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의 불화. 1323년(충숙왕 10년)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24.2㎝, 가로 139.1㎝. 일본 지온원(知恩院) 소장. 석가부처가 극락세계의 장엄함을 관상(觀相)하게 함으로써 위데휘(韋提希) 왕비와 그 일행을 구제하는 내용을 도해한 관경변상의 본변상도이다.
이 그림은 다른 관경변상도와 같이 화려하고 장엄한 정토세계를 정연하고 치밀한 구도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화면을 전체 3단으로 크게 구분하였다. 상단의 윗부분은 일상관(日想觀)을 중심으로 화려한 장엄을 옆으로 길게 뻗치고 있다.
하단의 아랫부분은 붉은 바탕에 금니로 화기를 적었다. 그리고 중심부에는 이 그림의 핵심을 이루는 3관(觀)이 3단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는 특히 중앙의 관이 화면을 압도하게끔 처리하여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구조적 특징은 지온원 소장의 조선시대 관경변상구품도와 동일한 것이다.
화단 상단의 최상부 중심에는 붉은 해를 배치한 일몰관(日沒觀)이 있다. 그 좌우로 각각 2군의 화불이 구름을 타고 운집하여 있다. 바로 아래에는 가로로 길게 물결을 배치하였으며 그 아래로는 화려한 격자무늬를 그렸다. 이 부분에 가운데의 나무를 중심으로 큰 나무가 각각 3그루, 사이사이에 작은 나무 3그루가 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중단에는 중앙에 협시를 거느린 삼존불이 좌우 각각 보살과 나한에 둘러싸여 설법하고 있는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아래위로는 각각 건물을 배경으로 삼존불을 배치하고 삼존불 앞에는 연못을 마련하고 있다.
채색은 녹색과 적색이 주조를 이루며 금니 등이 섞여 전체적으로 은은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명도가 낮아 호화스러운 느낌은 덜하다. 신체나 얼굴의 형태는 근엄하다. 그리고 필선에서는 경직된 면이 나타나고 있어 14세기 중반 이후 불화의 특징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화기에 의하면 이 그림은 1323년(충숙왕 10년)에 제작되어 정업원에 봉안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발원자 중 속인 시주는 별장(別將)·대정(隊正) 등 무신들이며, 승려 발원자 중 대선사(大禪師)와 승통(僧統)이 보이고 있어 이 그림의 격을 잘 말해 준다. 화공은 설충(薛冲) 등 2인으로, 이들이 불화를 전문으로 그리던 화원인지 아니면 당시의 유명한 화가인지는 알 수 없다.