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에는 생물체와 무생물체가 있는데, 생물체는 식물과 동물의 전부 혹은 일부분, 또는 그 삼출물(渗出物)이나 분비물을 채취한 것으로서, 간단한 가공이나 정제를 하지 않은 순품(純品)을 생약이라 한다.
생약 중 가장 광범하게 응용되고 있는 것은 주로 식물성 약물로서 뿌리·뿌리줄기·나무껍질·잎·꽃·씨 및 전초(全草) 등이다. 우리가 보통 생약이라고 하는 것은 광물성 약물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생약학이라고 하면 현대적인 분석 및 약리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생약의 기원·성질·형태·감별·분모·효용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약은 식물류·동물류·광물류의 세 종류로 크게 분류하는데, 이것들을 포함한 것 가운데에서 식물류의 약물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며, 이것들은 거의가 간단한 가공이나 정제되지 않은 순품의 약물이다. 이 밖에 한의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膏)·단(丹)·환(丸)·산(散) 등으로 제재한 약물을 포괄하여 한약이라 칭한다.
이러한 약물의 기원·성질·형태·포제(炮製)·성미(性味)·효능·배합·응용의 지식을 주요 내용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한의학에서는 본초학(本草學)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수록된 약물 중에 식물류, 특히 초류(草類)의 약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약초가 약초로서 인식된 것은 주위환경에 적응하려는 천부적인 능력에 의해서 시행착오의 여러 경험을 통해 유독·무독의 성능을 알게 되고, 식이(食餌) 여부와 약물로서의 효능과 작용을 알게 된 과정을 통해서이다.
항간에서 식체·오심에 식염으로 토하게 하는 예라든가, 남미의 페루 토인들이 말라리아의 특효약으로 키나나무를 사용한다거나, 홍인종의 여자들이 자초근(紫草根)을 먹고 피임하는 것 등의 예가 있다.
현대의학에서 강심제로 사용하는 디기탈리스는 스코틀랜드의 민간약에서 유래되었고, 카밀레꽃의 진경(鎭痙:경련을 가라앉힘) 및 발한제(發汗劑)와 하제(下劑)로 쓰이는 센나잎은 서유럽의 민간약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사실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많은 사람이 직접 먹어보거나 맛을 보아 물질에 대한 특수작용을 시험하였고, 발생한 질병의 시기나 절기, 기후에 대해서 경험적인 근거를 이용하였으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자연에의 적응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의 집적에서 유래된 물질들을 질병의 치료에 사용하였다.
이러한 것을 의사들이 직접 치료에 사용해 봄으로써 여러 경험을 통한 실증을 얻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어떠한 물질을 가지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삼게 된 것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인류가 의약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었고, 또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동안이나, 같은 질병을 여러 차례 치료하는 동안 부단한 창조와 풍부한 경험을 쌓아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우리 나라의 약품식물학적인 기술은 ≪삼국유사≫에서 나타난, 신정시대의 환웅천왕(桓雄天王)이 쑥과 마늘을 이용하였다는 설화에서 시작된다.
그 뒤 주로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의학서적이 많이 나타났고 독자적인 저술도 많이 있지만, 특히 1596년(선조 29)에 왕명에 의하여 어의(御醫) 허준(許浚)이 엮은 ≪동의보감 東醫寶鑑≫은 우수한 한의약학의 백과사전으로 중국·일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약초로 쓰이는 식물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의 식물이 있다. ① 균조식물(菌藻植物):단세포 혹은 간단한 다세포의 개체가 되고, 수중이나 습한 지역에서 많이 생기며 해대(海帶)·복령(茯苓) 등이 이에 속한다.
② 태선식물(苔蘚植物):식물의 몸체가 작으며 음습한 곳에서 생기지만 약용식물은 매우 적다.
③ 궐류식물(蕨類植物):뿌리·줄기·잎의 구별이 있으나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지 않으며, 다만 포자(胞子)에 의하여 번식하고 석위(石葦)·해금사(海金砂)·관중(貫衆) 등이 이에 속한다.
④ 종자식물:형태·구조가 가장 복잡하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주로 종자로 번식하는데, 약초의 80∼90%가 이 종류에 속한다.
약초는 또한 목본과 초본으로 나누어진다.
(1) 목 본
질이 견고한 식물, 즉 나무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교목·관목·아관목·등본(藤本) 등으로 구분된다.
