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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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
개념
무속에서 강신무가 되기 전에 입무자가 거치는 종교체험. 무병.
이칭
이칭
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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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무속에서 강신무가 되기 전에 입무자가 거치는 종교체험. 무병.
내용

이 병은 의약으로는 낫지 않고 무당이 되어야 비로소 낫는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이러한 병을 ‘신병(神病’)이라 부르고, 학계에서는 입무(入巫)의 병이라는 뜻에서 손진태(孫晉泰) 후 무병(巫病, Schamanen-krankheit)이라 부르고 있다.

신병은 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를 위시하여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던 샤머니즘(shamanism) 사회의 입무에 이르는 병(initiation disease)과 같은 목적과 기능을 지닌 현상이다. 즉, 신병은 그가 신에 의하여 무당이 되도록 선택되었다는 증표이며 이를 통하여 무당으로서의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신성한 입무의 조건이다.

보통 신병을 통하여 무당이 된 경우를 강신무(降神巫)라 하여, 세습과 학습에 의하여 입무한 세습무(世襲巫)와 구별한다. 그런데 강신무라 할지라도 뒤에 학습의 과정을 밟는 경우가 많고 세습무라고 해서 입무에 이르는 고행을 전적으로 무시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체험의 강도와 엑스터시(ectasy : 정신이 황홀한 상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세습무보다는 무병을 겪은 강신무가 더욱 큰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무당이 되기 위해서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관념은 근원적인 성무(成巫)의 조건이었으리라 짐작된다.

1930년대의 기록에 의하면, 신병은 비교적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밥을 먹지 못하고 냉수만 마셔 몸이 마르고 방안에 들어박혀 사람을 피하는 증세로 시작하여, 별안간 밖으로 뛰쳐나가 춤추고 망아경(忘我境, ecstasy)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신탁(神託)을 내리게 된다.

이 때 숨겨진 무구를 발견하여 몸주[身主, 保護神]로 삼거나 혹은 장차 무당의 몸주가 될 신의 이름을 자기도 모르게 부른다. 또는 신장(神將)·잡귀의 모습이 눈에 어리고 방울소리·징소리 같은 것이 귀에 들리는 등, 환상·환청을 듣는 정신이상상태에 빠졌다가 신어머니[神母]의 인도로 내림굿[降神祭, 入巫祭]을 하여 무당이 됨으로써 병이 낫게 된다.

흔히 무서운 꿈을 꾸고 병이 생기기도 하고, 꿈에 의하여 병을 고치는 방법을 알게 되기도 하며, 꿈이나 환청의 지시로 감추어진 무구를 발견하거나 꿈속의 기분에 영향을 받고 야외로 달려나가 무구를 발견하는 수도 있어, 신병에서는 꿈의 역할이 크다. 꿈속에서는 ‘학을 탄 선관, 호귀(胡鬼), 잡귀, 말탄 장수’ 등 무속신앙의 귀신·잡귀를 보는 경우가 많다.

1930년대의 무병사례의 특징은 대체로 이른 발병연령, 극단적인 폐쇄성향과 신체적 쇠약 후에 오는 폭발적 광란과 망아체험, 의약이나 보통 푸닥거리로는 낫지 않고 입무제를 거쳐 무당이 되어야 낫는다는 점 등 신체적·정신적 장애의 발병동기나 증상내용이 모두 무속신앙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1960년대의 조사자료도 이런 점에서는 1930년대의 무병사례와 그 특징의 차이가 없다.

밥을 먹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고, 무신(巫神)들이나 그 상징이 꿈에 나타나고 꿈의 예시에 의하여 무구를 발견하든가 굿을 하게 되고, 마음이 들떠서 어디론가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등 많은 공통점을 보여준다. 정신이상증세로 길길이 뛰었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는데 결국 내림굿으로 병이 해소되거나 병굿 도중에 ‘말문이 열려’ 점을 칠 수 있게 되었는데 나중에 굿을 배워 무당이 되었다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나 ‘신내림’·‘말문 열림’ 등 황홀경에서의 외침이 신병의 절정인 동시에 그 해소의 계기이다. 신병은 무당이 됨으로써 나아진다고 하나 무당이 무의(巫儀)를 게을리 하면 다시 재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의학적인 견지에서 신병이 어떤 종류의 병인지 내림굿으로 그 병이 과연 완전 소실되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무병사례의 증상이 무척 다양하여 단일질병이라 보기는 어렵고 각종 신체적·정신적 증후가 섞인 복합증후군으로 보인다. 다만 공통적인 특징은 그 증후가 무속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자의든 타의든 무당이 될 소명으로서의 시련이라는 믿음에 있다.

