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지리학 ()

언어·문자
개념
한 언어 안의 방언적 변이나 친근한 언어들 사이의 변이를 지도 위에 표시하여 각 변이의 동태적 관계를 사회적 · 지리적 · 문화적 측면에서 파악하려는 학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언어지리학은 한 언어 안의 방언적 변이나 친근한 언어들 사이의 변이를 지도 위에 표시하여 각 변이의 동태적 관계를 파악하려는 학문이다. 방언지리학이라고도 한다. 하나의 언어 내부에 나타나는 다양한 변이 양상 중에서 지역적 조건에 따른 변이를 지역 방언이라 한다. 이 학문에서는 지역 방언 분화의 양상을 그 언어가 겪은 상이한 역사적 과정의 투영으로 본다. 이 학문을 위한 작업은 한 언어 안의 변이형들의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언어지도 작성 단계와, 언어 지도를 해석하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언어지도상에 나타나는 어형을 비교하면 단순히 음운규칙의 상이한 적용만이 아니라 이웃한 지역 어형과의 간섭에 의한 어형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정의
한 언어 안의 방언적 변이나 친근한 언어들 사이의 변이를 지도 위에 표시하여 각 변이의 동태적 관계를 사회적 · 지리적 · 문화적 측면에서 파악하려는 학문.
내용

언어지리학(Linguistic Geography)은 ‘방언지리학’이라고도 한다. 하나의 언어라 할지라도 그 내부에는 여러 조건에 따라 다양한 변이의 양상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러한 언어 내부의 변이양상 가운데 특히 지역적 조건에 따른 변이를 지역방언(Regional dialect)이라 한다. 그런데 지역방언의 분화상은 역사적인 시각에서 보면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해당 지역사람들의 역사나 그 지역의 지리적 조건들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 있는 여러 가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이다.

방언에 따른 낱말 분화의 경우를 살펴보면, 원래는 한 언어권 안에서 단일한 어형이 사용되다가 후대에 이르러 사람들의 이동을 촉진하거나 가로막는 다양한 조건들(지리적 · 정치적 · 사회적, 문화적 환경) 때문에 어형의 변화 속도가 달라지면서 현재의 방언적 분화상이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시기에 각 지역에 나타나는 변이형들을 비교하면 거꾸로 분화되기 이전의 어형을 되찾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재구(再構, reconstruction)의 작업은 특히 동일한 어형이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음운변화를 입어 여러 가지 지역적 변이형으로 나뉘게 되는 경우에 적용 가능한 일이다.

한편 어원적으로 다른 어형들의 지역적 대립의 경우는 애초부터 그러한 분화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단일한 낱말이 사용되다가 지역에 따라 다른 낱말로의 교체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특정 시기에 한 언어가 보여주는 지역적 방언분화의 양상은 대부분 그 언어가 겪은 상이한 역사적 과정의 투영이므로, 지역 방언의 분화상을 역사적 시각에서 해석하려는 언어지리학은 단지 문헌에만 의지하는 전통적 역사 언어학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역사언어학의 해석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목 적

언어지리학은 결국 각 지역 방언에 나타나는 변이형들과 그 분포에 근거하여 각 변이형들로 분화되기 이전의 어형을 재구하고 이로부터 각 변이형으로 분화되어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재구하는 데 그 근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언어지리학은 지리적, 사회적 조건과 일반 사람들의 통속적 심리, 그리고 문헌들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낱말이 탄생하거나 기존 낱말이 그 형태나 의미를 바꾸고 또는 둘 이상의 낱말들이 서로 합류되거나 아니면 어떠한 낱말들이 공간적으로 이동해 나가는 현상 등과 같은 낱말들의 삶과 투쟁에 작용하는 여러 조건과 법칙을 발견하는 목적도 함께 가진다.

시작과 발전

이 학문은 19세기 말 소장문법학파들의 비교언어학이 공통조어로부터 여러 언어가 분화되어 나오는 과정을 단절적이고 급작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고, 이에 따라 공통조어와 후대어 사이의 음운변화는 모든 낱말에서 예외 없이 일어난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독일의 벤커(Wenker,G.)가 독일의 북부와 중부지역을 대상으로 우편조사에 의한 방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독일제국의 언어지도(Sprachatlas des Deutschen Reiches)』로 발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실제 조사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음운변화의 양상이 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러한 확인작업의 과정에서 언어지리학이라는 역사언어학의 한 해석방법이 싹트게 된 것이다.

그 뒤 1896년 프랑스의 질리에롱(Gilliéron, J)이 벤커의 방법론을 개선하여 에드몽(Edmont,E)이라는 조사자를 직접 조사에 투입, 그 결과를 『프랑스 언어지도(Atlas linguistique de la France)』로 발간하면서 이 학문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언어지도』가 나온 뒤로 각 나라에서 질리에롱의 방법론을 사용한 언어지도가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는데, 예를 들어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미국, 일본 등 수십개 국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79년부터 전국적인 언어지도를 만들기 위한 현지조사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주관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인 자료집의 간행이 완료되었으나 이 자료집을 토대로 한 언어지도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조사가 남한만을 대상으로 한 까닭에 북한 지역의 방언 자료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학술원 주관으로 이기문, 김완진 교수를 비롯한 몇 분의 노고로 ‘말(言), 여우(狐), 새우(蝦), 그리고 ‘듣-(聞)’과 ‘춥-(寒)’의 활용 및 형태론에 관한 지도가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여 시험적으로 작성된 바 있다.

