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 높이 28.8㎝, 밑 지름 14.5㎝.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1637년(인조 15년) 현원(賢元) 작. 펼치면 삼존불이 나타나는 불감형의 이동식 불단(佛壇)으로 예로부터 애용된 것 같다. 즉, 둥근 통나무를 삼등분해서 각기 본존과 좌우 협시보살을 조각해서 닫으면 포탄형이 되고 펼치면 삼존불이 보이도록 되어 있다.
닫힌 불감에는 장쇠를 달고 자물쇠로 고리를 달았다. 본존 머리 위가 되는 정상부에도 고리에 卍자와 범자(梵字)가 새겨진 장식물을 달고 있어서 송광사목불감의 계통을 따르고 있다. 이 불감의 정면 고리를 벗기고 펼치면 삼존불이 나타나며, 본존은 상현좌(裳懸座) 위에 결가부좌한 아미타불좌상이다. 왼손 손가락의 일부만 떨어져 나갔을 뿐 거의 완전한 편이다.
머리가 큼직하고 나발이 촘촘하다. 이마 위의 반달형 계주(髻珠)와 정상의 얕은 원통형 계주 등은 당시 불상의 머리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넓적하면서도 사각형적인 형태의 얼굴은 전형적인 17세기 목불상의 얼굴 형태로 정착된 것이다. 중앙에 돌출한 코나 작은 입, 눈 등과 더불어 평판적이면서 생동감 없는 단아함이 강조되고 있어 굳어지고 딱딱한 인상이다.
눈썹과 눈은 먹선으로 그렸다. 입은 누렁이 조금 섞인 붉은 빛깔[朱色]로 칠을 하였고, 콧수염 옆은 두 줄을 그은 도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불상의 얼굴에 묘사된 미소는 아직도 불(佛)로서의 격을 그나마 유지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양식적 특징이 17, 18세기 불상 양식을 매너리즘에서 구제해 주는 요소인 것이다.
어깨 역시 얼굴처럼 동그란 형태로 인체미의 자연스러움이 완전히 사라지고 인공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런 특징은 무릎이나 손·발 등 모든 체구에 다 나타나고 있는데 둥근 느낌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경직화된 듯하다.
오른손은 오른 무릎 위에 얹어 가운뎃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을 구부렸고 왼손은 왼 무릎 위에 얹어 손바닥을 보이는 특이한 손 모습인데 9품인의 변형이 아닌가 한다. 대좌는 상현좌인데 무릎 밑으로 내려온 옷자락이 대좌를 덮어 내려 세 가닥으로 흘러내렸다. 옷자락 사이에는 날카로운 연꽃이 보이고 있어서 연화대좌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본존의 특징은 좌우 협시상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왼쪽의 관음보살입상은 물론 오른쪽의 지장보살입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가령, 지장보살상의 얼굴은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이것은 동자모양[童子形]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묘사하였겠지만 하여튼 본존 내지 당대의 단아한 조각 형태를 충실히 따른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투박하고 평판적이며 단아한 형태적 특징은 얼굴이나 신체의 윤곽선 또는 옷주름 선 등에서 직선 아니면 투박하고 경직된 선으로 나타난다. 즉, 활달하고 유려한 선의 흐름은 거의 보이지 않고 꾸민 듯한 인상을 풍겨 주고 있다. 이것은 단정한 형태적 특징과 직결되고 있다.
이 불상은 보다 중생들의 모습과 비슷한 친근미 나는 독특한 불격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불의 이상이 약한 전대까지의 불상들과는 다른 아름다움이며, 그것은 은근하고 자연스러운 나뭇결과 조화된 조선조 나무 조각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 불상은 1644년(인조 22년) 영현(英賢) 작 삼존상과 흡사한 양식으로 불감의 형식과 더불어 당시 이런 계통의 불감불상이 유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양식은 점차 18세기로 넘어가면서 조선조 후기 제1기 양식으로 정착되어 가는데 이 불상은 그 초기 작품인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존대좌 밑에는 복장(腹藏)을 넣었으며, 복장조성기가 있어서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