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은 고시조집에서는 ‘농(弄)’ 또는 ‘엇롱(旕弄)’ 따위로 적혀 있는데 이것은 창에서의 곡조의 이름이다. ‘농’은 정조(正調)에 대한 변조를 뜻하고 ‘旕’은 ‘엇(얻)’의 이두식 표기이나 ‘엇가다’ 혹은 ‘얼치기’의 어근으로서 역시 변조나 중간적 성격을 나타낸 것이다.
형태상으로는 초·중·종 3장 중의 어느 한 장이나 두 장이 평시조의 정형보다 약간 길어진 것이다. 종장이 길어진 예는 매우 드물다. 파격의 양태는 각 장을 전후구로 분구할 때 평시조의 일반적인 한계음수를 5∼9음절로 보고 그보다 한둘 또는 서너 음절이 많아진 것이 보통이고 드물게는 그보다 더 길어진 예도 있다.
고시조의 예를 들면 “약산 동대(藥山東臺) 여지러진 바위틈에 왜철쭉 같은 저 내 님이/내 눈에 덜 밉거든 남인들 지내 보랴/새 많고 쥐 꼬인 동산에 오조 간 듯하여라.”는 초장의 전구인 ‘약산 동대 여지러진 바위 틈에’가 4·8음 12음절로서 평시조의 한계음수인 9음절보다 3음절이 많을 뿐 그 나머지는 모두 평시조의 형태를 지키고 있다.
또 “누리소서 누리소서 만천세를 누리소서/무쇠 기둥에 꽃 피어 열음 열어 따들이도록 누리소서/그 남아 억만세 밖에 또 만세를 누리소서.”는 중장의 후구 ‘꽃 되어 열음 열어 따들이도록 누리소서’가 7·9음 16음절로서 7음절이 많아졌다.
두 장이 함께 길어진 예로는 “앞 못에 든 고기들아 뉘라서 몰아다 넣거늘 든다/북해(北海) 청소(淸沼)를 어디 두고 이 못에 와 든다/들고도 못 나는 정은 네오 내오 다르랴.”와 같은 것이 있다.
이는 초장의 후구 ‘뉘라서 몰아다 넣거늘 든다’가 3·8음으로 11음절, 중장의 후구 ‘어디 두고 이 못에 와 든다’가 4·6음으로 10음절이 되어 초장과 중장이 함께 길어졌다.
엇시조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으나 발생의 경로는 천편일률적인 정격 평시조에 약간의 변조를 가하여 멋을 부리던 데서 좀더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는 3·6·3·5조로서 정격 평시조에서 약간의 변조가 나타난 것에 불과하지만 규격화한 율조에서 볼 때는 신선한 멋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엇시조가 된 것이다.
이것이 더욱 장형화하면서 엮음의 묘미가 구조화하여 사설시조가 발생한 것이다. 엇시조는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중간적 성격을 띤 것으로, 앞에 예시한 ‘꽃 피어 열음 열어 따들이도록 누리소서’에서 이미 엮음의 징조가 나타나 있음을 본다.
이 엇시조는 정격을 고수하려는 이른바 사대부시조와 작별한 가객이나 기생의 것이었음이 사설시조와 마찬가지로 작가가 거의 밝혀지지 않은 데에서도 파악된다. 이러한 엇시조의 형태는 현대시조에 와서 더욱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지나친 형식적 속박에 저항감을 가지는 일부 작가들 사이에서는 특별히 엇시조라는 의식없이 평시조의 파격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엇’의 음악적인 특징은 곡조의 첫 부분을 높은 소리로 질러내고 초장은 무겁고 점잖은 창법으로 부르고 중장부터 흥청거리는 창조로 변한다. 즉, 품위와 무게를 갖춘 창법에 흥청거리는 창법이 뒤섞인 형태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사설지름시조’라고 부르고 있으나, 음악적인 형태상으로는 엇시조가 옳다. 임기준(林基俊) 전창(全唱)의 <뉘라서 장사라든고>·<백구는 편편(翩翩)>·<가마귀가><서상(西廂)에>·<각씨(閣氏)네도> 등 13곡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