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설화의 한 유형으로 ‘실패한 명당’이라고도 한다. 전국적으로 구전된다.
명당을 얻었으나 수용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발복을 얻지 못하거나, 수용자의 악덕에 대한 응징과 보복으로 이미 발복한 명당의 혈을 끊게 되어 명당을 잃어버리는 등 결과적으로 명당발복에 실패한 이야기를 가리킨다.
이 설화는 실패의 원인을 중심으로 하여, ① 금기(禁忌)를 어겨 실패한 명당, ② 망자(亡者)의 악행으로 실패한 명당, ③ 어머니의 폭로로 실패한 명당, ④ 이장(移葬)하여 실패한 명당, ⑤ 악덕에 대한 응징으로 실패한 명당, ⑥ 보복으로 실패한 명당 등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금기를 어겨 실패한 명당 이야기 : 지관(地官)이 명당을 잡아 주고 묘 쓸 시기를 전후하여 지켜야 할 금기를 제시하였으나, 그것을 이행하지 않아서 발복에 실패하였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금기의 주된 내용은 ‘10년 되면 떠나라(10년이 넘으면 살지 말아라.).’, ‘묘 속의 돌을 파내지 말라.’, ‘비각을 짓지 말라.’ 등으로 요약된다.
이것은 명당 발복의 한계를 인식하고 과욕을 부리지 말 것, 지관에 대한 절대적 신뢰, 그리고 과시욕에 대한 통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설화에서 수용자들은 욕망의 절제와 겸손에 실패하고 과욕과 부(富)의 과시욕에 의하여 금기를 위반하고 명당 발복에 실패함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② 망자의 악행으로 실패한 명당 이야기 : 지관이 가난한 총각, 또는 머슴의 은혜를 입고 그들에게 보은으로 명당을 잡아 주었으나, 망자가 생전에 저지른 악행으로 결국 발복에 실패하였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망자의 악행은 대부분 살인이며, 그 밖에 남을 속이거나 가렴주구한 행위도 보인다. 특히 망자가 아닌 7대 조상의 악행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어 조상의 잘못이 반드시 자손대에 갚아진다는 믿음을 읽을 수가 있다.
인간의 악행 앞에서는 지관의 뛰어난 지술도 무력해지고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은 결국 행위자 자신(또는 자손)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가 운명보다 우위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가 잘하여야 자손이 복을 받는다는 조손 일치 사상(祖孫一致思想)의 표현이기도 하다.
③ 어머니의 폭로로 실패한 명당 이야기 : 아버지가 죽으며 신후지지(身後之地)를 유언하는데, 어머니 몰래 아들에게만 유언하였다가 뒤에 어머니의 폭로로 발복 직전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그 신후지지는 마을공동의 우물로서 개인의 발복을 위하여 마을 전체의 생명줄과도 같은 우물을 파손하게 된다. 따라서, 비밀 유지가 필요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소외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된다.
이 설화는 이기심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경계의 의미와 함께 그 폭로의 역할을 어머니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부계(父系) 중심의 가족관을 보여 주고 있다.
풍수설화 전반에 걸쳐 발복의 주인공은 항상 남성이며 여성은 그 발복을 돕는 보조자에 불과한 존재로 나타난다. 따라서, 여성은 발복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남성의 발복 뒷전에서 그 혜택을 누릴 뿐인데, 이런 사실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어머니는 남’이라는 이 설화의 의식이다.
④ 이장하여 실패한 명당 이야기 : 명당을 수용하였으나 발복 때까지 겪어야 하는 희생을 견디지 못하고 이장하거나, 혹은 명당 발복을 하였다가 지관의 실수나 개인의 불운에 의하여 이장을 하여 실패하였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풍수설화에서 명당 수용의 초점은 후대로 집중되어 있다. 당대의 고통이 어떠하든 자손이 복을 받는다면 그 고통은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이 설화의 주인공들은 그런 면에서 변화된 인식을 보여 준다.
후대에 아무리 좋은 복을 받는다고 하여도 더 이상 당대의 희생을 참을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즉, 당대와 후대와의 갈등 속에서 당대를 택한 셈이 된다.
그러나 결국 발복에 실패하는데, 이는 전승 집단의 의식 속에 당대보다는 후대의 발복에 대한 비중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⑤ 악덕에 대한 응징으로 실패한 명당 이야기 : 인색한 부자가 시주 청하는 중을 괄시, 학대하거나 또 부잣집의 며느리가 덕이 없어 손님이 오는 것을 싫어한 결과 명당의 혈이 끊겨 패망하고 말았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부자(며느리)는 과욕과 인색·게으름·이기심 등이 극대화된 인물이며 중은 그러한 악덕에 대한 심판자로 그려진다. 자기 것을 남과 나누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부(富)와 개인의 안락만을 추구하던 부자(며느리)는 결국 있던 것마저도 모두 잃고 패망하게 된다. 이러한 결말은 악덕에 대한 응징으로, 중을 통하여 부에 대한 윤리 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⑥ 보복으로 실패한 명당 이야기 : 학대한 종의 아들에 의하여 보복을 당한 상전이나, 발복 후 지관을 괄시하여 보복당한 부자 등 보복에 의해 명당을 잃은 내용의 설화이다.
신분적 힘을 이용하여 종을 죽이기까지 하는 상전의 횡포나 부자가 되었다고 배은망덕하는 수용자의 배신, 지관에 대한 경시 등이 실패의 원인이 된다.
이상에서 보면, 「잘못 쓴 명당」설화는 수용자의 실수나 운명에 의한 것(①·②·③·④)과 다른 사람의 의도적 개입에 의한 것(⑤·⑥)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서는 지관이 명당을 잡아 주고자 애쓰지만 수용자의 잘못과 불운으로 명당이 파훼되거나 망자의 악행으로 명당의 기능이 상실되며, 후자에서는 중(지관)이 의도적으로 수용자의 명당을 파훼시킨다.
그러나 그 원인 역시 수용자의 악덕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의 원인은 결국 운명적 요인과 인간 행위의 결과로 크게 집약시킬 수 있다.
이때, 운명적 요인보다는 인간 행위의 결과에 의하여 실패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을 통해 풍수설에 의한 행복 추구는 운명론적인 것이나, 그 과정에 있어서는 인간 행위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즉, 선행의 결과로 명당을 얻고, 악덕의 결과로 명당을 잃음으로써 행복이란 운명적인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태도와 의지에 기인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