① 교목:나무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는 약 5m에 달하고, 위쪽에서 가지가 펴지는 목본식물로서 약용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는 은행·잣나무·측백·밤나무·물푸레나무 등이다.
② 관목:비교적 키가 크지 아니한 목본식물로서 뚜렷한 나무줄기가 없으며 밑부분에서 분지(分枝)하는 것이 많다. 구기자나무·개나리나무·앵두나무 등이 이에 속하는 약용식물이다.
③ 아관목:관목과 초본의 중간에 해당되는 목본식물인데 나무의 밑부분과 가지는 목질이고 가지 끝은 초질(草質)로서 매년 나뭇가지의 끝이 고사하는 식물을 말하며 모과·마황 등이 이에 속한다.
④ 등본:줄기가 가늘고 길며, 다른 물체에 얽히거나 감으면서 뻗어올라가는 목본식물인데, 줄기가 목질화된 목질등본을 말한다. 오미자나무·다래나무·으름나무 등이 이에 속한다.
(2) 초 본
줄기에 목질이 적게 포함되며, 월동시에 고사하거나 또는 지상 부분만 고사하는 식물을 총칭한다. 생장시기나 성질에 따라서 일년생초본·2년생초본·다년생초본 및 만성초본(蔓性草本) 등으로 나누어지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일년생초본:생장기가 짧으며, 그 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 곧 고사하는 것으로 쇠비름·한련·아욱 등이 여기에 속한다.
② 2년생초본:첫해에 뿌리·줄기·잎이 생장하고, 다음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에 곧 고사한다. 익모초 등이 여기에 속한다.
③ 다년생초본:2년 이상 생장하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거나, 또는 매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다만, 그 해에 지상부가 고사하며 다음해에 뿌리와 뿌리줄기에서 새로운 싹이 돋는다. 민들레·도라지·쇠무릎·잔대 등이 이에 속한다.
④ 만성초본:초질등본(草質藤本)을 말하는 것으로 등본과 같이 덩굴져 뻗어올라가거나 땅으로 기어가며 생장하는데, 다만 줄기가 초질로 되어 월동시에 고사한다. 하수오·은조롱·한삼덩굴·하눌타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효능별로 분류하면 보익약·온열약(溫熱藥)·청열약(淸熱藥)·이기약(理氣藥)·이혈약(理血藥)·지통약(止痛藥)·발한약(發汗藥)·사하약(瀉下藥)·화담지해약(化痰止咳藥)·배농약(排膿藥)·살충약(殺蟲藥)·지사약(止瀉藥)·지구약(止嘔藥)·외용약(外用藥)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작용 부위에 따라 피부점막·소화기계·비뇨기계·호흡기계·생식기계·평활근·체성신경계 및 골격근계·교감신경계·부교감신경계·중추신경계·병원체·세포분열에 작용하는 약으로 분류한다. 약용 부위별로 주요한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줄기류:으름덩굴[木通]·골풀[燈心草]·뽕나무가지[桑枝]·계수나무[桂枝], ② 목류:다목나무[蘇木]·딱총나무[接骨木], ③ 나무껍질류:무궁화나무[木槿皮]·오가피(五加皮)나무·두충(杜冲)나무, ④ 뿌리줄기류:장군풀[大黃]·천궁(川芎)·검나리[貝母]·마[山藥]·삽주[白朮], ⑤ 뿌리류:인삼(人蔘)·부자(附子)·쇠무릎[牛膝]·감초(甘草)·도라지[桔梗]·고삼(苦蔘), ⑥ 잎류:쑥[艾葉]·뽕나무잎[桑葉]·측백나무잎[側柏葉]등, ⑦ 꽃류:목련[辛夷]·국화(菊花, 甘菊)·잇꽃[紅花], ⑧ 과실류:산수유(山茱萸)·오미자·구기자(枸杞子)·모과[木瓜]·대추[大棗], ⑨ 종자류:파두(巴豆)·붉은콩[赤小豆]·살구씨[杏仁]·복숭아씨[桃仁]·율무[薏苡仁], ⑩ 초류(草類):사철쑥[茵蔯]·삼지구엽초[淫羊藿]·민들레[蒲公英]·짚신나물[龍芽草]·꿀풀[夏枯草], ⑪ 기타:오배자(五倍子)·복령·유향(乳香)·몰약(沒藥) 등이다.
이 밖에 일반약학에서는 미생물 최종대사산물과 세균들도 생약의 범주에 가입시키고 있으며, 추출된 순수물질도 그 범위에 가입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