언어지도의 작성과 해석

언어지리학을 위한 작업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한 언어 안의 변이형들의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언어지도의 작성 단계이며, 둘째는 만들어진 언어지도를 해석하는 단계이다. 언어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조사하고자 하는 지역 안에서 일정한 수의 조사지점을 선정하고, 미리 작성된 조사질문지를 통하여 현지인들에게 직접 또는 간접조사를 하여 그 결과를 조사지역의 지도에 나타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언어지도에 조사결과를 표시하는 방법은 초기에는 조사된 자료를 바로 지도에 표시하는 방법이 쓰였으나, 최근에는 각 변이형들의 분포를 쉽게 파악하기 위하여 변이형들에 특정한 기호를 주어 지도상에 기호의 분포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말의 경우 ‘ᄑᆞᆯ, ᄆᆞᆯ다’에 대한 변이형들은 각각 ‘팔다/플다’, ‘말다/몰다’ 등이 대표적인데, 이 두 쌍의 변이형들을 경계짓는 등어선은 일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점에서 소장문법학파들의 예외 없는 음운규칙이라는 절대적 주장도 그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며, 언어지리학자들의 “모든 낱말은 제 고유한 역사를 갖는다”는 비체계적인 입장도 나타나게 된다.

물론 등어선은 어형이 바뀌는 절대적 선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아마도 한 어형이 다른 어형으로 바뀌어 나가는 전이지역(transition area)을 나타내는 추상적인 선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등어선이 비록 완전히 일치를 보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같거나 비슷한 방향으로 달리는 등어선들의 떼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등어선의 묶음(bundle of isoglosses)은 곧 이를 경계로 한 두 지역 사이의 언어 차이가 그 묶음의 양에 비례해서 결정된다는 뜻이 되므로 지역 간의 방언 구획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서로 다른 음운규칙의 적용에 따른 변이형의 지역적 분화는 특히 물결설(wave theory)로써 설득력 있게 설명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처음에 단일한 어형으로 널리 쓰이던 것이 특정한 지역에서 어떠한 음운변화를 겪어 새로운 어형으로 바뀌게 되는 언어적 개신(linguistic innovation)이 일어난다. 이 언어적 개신이 시작되는 초점지역(focal area)을 중심으로 개신의 물결은 마치 조용한 호수 위에 돌을 던져 생겨난 파문처럼 주위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 개신파는 중간에 지리적, 정치적, 사회적 장애를 만나게 되면 그 전파가 차단되게 되어 이러한 언어적 장애물 너머의 지역은 개신파의 영향을 받지 않아 옛 어형을 보존하게 되는 잔재지역(relic area)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언어지도 상에 나타난 변이형들은 개신파의 영향 여부에 따라서 개신형과 보수적 어형으로 각각 자리잡게 되는데, 이러한 개신파의 흐름관계를 파악함으로써 한 낱말이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며, 언어변화에 대한 언어외적 요인(자연지리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의 영향관계를 알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현존하는 변이형들을 토대로 하여 과거의 어형을 재구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고노(河野六朝)의 우리말 ‘가위’에 대한 과거의 어형을 추적한 논문 「조선방언학시고」는 이러한 역사적 연구의 전형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언어지도상에 나타나는 어형을 비교하면 단순히 음운규칙의 상이한 적용만이 아니라 이웃한 지역 어형과의 간섭에 의한 어형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무래’에 대한 방언형 ‘미래’와 ‘당그래’의 분포지역 중간지역에서 나타나는 ‘미랫당그래’와 같은 일종의 혼태어는 각 어형의 지역적 분포를 보여주는 언어지도로써 쉽게 그 생성과정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연구

우리 나라의 언어지리학적 연구는 일제강점기의 오구라(小倉進平)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고노는 「조선방언학시고」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도한 바 있다. 그 뒤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언어지도 작성을 위한 방언조사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면서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한편 도(道)단위의 언어지리학적 연구도 1980년대 들어 나왔는데, 이익섭(1981)의 강원도 지역에 대한 연구를 필두로 하여 이기갑(1986)은 전라남도 지역, 김충회(1997)는 경상북도지역의 연구를 행한 바 있다. 따라서 그 이하 지역의 협역 지도에 근거한 언어지리학적 연구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경북방언의 지리언어학적 연구」(김덕호, 경북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7)
「경상남도방언의 지리적 분화에 관한 연구」(김택구, 건국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1)
『방언학』(이익섭, 민음사, 1984)
『영동·영서의 언어분화-강원도의 언어지리학』(이익섭, 서울대학교출판부, 1981)
『전라남도의 언어지리』(이기갑, 탑출판사, 1986)
「충청북도의 언어지리학」(김충회, 단국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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