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이형상(李衡祥)이 지은 한역 시조. 그의 문집인 ≪병와선생문집 甁窩先生文集≫ 권4에 전한다. 벼슬을 떠나 초야에 묻혀 지내면서 한정과 우감들을 읊은 것이다.
과거의 시조 한역집인 소악부류(小樂府類)는 대개 4구체인 절구형식을 취였다.
그런데 <호파구>에서는 모두 5언 6구체를 취함으로써 평시조의 율격과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전체 16수이다. ‘호파구’라는 총괄제목 밑에 각각 <망태평 望太平>·<노송욱 路松勖>·<폐사결 弊屣闋>·<누항락 陋巷樂>·<안분래 安分瓓>·<어부약 漁父約>·<초옹원 樵翁怨>·<요선격 邀仙檄>·<백로박 白鷺駁>·<백발섭 白髮鑷>·<곡수촉 鵠鬚囑>·<노망탄 老妄歎>·<독농과 督農課>·<초자대 樵子對>·<월색탐 月色探>·<절조축 節操祝>과 같은 작품제목이 붙어 있다.
<호파구>의 작품들은 원작이라 할 수 있는 국문작이 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반수인 8수는 고시조집에 나와 있는 시조들과 내용 및 표현이 유사하거나 혹사하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형상이 한역할 때에 선인의 시조를 모작 또는 번역하였거나 아니면 후인이 이형상의 이 한역작을 국문시조로 번역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호파구>의 <망태평>은 “충신(忠臣)은 만조정(滿朝廷)이오……”와, <누항락>은 “십년(十年)을 경영(經營)ᄒᆞ야……”와, <초옹원>은 “노인(老人)이 셥플지고……”와, <요선격>은 “아ᄒᆡ는 약(藥) ᄏᆡ라 가고……”의 시조와 각각 유사하다.
특히, <백발섭>은 “백사장(白沙場) 홍료변(紅蓼邊)에……”와, <독농과>는 남구만(南九萬)의 시조로 알려진 “동창(東窓)이 ᄇᆞᆯ갓ᄂᆞ냐……”와, <월색탐>은 “장풍(長風)이 건듯 부러……”와, <절조축>은 성삼문(成三問)의 “이 몸이 주거 가셔……”라는 시조들과 내용상 거의 일치한다.
<호파구> 16수는 내용이 시조들과 일치하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기존 시조의 한역과 이형상의 창작을 한 곳에 묶어 놓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