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도 그 명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평시조는 시조의 기본형으로서 그 형태가 가장 먼저 정립되었을 뿐 아니라 시조사 전체를 통하여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시조를 대표한다.
작자를 살펴보면 고시조에서는 위로 왕후장상 · 사대부로부터 아래로 평민 · 가객 · 기녀에 이르기까지 상하 남녀의 구별없이 광범위한 작자층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사설시조 등 장형시조는 주로 무명의 서민층에서 성행되었다. 이에 비하여, 평시조는 사대부시조라고 일컬어질 만큼 양반계층에서 보다 성행한 형태였다. 이것은 시의 형태가 극도로 긴축, 정제되어 한시의 정형성과 사상의 압축성에 익숙한 지식인에게 적합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시조에 이르러서는 전문적인 작가들이 배출되어 전업화하였으나, 그 한편에서는 일반인이나 부녀자 · 학생들 사이에서 교양적 생활문학으로서 확산되고 있다.
내용면에서 보면 고시조에서는 장형시조가 서민생활의 애환을 직설적인 해학과 풍자로 표현한 데 비하여, 평시조에서는 단형시조가 풍류적 서정이나 윤리 · 도덕을 읊은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현대시조에서도 서정시가 많지만 근년에 이르러 주지적 상념이나 현실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되었고, 표현기법에 있어서도 비유 · 상징 및 초현실주의적 수법까지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정형은 시조의 보편적 형태인 장 · 구 · 음수(자수)가 그 기본을 이룬다. 장은 초장 · 중장 · 종장의 3장으로 이루어졌다. 한시의 절구가 기 · 승 · 전 · 결의 4구(4장에 해당) 구조이고 일본의 하이쿠(徘句) · 와카(和歌)가 기 · 결의 2구(2장에 해당) 구조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시조는 기 · 승 · 결 또는 기 · 전 · 결 구조로서 중국과 일본의 정형시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구의 구분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널리 통용되는 설은 12구설로서 1장을 4구씩으로 가르는 방법이다. 그 밖에 1장을 2구씩으로 가르는 6구설, 초 · 중장은 2구씩, 종장은 4구로 갈라 1수를 8구로 나누는 설 등이 있다.
음수(자수)에 있어서 12구설에서는 3·4·3(4) ·4, 3·4·3(4) ·4, 3·5·4·3조와 같이 1장을 15자내외, 1수를 45자내외로 가른다. 6구설에서는 1구를 7 또는 8자로 가른다. 8구설에서는 초 · 중장은 6구설에 준하고 종장은 12구설에 준하는 절충적 방법인데 자수의 증감폭을 5∼8 또는 6∼9자로까지 넓히고 있다. 12구설과 6구설은 평시조의 정형을 이해하는 데 편리하고, 8구설은 현대시조 창작에서 보다 융통성 있는 음수율을 구사하는 데 편리하다.
평시조의 음수율은 초장의 3·4·3(4) ·4의 물결같은 단순 기복을 우선 중장까지 네 번 반복한다. 그 다음 종장 전구에서 3·5로 격동하는 음의 파랑(波浪)을 거쳐 최종구에서 4·3과 같이 초장 첫구의 3·4를 뒤집어서 회귀하는 흥미로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점이 동양 3국의 정형시 가운데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들과 다른 특징이다. 이것을 그림으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 중 <유예지 遊藝志>나 이규경(李圭景)의 ≪구라철사금자보 歐邏鐵絲琴字譜≫에 전하는 시조 악보는 현행 평시조와 같은데 이름이 시조로 되어 있다. 시조는 원래 한 곡조였는데, 그 뒤 가곡의 영향을 받아 많은 곡이 파생됨에 따라 평(平) · 중허리 · 지름 · 엇사설(辭說 : 編, 엮음) 등으로 구분하는 이름이 생겼다.
평(平)은 고지(高地)의 대칭이 평지(平地)인 것처럼, 처음을 높은 음으로 질러 부르는 지름시조의 대칭으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소리로 시작된다. 지름시조는 가곡의 두거(頭擧)의 창법을 본받은 곡이고, 평시조는 가곡의 평거(平擧)와 비교된다.
평시조의 음계는 황종(黃鐘, Eb) · 중려(仲呂, Ab) · 임종(林鐘, Bb)의 3음 음계의 계면조에 속한다. 형식은 초장 · 중장 · 종장으로 구분되며, 장단은 초장이 5박 ·8박 ·8박 ·5박 ·8박이며, 중장이 5박 ·8박 ·8박 ·5박 ·8박, 종장이 5박 ·8박 ·5박 ·8박(1박)으로 이루어진다.
가사는 초장 · 중장 · 종장 합하여 모두 45자 내외의 단형시조를 주로 부른다. 현행 시조의 곡이름과 형태는 가곡에서 영향받은 것이다. 이와같이 평(平) · 중허리 · 지름 · 엇(旕) · 엇엮음(旕編) · 엮음(編, 辭說) 등의 명칭은 시조 곡조의 창법을 본떠서 붙여진 이름이고, 시조 자수율(字數律)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가곡의 곡이름과 시조 곡이름의 관계를 비교해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가곡 | 시조 |
---|---|
平擧 | 平時調·平擧時調 |
中擧 | 中擧時調 |
頭擧 | 頭擧時調 |
言弄·言樂 | 엇(旕)時調 |
言編 | 엇였음(旕編)시조 (또는 사설지름시조) |
編數大葉 | 엮음시조 (또는 編時調, 사설시조) |
〈표〉 가곡과 시조의 곡명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