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문학이라는 분류는 문학을 무리 지어 나누는 방식 가운데 내용 중심적 분류에 해당한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사건 자체 혹은 그와 연관된 부수적 사건들을 직접 소재로 삼은 문학이 먼저 이 범주에 든다. 전쟁을 매개로 부각되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사고(思考)들을 작품의 소재 및 주제로 삼은 문학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서양 문학사에서는 일반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그것을 소재로 한 문학들에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전쟁의 비인간적 면모를 그려내며 세계적인 반향을 받았던 독일 작가 레마르크(Remarque, E.M.) 의 『서부전선 이상없다』, 자신의 전쟁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던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Hemingway, E.)의 『무기여 잘 있거라』가 그 구체적 예이다. 그의 스페인내란 참전 경험을 중심으로 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이 분야의 대표적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도 구미 각국에서는 이른바 새로운 세대에 의한 전쟁문학이 양산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을 거친 뒤의 문학, 이른바 전후문학(戰後文學)은 대체로 이성(理性)의 중요성과 합리적 사고에 대한 불신, 전통에 대한 저항, 모럴이 붕괴된 세계의 의미, 실패한 인간상의 제시, 자신의 삶의 모습에 대한 혐오, 이웃을 잃어버린 고독과 불안 등의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한국 문학사에서는 남북분단과 6·25를 제재로 한 전쟁문학이 195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사의 주요 부분을 형성한다. 근래에는 6·25뿐만 아니라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 또한 적지 않게 발표되고 있다.
전쟁문학에서는 전쟁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행위와 그로 인한 실존적 고민, 이념의 차이가 어떻게 전쟁에서 구체적으로 반영되는가, 거대한 세력간의 구조적 마찰의 결과로 일어나는 전쟁이라는 사건과 그것을 수행하는 한 개인의 삶의 의미와의 상관성, 전쟁을 수행하면서 혹은 전쟁을 거친 뒤 인간은 어떠한 변화를 겪고 어떻게 현실에 적응하는가 등이 다루어진다.
우리 문학사에서 전쟁을 제재로 한 주요 전쟁문학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55년에 발표한 장용학(張龍鶴)의 『요한시집』은 6·25가 가져온 상처와 그로 인한 역사적 허무주의를 그린 이 시기의 대표적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자유를 갈구하던 토끼우화를 매개로 하면서,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남녀의 절망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1956년 서기원(徐基源)의 『암사지도 暗射地圖』는 전쟁 이후 젊은이들의 새로운 삶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다루어지는데, 그를 통하여 등장인물의 내면적 파탄과 기성 질서의 붕괴 및 전쟁으로 인한 충격 등이 함께 이야기된다.
1957년 하근찬(河瑾燦)의 『수난 이대』는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 때 전쟁터에 나갔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오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인 한쪽 팔 없는 아버지가 한쪽 다리 없는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에 대한 묘사는 전쟁의 상처에 대한 작가의 소리 없는 외침이며 이 분야의 압권으로 기록된다.
선우휘(鮮于輝)의 『불꽃』, 손창섭(孫昌涉)의 『잉여인간』, 이범선(李範宣)의 『오발탄』 등도 모두 1950년대 말 이 분야의 대표적 단편들이다. 이범선의 『오발탄』의 경우는 월남한 가족의 아픔에 관한 문제를 심도 있게 제기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로 들어서면 무엇보다 먼저 황순원(黃順元)의 장편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그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위태로운 경지, 즉 비탈에 선 인물들의 일그러진 삶을 그린다. 작중 주인공들은 모두 일그러진 삶을 사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6·25로부터 유래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전쟁 자체에 대한 고발뿐만 아니라, 그것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젊은이들의 삶의 파행성을 통하여 고발하는 작품으로서 이 분야 최초의 본격적인 장편소설로 기록된다.
이 작품에 바로 뒤이어 발표된 최인훈(崔仁勳)의 장편 『광장』은 한국 전후문학의 가장 탁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대립, 6·25의 발발과 인간의 고뇌, 사랑을 통한 구원과 좌절 등의 문제를 폭넓게 다룬 이 작품은 작가의 지속적 개작 과정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반면에 이 작품은 전후 최대의 문제작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정치적 허무주의라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이 밖에도 이호철(李浩哲)의 『판문점』, 전광용(全光鏞)의 『꺼삐딴 리』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1962년에는 육군본부 정훈감실에서 발행한 『전쟁문학집』이 출간되었는데 전쟁을 직접적인 소재로 삼아 쓴 작품들을 수록한 단편소설집이다. 이 작품집에는 김동리(金東里)의 「눈발 속의 부두」, 박영준(朴榮濬)의 「양지를 찾아라」, 황순원의 「솔메마을에 생긴 일」, 안수길(安壽吉)의 「갱생기」, 선우휘의 「전선 풍속도 3제」, 이범선의 「그는 용감하였다」, 염상섭(廉想涉)의 「동기 同氣」 등 중견작가들의 전쟁문학 작품 21편이 수록되어 있다.
1970년대에는 홍성원(洪盛原)의 『남과 북』과 이병주(李炳注)의 『지리산』이,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조정래(趙廷來)의 장편대하소설 『태백산맥』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태백산맥』의 경우는 전쟁의 과정과 분단의 의미를 방대한 분량을 통하여 담아냈고, 특히 빨치산의 활동에 대한 조명이 이 작품에서 두드러졌다.
1970년대 후반에 발표된 박영한(朴榮漢)의 『머나먼 쏭바강』은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전쟁 문학 가운데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쟁 중의 인간의 행위에 대한 구체적 서술을 통하여 전쟁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성적 시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에는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이른바 새로운 세대에 의한 전쟁문학이 발표되었다. 임철우(林哲佑)의 『아버지의 땅』, 이창동(李滄東)의 『소지 燒紙』 등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새로운 세대에 의한 전쟁문학은,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 이후의 분단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문학적 탐구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