 노래』를 2008년에 출판하였으며, 『한국수화에 의한 한국어 문장지도』를 2009년에 출판하였고, 『한국수화에 의한 한국어 문법교육』을 2010년에 출판되었다.
2013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수화연구에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한국수어 코퍼스 구축을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였다. 수화 코퍼스 연구는 장기 계획으로 약 13년에 걸쳐 전국 각 지역과 중국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는 연변농학교, 그리고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연구 계획을 세웠다.
수화코퍼스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인 농인과 농인진행자가 수화로 대화를 하거나 토론 및 수화그림이나 영상을 보고 표현하는 수화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 분석하는 것으로 원본 동영상 자료를 모든 사람들이 접근이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각 지역 수화와 함께 여러 지방의 농인들의 문화도 알 수 있게 실제 상황들을 기록 촬영한 것이며, 이러한 수화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수화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과 농문화 등도 연구할 수 있다. 또한 한국수화에 대한 전사 방법도 연구 적용하여 해외 수화연구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서 수화교육은 크게 농아동을 위한 교육과 일반인을 위한 교육으로 볼 수 있다. 농아동 교육을 위하여 수화로 교과내용을 지도하는 수화법은 세계 최초로 프랑스 파리에 농학교를 설립한 에페(I’Epee, C. M. de)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그는 ‘수화는 농아자의 모국어’라고 하였다. 그는 파리 농학교에서 초창기에 프랑스 수화로 시작하였으나 이후에는 지문자를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수화를 농교육에 사용하였다.
1880년 9월 이탈리아 밀란(Milan) 농교육자회의(Conference of Teachers of Deaf)에서 농교육 방법 문제를 상정하여 참가자 116명 가운데 4명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대표자들이 순구화법(純口話法)을 채택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구화법 선언 후 130년이 지난 2010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농교육자학회에서는 지난 선언에 대한 반대의 뜻을 공식으로 선언하였다.
현재 세계 농교육계에서는 각 나라의 농성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농인들의 제1언어로 보고 조기에 도입하여 지도하는 이중언어(Bilingual) 방법을 적용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다. 이중언어 방법을 도입하는 각 나라의 농학교는 영유아부 또는 유치부부터 수화를 교육에 도입하여 지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이러한 현상과 다르게 아직도 한국어 지도를 위하여 수화를 보조수단으로 보고 교육하고 또 관련 책들을 출판하고 있다.
1983년 제3차 농학교 교육과정 중학부와 고등부 요육활동의 언어표현 영역에서 유사수어체계인 표준수화 익히기가 포함되기 시작하였으며, 1991년 교육부에서는 『한글식 표준 수화』를 발행하였다. 2000년 교육인적 자원부에서는『언어』란 책 안에 수화를 일부 포함한 교재를 출판하였다.
농학교에서 수화는 다른 교과목과 같이 정규적인 교육과정 안에서 지속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사정에 따라 재량 시간 등에서 소수의 학교에서 지도하고 있다.
따라서 청각으로 언어를 수용하기에 제한이 있는 농아동을 위하여 수화를 선택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완전한 분리교육이 아니라 그들의 잘 할 수 있는 특성을 살려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진정한 통합교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을 위한 수화교육은 초장기라 할 수 있는 1980년대 초반에 사회단체와 대학동아리, 종교단체 등에서 한국어의 단어와 어휘에 대응하는 수화단어와 수화어휘 수준에서 지도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화교육에서는 단어 수준의 암기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초급, 중급, 고급 혹은 한국수화 1,2,3,4 등의 단계별로 수준에 맞게 수화 문장이나 수화동영상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특히, 수화통역사를 양성하고 있는 국내의 나사렛대학교와 한국복지대학의 수화통역학과에서는 전문수화통역사 양성을 위하여 수화와 함께 전문영역별로 수화를 번역과 통역을 할 수 있도록 의료, 법률, 교육, 직업, 방송 등의 전문수화를 지도하고 있다.
수화를 농인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기 위하여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수화 관련 법령 제·개정 연구 및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2008년 9월 6일 한국농아인협회에서 7인의 연구위원들이 모여서 진행하였다. 동위원회에서는 국내의 국어기본법과 관련법들을 조사하였고, 해외의 수화관련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였다. 그 후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농아인협회의 수화언어법 연구위원들이 ‘한국수화 관련 법령 제정 연구’를 진행하여 『한국수화언어 기본법』을 2013년 국회에 제출하였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다.
수화는 1909년 농교육이 시작되면서 농인들을 위한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그 후 농아동의 한국어 지도를 위하여 단순한 보조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수화연구자들과 다수의 농인들은 유사수어체계들과 한국수화가 다름을 주장하여 다양한 연구와 수화이론서, 수화교육을 위한 책을 출판하고 있고, 수화로 교육할 경우 한국수화로 지도하여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국내 각 지역의 수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고 학교교육과 사회생활 전반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여 진정한 통합사회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