무당이나 샤먼(shaman)은 그들이 무당이 되기 전에 병을 앓았다고 해서 환자가 아니라 병을 앓고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학자들의 견해는 한국 무속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무속사회에서 신병을 신의 선택의 징조이기는 하나 아직 허주(虛主)에 씌운 상태이기 때문에, 허주를 벗기는 굿을 한 뒤에 보호신을 무당 후보자에게 내리는 내림굿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근년 이런 엄격한 원칙이 많이 해이해진 듯하고 내림굿 없이 스스로 점과 굿을 행하는 경우도 많아진 듯하다.

신병은 샤머니즘의 핵심인 엑스터시(망아상태)를 준비하며 결국 엑스터시의 보다 순수한 형태를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 병고(病苦)라 할 수 있다. 엑스터시는 자아와 자아 너머의 세계와의 강렬한 정동(情動)을 수반한 관통이며 일치의 상태이다.

엑스터시와 빙의(憑依, possession : 근거하여 의지함)를 구별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들은 자아를 초월하는 어떤 신성한 세계 또는 그 존재와 접촉하여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이끌리는 기분으로 산으로 치달아 올라가든가 하는 체험으로 미루어볼 때, 저승의 초월적 존재와의 교류가 엑스터시 체험의 내용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입무 과정이 우리의 무병경과중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해체와 재생의 주제는 한국의 민담이나 신화에는 더러 나타나는 주제이고, 농경민족에 특이한 성인과정의 이념이라고 보는 ‘주인공이 동물에 먹히는 주제’가 한국무속의 입무과정(initiation)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백마의 뱃속에 들어가는 꿈이 무병사례에서 보고되었지만 한국무속의 입무 과정을 반드시 목축민족·농경민족의 성인과정 이념에 관련시켜 어떤 결론을 유도하기는 아직 어렵다.

고통과 죽음과 재생이라는 성인과정의 원초적 유형은 한국무속에서는 극도의 금욕, 육적인 것의 부정, 세속적인 것의 기피, 세속으로부터의 추방, 저승과의 근접과 귀령(鬼靈)의 세계에의 몰입의 여러 과정으로 상징되는 ‘고통과 죽음’, 잡귀의 발양(拔壤) 뒤에 초신(招神)하여 이루어지는 무신과의 합일, 그 증거로서의 신선(神宣)으로 표상되는 ‘재생’의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빙의된 ‘제귀신(諸鬼神)의 정련(精鍊)’이 일어나고 이는 무당이 되고 나서도 계속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개인적인 ‘그림자’로 가려져 있는 무의식(無意識)의 자기원형(自己原型) 혹은 아니마(anima : 정신), 아니무스(animus : 원한)가 그림자를 벗겨 버림으로써 보다 순수하게 의식의 자아와 만나게 하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엑스터시는 내림굿을 통하여 신병을 앓을 때의 피동적 체험에서 조절 가능한 능동적 체험으로 발전된다. 신병을 앓는 자는 또한 서서히 의식의 약화와 해이에 발맞추어 상대적으로 강해진 무의식의 초월적 기능,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할 수 있는 능력의 영향하에 있게 된다. 우연한 무구의 발견, 예언의 적중 등은 모두 이러한 무의식의 능력에 따른 분석심리학, 이른바 비인과론적(非因果論的) 원리로서의 동시성 현상(同時性現象, synchronicity)이라 할 수 있다.

신병은 모든 종교적 귀의에 수반되는 고행과 마찬가지로 ‘의미 있는 고통’이며 소명(召命)과 신선(神撰), 나아가서 무당의 엑스터시 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노이로제를 인격 성숙을 위한 의미 있는 고통이라고 보는 몇몇 근대 정신의학자의 소감과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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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무과정(入巫過程)의 몇가지 특징에 대한 분석심리학적고찰」(이부영, 『문화인류학』 제2집,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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