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동양서원(東洋書院)에서 간행하였다. 1916년예성좌(藝星座)에서 각색하여 공연한 바 있다.
이참서는 3년 동안 세계를 유람하고 돌아온 개화당 양반이다. 이참서는 소년시절 숙희와 혼인을 약속하였으나, 그것이 친족혼이 되므로 파혼하고 허부인과 혼인한다. 숙희는 허부인을 밀어내고 자신이 다시 이참서의 부인이 되려고 허부인의 약점을 찾는다.
한편, 허부인은 원래 신분은 비천하나 재물을 많이 모은 백정 백성달의 딸이었는데, 허부령의 양녀가 되어 혼인을 하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 사실을 미끼로 허부령은 백성달의 돈을 계속 우려내는 등 허부인을 괴롭힌다. 어느 날 자신의 생부와 만나던 허부인은 그로 인하여 곤경에 빠져 집을 나가게 된다.
그 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허부령이 이참서에게 그간의 사실을 말하자, 이참서는 행실이 중요한 것이지 계급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참서는 탑골 승방으로 허부인을 찾아가고, 1주일 후 조선 각처의 신문에는 이참서가 인간 최하급의 대우를 받던 자산가 백성달의 딸과 혼인함으로써 계급구별의 폐습이 타파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이 작품에는 다른 신소설과 달리 작가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 ‘편두단언(編頭短言)’이 실려 있어 주목을 끈다. 작가는 이 서문에서 「재봉춘」이 현대사회의 형편을 비추는 거울임을 강조한다. 당시대의 실상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작가는 품계가 높고 지위가 귀하나, 심지(心志)와 행위가 지극히 비루한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에 대한 비교를 통하여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이때 작가의 주제의식이란 반상계급타파(班常階級打破)라는 말로 요약된다. 즉, 인간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것은 그 계급이 아니라 인품이라는 것이 작가의 목소리이다.
개화의식의 수용을 둘러싼 갈등과 고난 등을 형상화한 작품 가운데 대표적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사건의 흐름을 중심으로 한 일반 서사체 유형의 소설 가운데 고난을 넘어서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소설의 한 전형이기도 하다. 주변 인물부터 등장시키고 그것을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로 끌고 가는 수법도 신소설로서는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